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검찰총장과 한동훈 검사장[사진=뉴시스]
윤석열 검찰총장과 한동훈 검사장[사진=뉴시스]

윤석열 검찰총장을 향한 범여권의 공격이 날이 갈수록 거세지고 있는 가운데 검찰 안팎에서 윤 총장을 향한 의구심이 조금씩 확산되고 있다.

윤 총장이 범 여권의 검찰 개혁 움직임에 지나칠 정도로 침묵을 지키고 있어 이를 두고 여러 분석이 제기되고 있다. 

여권과 법무부의 검찰 다잡기로 측근들이 대부분 한직으로 자리를 옮겼고 주요수사에 대한 검찰총장의 지휘 권한을 사실상 빼앗았는데도 윤 총장이 이렇다 할 반발조치를 취하지 않고 있다. 

이처럼 윤 총장이 무기력한 모습을 보이자 일각에서는 “여권을 향한 한방은 없었다” “조직을 지키지 못하는 무능한 검찰총장” “자신의 안위를 지키기 위해 정권의 눈치를 보는 것 아니냐” 등 비판적 시각으로 보고 있다. 

이에 검찰 주변에서는 “윤 총장이 검찰조직을 위해 용단을 내려야 한다”고 요구하는 목소리가 점점 커지고 있다.

지난 1월 법무부가 여권을 향한 수사에 뛰어든 대검 간부들을 전보 조치했다. 윤석열 검찰총장의 대검 참모 8명 전원을 한직인 고검 차장과 지방검사장으로 좌천시킨 것이다.

검찰 내 윤석열 라인으로 알려진 배성범 서울중앙지검장은 고검장급으로 승진 발령 내면서도 비수사 보직인 법무연수원장으로 보임했다. 윤 총장과 가까운 사이로 알려진 윤대진 수원지검장은 사법연수원 부원장으로 자리를 옮겼다.

윤 총장의 오른팔로 불리던 한동훈 검사장은 대검찰청 반부패강력부장으로 영전하면서 역대 최연소 검사장으로 승진했으나 부산고검 차장검사로 좌천됐다. 사실상 윤 총장 라인이 대부분 해체가 된 것이다. 

좌천성 인사로 윤 총장의 최측근들로 구성된 이른바 ‘윤석열 사단’을 해체시킨 법무부는 이후부터 본격적인 ‘윤 총장 흔들기’에 돌입했다. 

‘검언유착’ 수사 관련 추미애 법무부 장관이 ‘검찰총장은 서울중앙지검 수사팀의 지휘감독을 하지 말고 수사 결과만 보고 받으라’는 수사지휘권을 발동했다. 

이어 청와대가 ‘검·경 수사권 조정 시행령 잠정안’을 마련한 것으로 확인됐다. 시행령에는 검찰의 수사범위가 대폭 축소된 점, 중대범죄의 경우 추미애 법무부장관의 사전승인이 필요하다는 점이 담겨 논란이 된 바 있다. 

이같이 검찰 힘 빼기가 본격화되면서 검찰 주변에서 윤 총장을 향한 의문을 제기한다. 
검찰 동향에 밝은 한 소식통은 “검찰 내부 일선 검사들 사이에서 ‘검찰이 사실상 산산조각 났는데 윤 총장이 왜 침묵을 유지하는지 이해가 안된다’는 말이 심심치 않게 나온다”고 말했다.

통상 법무부장관은 일선 검사들의 수사를 직접 지휘할 수 없고, 구체적 사건의 경우 검찰총장만을 지휘하도록 규정되어 있다. 

장관의 통제정도가 지나치다고 여겨질 경우 검찰총장이 검찰의 독립성을 위해 움직여야 한다는 인식이 깔려 있다. 이것이 어려울 경우 용단을 내려 항의성 사퇴를 감행하는 것이 ‘검찰총장다운 행위’라는 인식이 팽배하다. 

정권에서 검찰을 공격하는 모양새를 띄면 검찰총장은 검란을 일으키고 즉시 정권을 향해 칼날을 겨눠왔다. 채동욱 전 검찰총장은 박근혜 정부와 대립각을 세워 사실상 찍어내기로 물러났고 김수남 전 검찰총장도 박 전 대통령이 임명했음에도 박 전 대통령을 상대로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원칙주의자’, ‘강골’, ‘검찰의 정의’ 등의 꼬리표를 달고 있는 윤 총장이 이러한 정부의 행태에 사실상 침묵모드로 일관하자 검찰 내부에서는 이를 두고 비판하는 목소리도 적지 않다.

검찰 주변에서는 “윤 총장이 추진한 주요 수사들을 보면 소리만 요란한 게 대부분이고 문재인 정부의 검찰개혁에 대해서도 내부의 아우성에도 침묵으로 일관하고 있다”고 의아한 표정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또 야권 등 정치권을 비롯한 일각에서 “윤 총장이 처가리스트 등 정권에 잡힌 약점이 있어 검찰개혁에 소극적으로 대응하며 임기만 채우려고 하는 것 아니냐”고 꼬집는 말까지 나오고 있다. 

윤 총장이 지금까지 수사에 돌입했던 주요 사건들을 놓고 한 국회의원은  '태산명동 서일필(泰山鳴動 鼠一匹)'이라고 비유하기도 했다. '태산이 떠나갈 듯 요동쳤으나 뛰어나온 것은 쥐 한 마리뿐'이라는 뜻으로 윤 총장의 요란한 수사는 일종의 ‘시늉’에 불과하다는 비판이 깔려있다.

조국 전 법무부장관 수사결과 검찰은 지난해 12월 31일 조 전 장관을 11가지 혐의로 불구속 기소했다. 검찰 스스로도 조 전 장관 혐의가 구속 기소할 만큼 중대하지 않다는 사실을 인정한 셈이다.

조 전 법무부장관의 사모펀드 의혹과 관련해서는 조 전 장관이 연루됐다는 결정적인 증거를 잡지 못하고 공직자 재산공개에서 펀드 투자자금이 누락된 점만 문제 삼아 기소하는데 그쳤다. 

지난 18일 KBS는 한 검사장과 이동재 전 채널A 기자의 검언유착 정황이 확인됐다는 취지의 보도를 해 ‘허위보도’였다며 사과를 한 바 있다. KBS 가 입수한 대화 녹취록이 허위 정보였고 이 허위정보를 제공한 취재원이 서울중앙지검 핵심간부라는 의혹이 제기됐음에도 불구하고 윤 총장은 그 어떤 입장도 내놓지 않았다. 

법무부는 윤 총장의 오른팔 한 검사장을 사실상 직무에서 배제하고 직접 감찰에 착수했다. 검찰 수사가 진행 중인 상황에서 법무부가 직접 감찰에 나서는 극히 이례적인 상황이 펼쳐졌음에도 윤 총장 침묵으로 일관하고 있다, 사석과 공석에서 자신의 입장을 전혀 내지 않고 있는 것이다. 

이에 “윤 총장은 임기 완주를 목표로 달리는 방관자에 가까워 보인다”는 말까지 검찰 주변에서 들린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최근에 검찰 내부의 분위기도 심상치 않다.
한 검찰 관계자는 6일 “법무부에 짓눌려 조직을 이끌 수 없는 윤 총장이 더 시간을 끌면 검찰조직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며 “윤 총장은 소극적인 태도와 지휘권을 스스로 억제해 일선검사들이 조직을 지키기 위해 움직일 수 있는 때를 놓치도록 만들었다”고 윤 총장을 비난했다.

그러면서 이 관계자는 “윤 총장은 검찰조직을 위해 용단을 내려야 할 시기에 직면했다”고 말했다. 

한편 윤 총장은 지난 3일 신임검사 임관식에서 "대의제와 다수결 원리에 따라 법이 제정되지만 일단 제정된 법은 누구에게나 공평하게 적용되고 집행돼야 한다"며 "헌법의 핵심 가치인 자유민주주의는 평등을 무시하고 자유만 중시하는 것이 아니다. 이는 민주주의라는 허울을 쓰고 있는 독재와 전체주의를 배격하는 진짜 민주주의"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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