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뉴시스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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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 주요 경제권이 미국 달러화 의존에서 벗어나기 위한 본격적인 움직임에 나섰다.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에 따르면, 아세안(ASEAN) 10개국과 한국, 중국, 일본 등 이른바 ‘10+3’ 국가들이 5월 4일 이탈리아 밀라노에서 열린 회의에서 새로운 신속 금융 메커니즘을 공식 승인했다. 이 메커니즘은 처음으로 위안화를 포함한 지역 통화 기반으로 운용된다.

이번 결정은 미국 트럼프 전 대통령의 글로벌 관세 정책이 야기한 금융 불안정에 대응하기 위한 조치로 풀이된다. 최근 아시아 통화의 강세와 미국 국채 시장의 급격한 변동성이 이러한 메커니즘 도입을 앞당겼다.

새로운 금융도구는 ‘치앙마이 이니셔티브 다자화 메커니즘(CMIM)’의 일환으로, 위기 상황에서 국제 수지 악화를 겪는 회원국에 긴급 자금을 신속하게 지원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 CMIM은 1997년 아시아 금융위기 이후 구축된 아시아 내 통화 스와프 협정으로, 현재 대출 한도는 2,400억 달러에 달한다. 그러나 지금까지 실제로 자금 요청이 이뤄진 사례는 없다.

이번에 새롭게 승인된 ‘신속 금융 도구’는 특히 전염병, 자연재해 등 외부 충격에 대한 지역 내 대응 능력을 강화하는 데 중점을 둔다. 주목할 점은 해당 도구가 달러가 아닌 위안화 등 아시아 지역 통화로 운용된다는 것이다. 이는 글로벌 통화 질서에서 달러의 지배력을 약화시키고, 중국 위안화의 국제화를 가속화하는 결정적인 전환점이 될 것으로 보인다.

중국 중앙은행은 이 조치를 "국제 통화 체계의 다원화"를 촉진하는 중대한 돌파구라고 평가했다. 스탠다드차타드은행의 딩솽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위안화가 정식 포함된 것은 위안화에 대한 국제적 수용도가 높아졌음을 보여주며, 이는 위안화 국제화의 중요한 진전”이라고 분석했다.

한편, 로이터 통신은 5월 6일 보도에서 최근 아시아에서 벌어지고 있는 ‘달러 매도’ 현상이 이러한 변화를 반영한다고 전했다. 싱가포르, 한국, 말레이시아, 중국 본토 및 홍콩 통화 대비 달러 환율이 크게 하락하고 있으며, 이는 아시아 내 자본 흐름이 달러 자산에서 이탈하고 있음을 시사한다.

전문가들은 이러한 추세가 트럼프 전 대통령의 공격적인 관세 정책으로 촉발됐으며, 달러에 대한 신뢰 하락과 맞물려 위안화 등 대체 통화로의 전환이 가속화될 가능성이 크다고 보고 있다. 골드만삭스는 최근 보고서에서 “투자자들이 위안화를 매수하며 달러 추가 약세를 예상하고 공매도에 나서고 있다”고 밝혔다.

아시아의 이번 결정은 단순한 금융 수단의 변화가 아닌, 향후 국제 통화 질서 재편의 신호탄으로 해석될 수 있다.

이창우 기자 cwlee@nv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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