태국은 폭염으로 농업에 타격을 줘
2024년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낮춰
국제 쌀값에 영향을 미칠 수 있어
1분기 베트남의 전력 소비는 전년 동기 대비 10% 이상 증가

사진-뉴시스 제공.
사진-뉴시스 제공.

동남아 여러 나라에서 무더위가 기승을 부리고 있다고 니혼게이자이(日本經濟)신문이 13일 보도했다. 대도시 평균기온은 예년 수준을 웃돌았고 일부 지역에서는 최고기온이 섭씨 48도까지 치솟았다.

이상기후가 경제에 미치는 영향이 나타나자 태국은 폭염으로 농업에 타격을 준다는 이유로 2024년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낮췄다고 신문은 전했다. 폭염이 지속되면 동남아 경제에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

2일 태국 중부 와푸리 주의 바사춘라시 저수지를 찾았을 때 저수지는 17%밖에 남지 않았고 일부 지역은 호수 바닥이 노출돼 있었다. 인근 마을의 기반시설 관리를 담당하는 나파폰은 농업용수 부족으로 현지 주요 농작물인 사탕수수가 시들기 시작했다고 전했다.

태국은 4월 초순부터 폭염이 이어지면서 최고기온이 40도를 돌파한 곳이 많다.이들 저수지 부근의 2일 최고기온은 섭씨 41도까지 치솟았다. 인근 주민 나암(nam)씨는 "이렇게 더운 날이 계속된 적은 한 번도 없었다.”고 밝혔다.

기온 상승은 기후변화와 엘니뇨 현상이 겹친 영향일 수 있다. 현지 기상당국에 따르면 태국·베트남·말레이시아·인도네시아·필리핀의 수도 4월 평균기온이 평년 같은 기간보다 0.2~3.0도 높은 등 곳곳에서 기록적인 폭염이 이어졌다.

필리핀 마닐라의 4월 말 최고기온은 38.8도로 1915년 같은 기간의 38.6도를 넘어섰다.미얀마 중부의 마궤주는 섭씨 48.2도를 기록해 이 나라 역대 4월 기온 중 최고를 기록했다.

베트남은 4월 말 연휴에 섭씨 40도를 웃도는 무더위가 연일 이어지면서 해수욕장을 가득 메웠다.

또 기록적인 폭염을 감안해 이 나라 교육·청소년·체육부는 4월 말 공립학교에 수업 단축을 요구하는 통지문을 보냈다고 캄보디아 언론은 전했다.

아사미 유 기상캐스터는 "5월 들어 강우량이 늘었지만 동남아 곳곳에서는 6월까지 더위가 이어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폭염은 이미 이 지역 각국 경제에 영향을 미치기 시작했다. 태국 재무부가 4월 말 발표한 2024년 국내총생산(GDP) 성장 전망치를 지난 1월 전망치보다 0.4%포인트 낮은 2.4%로 낮춘 가운데 폭염과 가뭄으로 인한 농업 부문의 충격이 이번 경제지표 하향 조정의 주범이다.

태국은 농산물 수출 대국인 만큼 정부가 실효성 있는 대책을 마련하지 못하면 국제 쌀값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

전력 부족도 걱정이다.태국 방콕포스트에 따르면 에어컨 수요 급증으로 이 나라의 피크 기간 전력 사용량은 2024년 2월부터 4월 말까지 9회 연속 최고치를 경신했다. 마닐라 전력업체들도 정전 위험이 높아지자 경고하고 나섰다.

베트남 국립수문기상예보센터에 따르면 올해 1~4월 이 나라 북부의 흑수강에서 라이저우 호로 흘러드는 물의 양은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5~15% 줄었다.

베트남 북부의 전력원 구성의 약 40%가 수력발전에 속하며, 가뭄은 곧 전력부족으로 이어진다.

5월 들어 비가 많이 내려 가뭄이 전력 공급에 영향을 미치지는 않았지만 5~7월이 연중 가장 더운 시기라는 점을 감안하면 산업계의 긴장이 높아지고 있다.

베트남 전력그룹은 이른 봄부터 북부 지역의 큰 거래처와 전력난에 따른 절전 협력을 논의하기 시작했다.보도에 따르면 일부 회사들은 어쩔 수 없이 절전 요구 사항을 준수할 것을 약속하는 각서에 서명했다.

적지 않은 일본 기업 관계자들은 베트남 전력그룹의 위기감이 예년보다 더 큰 것 같다고 말한다.

정부 고위 당국자의 거듭된 발언도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베트남의 판밍정 총리는 4월 하순 한 정부 회의에서 "어떤 경우에도 전기가 부족한 일이 있어서는 안 된다"면서 "2023년 베트남 북부에서는 물 부족으로 전력이 부족해 많은 공장이 절전을 위해 가동을 중단했다."고 언급했다.

2024년 1분기 베트남의 전력 소비는 전년 동기 대비 10% 이상 증가했고, 5~7월 피크 전력 수요는 전년 동기 대비 17% 증가할 것으로 보인다.베트남 정부가 이웃나라로부터 긴급히 전기를 구입할 수는 있지만 근본적인 해결책은 아니다.

외국인 투자 증가로 베트남 북부 기업들의 전력 수요가 매년 늘고 있지만 발전시설 신축에도 최소 수년이 걸려 전력난 완화 가능성은 아직 보이지 않는다.

차승민 기자 smcha@nv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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