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로존의 인플레이션율이 3년 만에 2% 아래로 빠르게 둔화
유로화 약세가 예상되면서 유로당 환율이 달러당 1유로 아래로 하락 전망

사진=뉴시스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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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CB가 금리 인하를 서두를 가능성이 빠르게 높아지고 있다. 

유로존의 인플레이션율이 3년 만에 2% 아래로 떨어지는 등 예상보다 빠르게 둔화되고 있기 때문이다. 독일을 비롯해 경제 불안이 커지고 있다. 

시장에서는 ECB가 2025년 봄까지 금리를 연속 인하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유로화 약세가 예상되면서 유로당 환율이 달러당 1유로 아래로 떨어질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추가 금리 인하 가능성을 검토할 여지가 있다. "요아힘 나겔 독일 중앙은행 총재는 10월 초 독일 언론에 추가 금리 인하 가능성을 시사했다. 완화적 통화정책에 신중한 매파 인사들이 이를 언급한 것은 이례적이다. 9월 통화정책회의(유럽중앙은행이 금리 인하를 결정할 것으로 예상됨) 때만 해도 애매했다.

유럽 중앙은행은 오는 17일 통화정책회의를 연다. 지난 6월 4년여 만에 금리를 내린 뒤 7월에는 정책금리를 그대로 유지했고, 9월에는 추가 인하했다. 당초 ECB는 12월 금리 인하가 유력하게 거론됐지만, 이제 움직임이 빨라져 10월 추가 인하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

변화는 "인플레이션 둔화의 속도가 빨라졌다"(크리스틴 라가르드 유럽중앙은행 총재의 말을 인용)는 데서 비롯됐다. 9월 유로존 소비자물가지수는 전년 동월 대비 1.8% 올라 3년 만에 유럽중앙은행(ECB)의 목표치인 2%를 밑돌았다. 독일·프랑스 등 선진국을 포함한 유로존 20개국 중 절반 이상(12개국)이 소비자물가지수 상승률이 2%를 밑돌았다.

시장은 유럽 중앙은행의 전략을 선제적으로 해석했다. 단기 금리 시장 요인을 감안한 10월 금리 인하 확률은 100%에 가깝다. 시장에서는 12월에 이어 내년 봄까지 0.25%포인트씩 금리를 내릴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hsbc의 선임 이코노미스트인 파비오 바르보니에 따르면 정책금리인 중앙은행 예금금리는 2025년 4월 현재 3.5%에서 2.25%로 낮아진다.

유럽중앙은행(ECB) 고위층은 금리 인하 연기에 따른 리스크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다. 이사벨 슈나벨 유럽중앙은행(ECB) 집행이사회원은 2일 "경제 성장에 불리한 요인들을 무시할 수 없다. "슈나벨만큼 발언권이 큰 권위자들조차 인플레이션에서 경제로 관심을 돌리고 있다.

지금까지 시장의 예상은 이미 여러 차례 조정되었다. 하지만 지금 상황이 과거와 다른 것은 매파를 포함해 거의 모두가 금리인하 전망에 공감하고 있다는 점이다. 

금리 인하에도 불구하고 ECB의 정책금리는 여전히 사상 최고 수준으로 통화 긴축 국면은 바뀌지 않고 있다. 시장 상황이 지나치게 냉각되면 물가는 예상치 못한 하락을 겪을 수 있다. 매파 인사들도 무시할 수 없다.

시장이 금리 인하를 가속화하는 냄새를 맡는 것도 유럽 경제 상황이 달라졌기 때문이다. 독일 정부는 9일 추계 경제전망 보고서를 통해 2024년 실질 경제성장률을 4월 전망치 0.3%를 크게 밑도는 -0.2%로 전망했다. 이 전망이 맞는다면 독일 경제는 2년 연속 마이너스 성장이 된다. 1990년 동서독 통일 이후 이런 일은 딱 한 번 있었다.

시장에 금리 인하 거래가 갈수록 많아지다. 독일 국채 10년물 수익률은 10월 들어 한때 약 2%대로 떨어져 1월 이후 최저치를 기록했다. 프랑스의 국채 수익률도 지난 여름 총선이 치러졌을 때보다 낮다. 금리 인하 전망에 힘입어 증시에 자금이 대거 유입되면서 독일 DAX지수는 최고 수준을 유지했다.

유로화 가치 하락을 기대하는 분위기가 특히 강하다. 모건스탠리의 매슈 혼바흐는 "유로화 흐름은 ECB의 (금리 인하에 적극적인) 비둘기파에 더 달려 있다. ”고 말했다.

불리한 상황에서 2025년 중반에는 유로화 환율이 달러와 평가절하될 수 있다. 11일 외환시장에서 유로화 환율은 유로당 1.09달러대로 9%가량 떨어졌다. 유로화 대비 엔화 환율은 현재 유로당 162엔이다. 도이체방크는 유로당 엔화 환율이 2024년 말 153엔, 2025년 말 143엔까지 떨어질 것으로 내다봤다.

유로화 환율은 우크라이나 전쟁이 발발한 직후인 2022년 7월 20년 만에 달러화 가치 수준으로 떨어졌다. 하지만 당시 미국 연방준비제도(연준Fed·연준)의 금리 인상 기대감이 커지면서 달러화가 강세를 보였다.

김소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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