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뉴시스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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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로화가 달러 대비 가파르게 절상되며 유럽경제에 복합적인 영향을 미치고 있다. 유럽중앙은행(ECB)의 일부 고위 인사는 유로화 강세가 인플레이션 억제에는 도움이 될 수 있지만, 수출과 성장 둔화, 디플레이션 압력 등의 부작용을 초래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이러한 배경 속에서 ECB의 추가 금리 인하 가능성이 점차 현실화되고 있다.

스페인 《이코노미스트》는 7월 2일 보도에서 “유로화 환율이 1유로당 1.2달러를 돌파할 경우 유럽경제에 심각한 타격이 예상된다”며 ECB 부총재 루이스 데킨도스의 우려를 전했다. 유로화는 올해 달러 대비 약 14% 상승한 가운데, 이는 미국 경제에 대한 신뢰 저하와 유럽 내 투자 흐름 집중이 맞물린 결과로 해석된다.

일견 강세 유로는 유로존의 물가 상승을 억제하는 긍정적 요인처럼 보인다. 현재 인플레이션율은 ECB의 목표 수준에 근접해 있으며, 통화 절상은 수입 물가를 낮추는 데 기여하고 있다. 그러나 지나친 유로화 절상은 오히려 유럽의 수출경쟁력을 약화시키고, 회복 중인 경제에 역풍이 될 수 있다는 경고가 잇따르고 있다.

프랑스 미라보 은행은 “강세 유로는 이미 저비용 중국산 수입 증가와 맞물려 유럽이 이중 디플레이션 압력에 직면하게 만들었다”고 분석했다. 특히 스위스처럼 자국 통화 절상으로 디플레이션을 겪은 사례는 ECB에 큰 경고가 되고 있다.

시장 전문가들 역시 유로화 강세가 구조적인 경기 회복보다는 달러 약세와 투기적 요인에 기인한 것으로 보고 있다. 매슈 라이언 에브리 마케팅전략이사는 “유로화 상승은 유로존의 펀더멘털 개선 때문이 아니라, 달러화에 대한 공매도 확대가 주 원인”이라고 분석했다.

한편, 독일을 비롯한 주요 유럽 국가들은 대규모 인프라 지출을 통해 경기 부양에 나섰고, 유럽연합(EU) 역시 적자 통제를 완화하며 대응에 나서고 있다. 그러나 ECB 내부에서는 통화 강세가 이러한 재정 확장 노력에 찬물을 끼얹을 수 있다는 우려도 커지고 있다.

네덜란드 ING의 거시경제 책임자인 카스텐 브제스키는 “유로화 강세는 디플레이션을 초래하고 수출산업을 위축시킬 수 있으며, 추가 금리 인하를 정당화하는 충분한 이유가 된다”고 말했다. TS 롬바드의 다비드 오넬리아 역시 “강세 유로가 단기적으로 유럽의 성장과 물가 상승률을 지나치게 낮출 수 있다”고 경고했다.

실제로 ECB 이사회 위원이자 라트비아 중앙은행 총재인 마르틴스 카자케스는 “추가적인 유로화 절상이 인플레이션을 더욱 낮추고 수출에 부담을 주어, 결과적으로 금리 인하로 이어질 수 있다”고 밝혔다.

시장 조사기관 BNP파리바는 유로화가 10% 절상될 경우 기업 이익이 2~3% 감소하고, ECB는 유로존 수출이 5~10% 줄어들 수 있다고 전망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TS 롬바드는 “현재 유로화 수준을 지나치게 우려할 필요는 없다”며 “유럽 산업과 통화의 동반 회복이 이루어지고 있다”고 평가했다. 다만, 해당 기관은 ECB가 9월 추가 금리 인하를 단행함으로써 유로화 절상에 따른 부작용을 완화할 수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ECB의 다음 통화정책 결정은 유로화의 향방뿐 아니라 유럽 경제의 미래를 가를 중요한 분기점이 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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