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비전e 김호성 기자] "그런 부분도 조금 있죠. 망한다는 조짐이 보이는거와 이자가 만기 상환이 되고 있는 거거든요. 혹시라도 국가 기관에서 오버를 하기도 어려운 부분이구요. 사실 저희가 봤을때도 부정적인 뉴스 이외 긍정적인면도 좀 봐야..
대우조선해양 채권을 여지까지 보유하고 있는 이유로, "상급기관들에 대한 눈치도 작용하는게 아니냐"는 질문에 대한, 우정사업본부 내부의 토로다.
물론 공식적으로라면, 우본 관계자가 이런말 하기 어렵다. 우정사업본부는 미래창조과학부 산하기관이기도 하면서, 금융과 관련해서는 금융위원회의 승인을 받고, 이와 연장선에서 기획재정부의 영향에서도 자유롭지 못한 기관이기 때문이다. 우정사업본부 수장인 김기덕 본부장 역시 미래부에 일부 합류된 옛 정보통신부 시절 감사담당관 등을 역임한바 있다.
그러나 우본이 이처럼 언제나 '을'의 입장인건 결코 아니다.
보험부문 40조, 예금부분 60조로, 총 100조원의 자산을 운용하는 막강한 투자기관이기도 하다. 투자금융(IB) 업계에서는 이른바 '큰손중의 큰손', 500조원이 넘는 돈을 굴리는 국민연금의 5분의 1 수준이긴 하지만, 파생상품 등 일부 거래에 대해서는 그간의 논란에도 불구하고 올해 상반기부터는 거래세를 면제받을만큼 '슈퍼갑'이다.
논란끝에, 올해 4월부터 우정사업본부가 거래하는 차익거래 거래세, 0.3%는 면제된다. 거래세 면제 대상은 코스피200·코스닥150 지수선물, 개별 주식 선물 등으로 제한이 있지만, 이런 거래혜택을 받는 기관은 우정사업본부 이외 찾아보기 힘들다.
그런데도, 우정사업본부의 운용에 있어 이와같은 객관성이 의심되는 대목이 나오면서, 과연 이와 같은 운용 판단 시스템을 갖고 있는 기관에 국민이 맡긴 예금과 보험 자산을 맡겨도 되는지에 대한 의구심은 증폭된다.
한마디로, 대우조선해양 채권을 정가에 산 이후, 이 회사가 부실화되고 있다고 해도 전혀 손을 못쓰고 방치했다는 얘기가 된다. 그것도 국민의 예금과 보험을 굴리는 국가기관 입장에서 100% 시장논리를 기준해서 판단할 입장이 안된다는 말은 심각하다.
이에 대한 우본의 해명은 이렇다. " 우체국예금은 은행업법 또는 보험업법 아닌, '우체국예금보험에관한법률'에 의해 국가가 100% 책임지고 돌려드린다" 시중은행 예금은 5천만원까지만 보장하지만 우체국 예금 및 보험은 부실나도 100% 국가가 책임져 준다는 해명이다.
안심하라는 말이겠지만, 따져보면 참 이상한 표현이다.
부실화되서 지원하는 국가돈 역시 국민들 주머니에서 나오기 때문이다.
관치금융 시절 터진, IMF이후 옛 조흥은행, 상업은행, 외환은행 살리는데 수십조원의 국민돈인 이른바 공적자금이 들어갔고, 우리은행 지분 매각 등 민영화하는데에만 십년을 훨씬 넘는 세월이 걸렸다.
금융기관 부실지원하기 위해 예금보험공사를, 대우 등 부실기업 지원하기 위해 자산관리공사(캠코) 만들어서 지금까지 그 기관들이 남아있는게 현실이다. 당시에도 국민돈 취급하는 기관들은 정부의 영향 때문에 시장적 판단을 하지 못했고, 그래서 부실을 키웠다는 지적이 제기됐던 것을 비교하면, 우정사업본부의 현재의 토로와 많이 다를게 없다.
김성립 대우조선해양 사장은 15일, 당장 4월 4400억원의 채권만기가 도래하는데 대해, "회사내에서 대응책을 고민하고 있다"라고 답하면서도 별다른 대응책은 내놓지 못했다. 단지 앙골라에서 '소난골 드릴십' 인도가 상반기에 이뤄질 경우 돈이 들어오는 것을 기대하는 모습이다.
이런 와중에 15일 한국기업평가는 대우조선해양에 대한 회사채 등급을 'B+'에서 'B'로 강등했다. "해양공사 잠재 손실, 자회사 대여금에 대한 충당금 설정 등 일부 손실 가능성도 있다", "의미 있는 실적 개선을 기대하기 어렵다" 등의 판단을 긍거로 이 회사에 대한 등급 전망도 '부정적'을 제시했다.
우본은 최소 신용평가등급이 'A-'이상은 되야 투자를 하는 내부 기준이 있다. 대우조선해양이 그 이상의 등급이었을때 운용사에게 일임해서, 제가격에 대우조선해양 회사채를 샀다는 설명이다.
대우조선해양에 대한 부실화 문제가 터져나온 이후에도, 신용등급이 'B'등급까지 연이어 강등될때까지 우본은 그간 손놓고 있었다는 거고, 이에 이르기까지, 시장적 판단에 애로도 작용했다는게 내부적인 토로다.
더 큰 문제는 이와 같은 사정은 바뀌지 않는 상태에서, 앞으로도 상황이 어떻게 될지는 낙관할수 없다는 거다.
4월 이전 대우조선해양이 큰 수주를 못하거나, 앙골라로부터 인도금이 늦어지면, 자체적으로 해결할 방법은 없어보인다.
이런 시나리오를 감안하면, 우본 역시 앞으로도 그냥 속수무책이다. KDB산업은행, 한국수출입은행 등 국책은행 뿐 아니라, KB국민·KEB하나·NH농협·신한·우리은행 등 시중은행들까지 연관돼 있으니 설마 최악의 국면이야 발생하겠냐는 입장도 없지 않다.
이런 마당에, 우본이 '한국형헤지펀드' 사업에 참여하기 위해 운용사들을 만나고, 펀드 사업 확대를 위해 금융위 승인을 기다리고 있다는 말도 들린다. 운용사들을 다시 만나는 과정에서, 대우조선해양 채권 매입에 있어, 투자를 일임했던 운용사에 대해서는 우본은 지금 어떤 판단을 하고 있는지 나온게 없다.
이눈치 저눈치 봐야 하는 상황에서, 투자사업 영역 확대가 과연 국민돈 안전하게 운용하는데 얼마나 도움이 될지 미지수다.
우본 뿐 아니라 이를 감독하고 업무를 승인하는 미래창조과학부, 금융위원회, 기획재정부 등 상급 기관부터, "그런 부분도 사실 조금 있죠"라는 우정사업본부 내부의 말이 나오지 않도록 자정할 필요성이 제기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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