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미국 정부가 인공지능(AI) 산업의 폭발적인 전력 수요 증가에 대응하기 위해 대규모 원자력 발전 프로젝트를 추진한다. 총 800억 달러(약 1036억 싱가포르 달러)가 투입되는 이번 계획은 트럼프 행정부가 원자력 발전 부문을 부흥시키기 위한 핵심 전략으로 평가된다.
미국 정부는 10월 28일(현지시간) 캐나다의 웨스팅하우스 일렉트릭(Westinghouse Electric)과 협정을 체결했다. 협정에 따라 정부는 미국 내 웨스팅하우스 원자로 건설에 자금과 인허가 절차 지원을 제공하기로 했다. 이는 트럼프 대통령이 광업, 철강, 반도체 등 전략 산업에서 추진해온 ‘정부 주도형 투자 모델’을 원자력 분야로 확대한 것이다.
현재 미국에서는 대형 원자로 건설이 사실상 중단된 상태다. 이에 트럼프 행정부는 올해 5월, 미국 핵규제위원회(NRC)에 신속 승인 제도를 도입하도록 지시해 신규 원자로 인허가 기간을 기존 수년에서 18개월로 단축하는 방안을 추진 중이다. 백악관은 2030년까지 10기의 대형 원전 건설을 시작하고, 2050년까지 원자력 발전 용량을 세 배로 늘리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번 주 일본을 방문한 자리에서 “일본이 웨스팅하우스의 AP1000형 원자로 및 소형 모듈식 원자로(SMR) 프로젝트에 최대 3,320억 달러를 투자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일본의 미쓰비시중공업, 도시바, IHI 등이 약 1,000억 달러 규모의 원자로 건설 프로젝트에 참여할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이 계획의 실현 가능성에 대해서는 여전히 의문이 제기된다. 미국 내에서는 신규 원전 건설에 대한 사회적 반발이 크고, 핵폐기물 처리 문제와 막대한 비용 부담이 지속적인 장애 요인으로 지적되고 있다. 실제로 조지아주에서 건설된 두 개의 신형 원자로는 당초 예상비용인 140억 달러의 두 배를 넘는 약 350억 달러가 소요됐다.
한편 웨스팅하우스는 이러한 비용 초과 문제로 2017년 파산보호를 신청했으며, 이후 캐나다의 브룩필드 자산운용사와 우라늄 광산 기업 카메코(Cameco)에 인수됐다.
전문가들은 이번 투자 계획이 AI 산업의 에너지 수요를 해결하고 미국 내 전력망 안정화에 기여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면서도, 막대한 예산과 정치적 부담이 동반된 고위험 정책이라고 지적하고 있다.
이창우 기자 cwlee@nvp.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