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뉴시스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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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매사추세츠 공과대학교(MIT)의 최근 연구에 따르면, ChatGPT를 활용해 글을 작성한 학생들은 창의성과 비판적 사고 능력이 현저히 낮은 것으로 나타났다. 해당 연구는 인공지능(AI) 기반 글쓰기 도구가 학습 과정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를 분석하며 교육계에 적잖은 파장을 일으켰다.

연구진은 성인 학생 54명을 세 그룹으로 나누어, 20분 내에 주어진 주제에 대해 논문 형식의 글을 작성하게 했다. 첫 번째 그룹은 ChatGPT를 활용할 수 있도록 했고, 두 번째 그룹은 일반적인 검색 엔진만 사용할 수 있게 했으며, 세 번째 그룹은 어떠한 도구도 없이 오로지 자신의 지식과 사고력만으로 글을 써야 했다.

연구는 학생들의 뇌파를 측정하며 뇌의 활동 정도와 연계성을 관찰했으며, 그 결과 ChatGPT를 활용한 학생들의 뇌 활동이 현저히 낮고, 뇌의 여러 영역 간 연결 역시 적은 것으로 나타났다. 연구진은 이 그룹에서 “뇌가 상대적으로 덜 작동하며, 글쓰기 활동이 피상적 수준에서 그치고 있다”고 분석했다.

또한 학생들이 작성한 글에 대해 기억을 바탕으로 말로 재현하도록 요구한 결과, ChatGPT 사용자 그룹의 80% 이상이 자신이 작성한 문장을 제대로 말하지 못한 반면, 다른 두 그룹에서는 이러한 비율이 약 10%에 불과했다. 특히 글쓰기 경험이 누적될수록 ChatGPT 사용자들은 AI가 생성한 내용을 그대로 복사해 붙이는 경향이 강해졌다.

두 명의 교사는 실험 참가자들의 글을 평가하며, ChatGPT로 작성된 글을 쉽게 구분할 수 있었다고 밝혔다. 이들은 “문법과 문장 구조는 완벽에 가깝지만, 글에서 인간적인 개성이나 깊이 있는 통찰, 창의성이 보이지 않는다”며, “영혼이 없는 글”이라는 표현을 사용하기도 했다.

이번 연구의 책임 저자 나탈리야 코스미나는 해당 논문이 지난달 온라인에 공개된 이후 전 세계 3,000명 이상의 교사들로부터 피드백 이메일을 받았다고 밝혔다. 교육 현장에서 AI 도구 사용에 대한 우려와 공감이 동시에 확산되고 있는 분위기다.

일부 언론은 이 연구를 근거로 “ChatGPT가 인간을 둔하게 만든다”는 주장을 내세웠으나, 코스미나는 이에 동의하지 않았다. 그녀는 네 번째 관찰 실험에서 원래 AI 없이 글을 쓰던 그룹이 ChatGPT를 사용하도록 했을 때, 오히려 이들의 뇌파 활동이 활발해졌다고 설명하며, “AI를 무조건 배제하기보다는 어떻게 활용할지를 고민해야 할 시점”이라고 강조했다.

코스미나는 끝으로 “본 연구는 소규모 표본을 바탕으로 진행됐기 때문에 절대적인 결론으로 받아들여서는 안 된다”며, “AI 도구가 교육에 긍정적으로 기여할 수 있도록, 더 정교하고 포괄적인 후속 연구가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차승민 기자 smcha@nv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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