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동훈 법무연수원 연구위원(검사장)이 24일 오후 서울 서초구 대검찰청에서 열린 '검언유착' 의혹 사건 수사심의위원회에 출석하기 위해 차를 타고 지하주차장으로 들어가고 있다[사진=뉴시스]
한동훈 법무연수원 연구위원(검사장)이 24일 오후 서울 서초구 대검찰청에서 열린 '검언유착' 의혹 사건 수사심의위원회에 출석하기 위해 차를 타고 지하주차장으로 들어가고 있다[사진=뉴시스]

 

‘검언유착’ 의혹 사건과 관련한 KBS 오보를 놓고 윤석열 검찰총장을 겨냥한 외부 권력자의 보도지시가 있었을 가능성에 세간의 관심이 쏠리고 있다. 이어 조작된 녹취록 내용을 KBS에 전달한 인물이 서울중앙지검 핵심 간부라는 의혹이 제기됨에 따라 검찰 수사의 방향이 서울중앙지검과 연결된 정치권을 조준할 것으로 전망된다.

지난 18일 KBS는 한동훈 검사장과 이동재 전 채널A 기자의 검언유착 정황이 확인됐다는 취지의 보도를 했다. 이에 이 전 기자가 실제 녹취록을 공개해 KBS의 보도가 허위보도였다며 KBS 보도관계자 등을 명예훼손 혐의로 고소하자, 다음날 KBS는 오보를 인정하며 사과했다.  

KBS 보도가 실제 대화 녹취록을 확보하지 않은 상태에서 누군가에게 전해들은 말을 토대로 재구성한 ‘전언 보도’였던 것으로 밝혀진 가운데, 이 허위정보를 제공한 취재원이 서울중앙지검 핵심간부라는 의혹이 제기돼 이 취재원의 정체는 물론 KBS의 검언유착 관련 허위보도를 지시한 KBS 사장을 비롯해 편집국장, 기자 등 KBS 보도 관계자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세간에서 ‘이 취재원은 이성윤 서울중앙지검장일 것’이라는 추측이 가장 유력한 것으로 보인다. 이 지검장은 DJ시절부터 이어진 서울중앙지검 호남라인 중 한명이며 검찰 안팎에서 대표적인 친문세력으로 평가받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 지검장은 울산시장 선거개입 의혹 수사 등을 놓고 윤 총장과 대립각을 세운 인물이기도 하다.  

취재원에게 검언유착 관련 녹취록이 있다는 제보를 받은 기자는 이와 관련해 기사를 작성한 뒤 편집국의 2차 검열을 거쳐 사장의 최종 보도 승인을 받았을 것으로 추정된다.  

해당 보도는 사정기관·정치권과 관련된 민감한 사안이었기 때문에 사장에서 다시 편집국으로, 편집국에서 기자로, 다시 취재원으로 녹취록에 대한 사실 확인 작업이 수차례 이어졌을 가능성이 크다.  

이러한 상황이라면 취재원이 제공한 녹취록이 허위정보라는 사실을 KBS 측이 몰랐을 확률은 희박하다. 실제 대화 녹취록을 확보하지 않은 점, 취재원의 증언을 재구성한 내용을 녹취록으로 보도해 문제가 발생할 것이라는 점을 보도 관계자들이 알고도 묵과한 셈이다.  

취재원의 정보가 허위정보임을 알고도 보도지시를 내린 상황이라면, KBS 양승조 사장은 논란을 피해갈 수 없을 것으로 보인다. 이 사태가 현 정권과 밀접한 연관성이 있다는 의구심이 든다는 것이다. 

2018년 4월 6일 문재인 대통령이 사장 임명을 재가한 양승동 KBS 사장에 대해 꾸준히 ‘정치적 편향’ 논란이 제기되고 있다. 일부에서는 “양 사장이 취임한 이후로 단 한번도 제대로 된 정부 비판을 한 적이 없으며, 정치적 편파성이 짙은 프로그램을 만들고 있다”고 비판하기도 한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문재인 정권의 언론·방송 장악을 비판할 때 빠짐없이 거론되는 사례가 KBS의 정치적 편향 방송 실태다. 양 사장 취임 후 KBS 뉴스보도가 전반적으로 진보적인 색채를 뛰었다는 분석도 나온다.  

또한 이명박·박근혜 정권에서는 PD수첩과 같은 시사 프로그램을 폐지하는 방식으로 방송과 언론을 장악했다면 문재인 정권에서는 정치성향이 같은 사람을 요직에 꽂아 넣거나 보수층에 인기 있는 프로그램들을 갑작스럽게 폐지하는 방식으로 방송·언론을 손에 쥐었다는 비판도 나오고 있다.  

이러한 상황을 종합해 볼 때 ‘허위정보를 제공한 서울중앙지검의 대표적인 친문세력 이 지검장, 허위보도임을 알면서도 현 정권의 마패를 쥐고 보도를 지시한 KBS 사장, KBS 사장에게 허위보도를 압박한 현 정권’ 이라는 삼각형 구도가 형성된다.  

이와 관련, 이 삼각구도를 통해 현 정권이 ‘윤 총장 흔들기 조작방송’을 시도한 것 아니냐는 시각도 존재한다.  

최근 법무부가 검찰의 지휘라인을 대거 친(親)정권 호남출신으로 교체한 점, 청와대가 ‘검·경 수사권 조정 시행령 잠정안’으로 검찰 힘 빼기에 돌입한 점 등 현 정권의 ‘윤 총장 흔들기’에 불이 붙고 있던 때에 KBS 방송으로 정점을 찍으려 했으나 이 기자의 녹취파일 공개로 찬물이 끼얹어졌다는 것이다.  

이러한 상황을 놓고 ‘검언유착’ 관련 수사가 결국엔 현 정권을 겨눌 것이라는 관측이 제기됨에 따라 청와대가 이를 어떻게 무마시켜 나갈지 주목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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