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미국 국채에 대한 외국인 투자 수요가 사상 최고치를 기록한 가운데, 중국은 보유량을 줄이며 미국의 해외 채권국 순위에서 3위로 밀려났다. 이는 20여 년 만에 처음으로 중국이 영국에 추월당한 사례로, 미중 간 지정학적 긴장과 자산 배분 전략 변화가 복합적으로 작용한 결과로 해석된다.
미국 재무부가 5월 16일(현지시간)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외국 투자자들의 3월 미국 국채 보유액은 총 9조 500억 달러(한화 약 11조 7,700억 달러)로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다. 일본은 이 가운데 49억 달러를 추가 매입하며 보유액 1조 1,300억 달러로 최대 채권국 자리를 지켰다.
반면, 중국은 올해 들어 처음으로 국채 보유량을 줄였으며, 3월 기준 보유 규모는 7,654억 달러로 감소해 영국(7,790억 달러)에 밀려 3위로 내려앉았다. 중국의 보유량은 2018년 이후 지속적으로 감소해 왔으며, 2023년 12월에는 7590억 달러로 2009년 2월 이후 최저치를 기록한 바 있다.
일각에서는 중국이 미국 국채 매각을 ‘금융 무기’로 활용할 가능성을 제기하지만, 전문가들은 이러한 해석에 신중한 태도를 보이고 있다. 로이터 통신에 따르면, 미국 전 재무부 관료이자 외교관계협회(CFR) 선임연구원인 브래드 서저는 중국의 국채 매도는 탈달러화가 아니라 포트폴리오 구조 재조정과 만기 단축 전략의 일환일 수 있다고 분석했다.
월스트리트저널은 역시 중국이 대규모 미국 국채 매각을 통해 보복 조치에 나설 가능성은 낮다고 평가했다. 현재 3조 2,000억 달러를 넘는 외환보유액 중 상당 부분이 미국 자산에 묶여 있어, 국채 가격이 폭락할 경우 중국 스스로 막대한 손실을 입게 되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중국은 미국 국채 비중을 점차 줄이는 동시에, 수익성 높은 자산에 대한 투자를 확대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이는 미중 관계의 불확실성에 대한 대응 전략으로도 해석된다. 중국 경제 매체 《월스트리트 저널》은 향후 중국의 미국 국채 보유 동향이 미중 관계 변화에 크게 좌우될 것이라 전망했다.
한편, 미국의 대중 관세 압박이 재개되면서, 중국 내에서는 미국 국채 시장의 변동성이 외환수익에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되고 있다. 이에 대해 중국 중앙은행의 주란 부행장은 “중국의 외환보유고는 안전성과 유동성을 중시하며, 자산이 잘 분산되어 있어 단일 시장의 변동성이 미치는 영향은 제한적”이라고 밝혔다.
중국의 미국 국채 보유량 변화는 단순한 투자 전략을 넘어 미중 간 금융 관계의 미묘한 변화를 반영하고 있다. 향후 양국 간 긴장이 심화될 경우, 글로벌 금융 시장 전반에 적잖은 파장이 예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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