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독일 주간지 포커스가 11월 11일 전한 바에 따르면, UBS 그룹은 2026년 세계 경제 성장률이 3.3%에 이를 것으로 전망했다. 이는 2025년 예상 성장률 2.9%를 웃도는 수준으로, 미국의 추가 관세로 인한 단기적 압력에도 불구하고 내년 봄부터 회복세가 본격화될 것이라는 분석이다. UBS는 수출 확대, 기업 투자 증가, 그리고 글로벌 인공지능(AI) 열풍을 세계 경제 반등의 핵심 동력으로 지목했다.
UBS는 미국의 무역 장벽이 경제 성장률을 약 0.8%포인트 끌어내렸다고 평가하면서도, 미국 경제의 성장 기반은 여전히 견고하다고 진단했다. 유럽·아시아·신흥국 대부분은 인플레이션이 정상 수준에 근접했지만, 미국은 여전히 고물가 상황이 지속되고 있다. 특히 관세 인상 효과가 소비자 가격에 반영되는 데는 시간이 걸리는 만큼, 미국의 핵심 인플레이션율은 2026년 중반 약 3.4%까지 상승할 것으로 전망했다. 유로존의 핵심 인플레이션율은 2% 수준에서 안정될 것으로 내다봤다.
기술 산업의 급성장은 세계 경제 구도의 변화를 더욱 가속하고 있다. 미국의 9개 주요 기술 대기업 시가총액은 1년 사이 약 6조 달러 증가했는데, 이는 미국 GDP의 약 20%에 해당하는 규모다. UBS는 현재 상황이 1999년 IT 버블과 유사한 측면이 있지만, 당시와 달리 현재 기업들은 실질적 수익을 내고 있으며 자산·부채 구조도 안정적이라고 설명했다. 거품이 존재하더라도 “근거 있는 거품”이라는 의미다.
UBS 선임 이코노미스트 펠릭스 쉬프너는 “2026년은 회복과 기회의 해가 될 것”이라며, 글로벌 중앙은행의 금리 인하와 주요 지역의 재정 부양책이 성장 반등을 견인할 것으로 전망했다. 그는 특히 유럽, 그중에서도 국방 및 인프라 지출 확대가 예상되는 독일의 회복세를 강조하며 독일 경제가 2026년 1.1%, 2027년 1.7% 성장할 것으로 예상했다.
흥미롭게도 UBS는 현재 전 세계에서 부채 상황이 가장 안정적인 국가로 ‘과거 부채 위기의 상징’이던 그리스를 지목했다. 반면 미국·독일·폴란드·브라질 등 주요국은 국내총생산(GDP)의 약 2%를 부채 안정화에 투입해야 하는 상황에 놓여 있으며, 늘어나는 이자 비용과 장기화되는 부채 만기는 부담을 더욱 키우고 있다.
UBS는 향후 세계 경제가 맞을 수 있는 세 가지 시나리오도 제시했다. 첫째, AI 확산이 생산성을 높여 경제 성장률을 0.7%포인트 추가로 끌어올리고 인플레이션을 안정시키는 긍정적 시나리오. 둘째, 반대로 AI 시장이 붕괴해 성장률이 0.5%포인트 떨어지고 금리가 큰 폭으로 하락하는 부정적 시나리오. 셋째, 글로벌 부채 부담이 실질 금리를 끌어올려 경제 성장을 둔화시키는 위험 시나리오다.
UBS는 2026~2027년을 세계 경제의 ‘과도기’로 규정하며, 금리 부담이 낮아졌음에도 여전히 높은 불확실성이 존재한다고 평가했다. 그럼에도 인플레이션 안정, 기술 혁신, 정책 조정이 맞물리면서 세계 경제가 점진적이나마 성장 동력을 되찾을 것으로 전망했다.
최규현 기자 kh.choi@nvp.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