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로화와 엔화 상승, 달러·스위스 프랑 하락

전 세계 외환보유고에서 미국 달러의 비중이 2024년 3분기 말 57.4%로 떨어지며 1995년 이후 최저치를 기록했다. 이는 국제통화기금(IMF)이 발표한 자료에 따른 것으로, 달러 점유율은 전 분기 대비 0.85%포인트, 전년 동기 대비 1.8%포인트 감소했다. 2분기 연속 하락세를 이어간 결과다.
달러와 함께 스위스 프랑의 비중도 하락했다. 스위스 프랑의 점유율은 2분기 말 0.2%에서 3분기 말 0.17%로 감소했다.
반면, 유로화와 엔화는 주요 수혜자로 떠올랐다. 유로화의 비중은 2분기 말 19.75%에서 20.02%로 상승하며 안정적인 성장세를 보였다. 일본 엔화 역시 3분기 말 5.82%로 0.22%포인트 상승하며 2021년 3월 이후 최고치를 기록했다. 중국 위안화의 점유율도 2분기 말 2.14%에서 3분기 말 2.17%로 소폭 상승하며 점진적인 입지를 넓히고 있다.
힌두스탄 타임스에 따르면, 전 세계적으로 달러 의존도를 줄이려는 '탈달러화' 추세는 새로운 현상이 아니다. 미국 정부 부채 위험이 증가할 때마다 디달러화가 논의되었고, 이번에도 유사한 흐름이 반복되고 있다. 특히, 우크라이나 전쟁 이후 미국이 러시아에 제재를 가하며 글로벌 결제 시스템인 SWIFT에서 러시아를 배제한 것이 탈달러화를 더욱 가속화했다.
2022년에는 중앙은행들이 1950년 이후 가장 많은 금을 매입하며 달러 의존도를 줄이고 자산을 다변화하려는 노력을 강화했다. 2024년에도 금 매입은 계속 증가하고 있지만, 금은 수익을 창출하지 않고 보관 비용이 발생하기 때문에 장기적인 대안으로는 한계가 있다.
미국의 금리 상승은 달러 점유율 하락의 또 다른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2022년 초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발발 이후 미국 1년 만기 국채 수익률은 0%대에서 5% 이상으로 치솟았다. 이는 연준의 인플레이션 통제를 위한 금리 인상 정책의 결과로, 달러 표시 채무의 매력을 감소시켰다. 또한, 달러 강세로 인해 신흥 시장에서 달러 유동성이 위축되고 있는 점도 문제가 되고 있다.
탈달러화 흐름이 전 세계적으로 확산되고 있지만, 미국 달러가 국제 통화 시장에서 완전히 패권을 잃을 가능성은 낮아 보인다. 다만, G7 이외의 지역이 발전하면서 글로벌 금융 시장에서 달러의 영향력은 점진적으로 축소될 것으로 전망된다.
미국 내에서는 관세 증가, 노동력 공급 감소, 감세 정책 등이 인플레이션을 부추길 가능성이 높다. 또한, 연준의 금리 정책에 대한 압박은 미국 금융 시장의 불확실성을 키울 수 있다. 이러한 상황 속에서 중앙은행들이 대체 통화를 모색하는 움직임은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달러 패권의 미래는 여전히 안정적이지만, 변화의 물결은 이미 시작되었으며, 글로벌 경제 환경에서 새로운 균형을 요구하고 있다.
이창우 기자 cwlee@nv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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