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브릭스(BRICS) 국가들은 오는 7월 6일 브라질 리우데자네이루에서 열리는 정상회의에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강경한 무역 정책을 직접적으로 지목하지 않으면서도 비판하는 공동 성명을 채택할 예정이다. AFP와 블룸버그 통신 보도에 따르면 브라질, 러시아, 인도, 중국, 남아프리카공화국 등 11개 신흥국의 외교관들은 미국의 일방적인 무역 조치에 대해 “엄중한 우려”를 표명하는 초안을 준비 중이다.
정상회의는 이틀간 개최되며, 참석국들은 미국의 관세 및 비관세 장벽 정책이 글로벌 경제에 불확실성을 초래하고 있다고 간접적으로 비판할 전망이다. 그러나 공동 성명은 미국을 명시적으로 언급하지는 않을 것으로 보인다. 이는 특히 최근 미국과 관세 완화 협상에 돌입한 중국의 입장을 고려한 조치로 풀이된다.
페르난데스 리우데자네이루 가톨릭대학교 브릭스정책센터장은 AFP와의 인터뷰에서 “최종 선언문에서 미국을 지목하기는 어려울 것”이라며, “지금은 세계 양대 경제 대국이 충돌할 시기가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현재 브릭스 주요국, 특히 인도와 중국은 미국이 설정한 ‘대등한 관세’ 발효 기한인 7월 9일 이전에 협상을 타결짓기 위해 분주히 움직이고 있다. 이는 이번 회의가 미국과의 무역 갈등을 둘러싼 브릭스 국가들의 전략 조율의 장이 될 수 있음을 시사한다.
또한 회의에는 회원국 이란 대표들도 참석하여, 팔레스타인 국가 건립에 대한 지지를 호소하고 브릭스 차원의 강경 대응을 요구할 예정이나, 가자지구 문제와 이란-이스라엘 갈등을 두고는 회원국 간 의견 차이가 존재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브라질은 이번 회의가 중동 문제를 비롯한 국제 현안에 대해 브릭스 국가들이 공동 입장을 내는 계기가 되기를 희망하고 있다. 브라질 외무장관 마우루 비에라는 “역사적으로 브릭스는 주요 국제 문제에서 일치된 입장을 보여왔으며, 이번에도 예외일 수 없다”고 말했다.
이번 회의에는 주요 리더들의 불참도 눈에 띈다. 중국 시진핑 국가주석은 국가주석으로 재직한 지난 12년간 처음으로 브릭스 정상회의에 불참하며, 리창 총리가 대신 참석한다. 전문가들은 시진핑의 불참 이유로 최근 베이징에서 브라질 대통령 룰라를 접견한 점을 들고 있다.
전쟁범죄 혐의로 국제형사재판소(ICC)에 의해 기소된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도 불참을 선택했으며, 화상 연결을 통해 회의에 참여할 예정이다. 두 정상의 부재는 이번 브릭스 정상회의의 정치적 무게감을 일부 약화시킬 수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브릭스는 이번 회의를 통해 미국 중심의 국제질서에 대한 대안을 모색하고, 글로벌 남반구 신흥국 간의 연대 강화를 도모할 방침이다.
차승민 기자 smcha@nvp.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