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망’ 아닌 ‘실종’임에도 정부와 국방부 왜 서둘러 ‘사망’ 단정했나

해경이 28일 오후 인천 소청도 인근 해상에서 해앙수산부 공무원 북한 총격 사망 사고와 관련해 수색작업을 벌이고 있다. [사진=뉴시스]
해경이 28일 오후 인천 소청도 인근 해상에서 해앙수산부 공무원 북한 총격 사망 사고와 관련해 수색작업을 벌이고 있다. [사진=뉴시스]

 

북한의 서해상 우리 공무원 사살 사건과 관련해 여러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일각에서는 문재인 대통령이 UN총회에서 ‘종전선언’ 연설을 한 다음날 국방부가 사건을 발표한 것을 두고 고의로 사건발표를 지연한 것 아니냐고 지적한다. 

아울러 남한의 공식적인 총격 사망 발표와 동시에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 즉각적인 사과문 공개가 이루어진 것을 두고도 “이례적이다”는 말과 함께 “내막이 따로 있는 것 아니냐”는 의심어린 시각도 일각에서 나오고 있다. 
 
◆ 시신 못 찾고도 ‘사망’으로 발표

군은 지난 24일 오전 11시 군이 북한으로부터 피격 당한 해양수산부 서해어업관리단 소속 공무원 A씨의 사망을 공식 발표했다. 

그러나 우리군의 발표와는 달리 다음날 북한은 시신이 아닌 부유물만 태웠다고 밝혔다. 북한의 발표로 A씨에 대한 총격사건을 두고 “우리정부와 군이 A씨에 대해 ‘사망’이라고 단정지어 발표한 것은 납득하기 힘들다”는 말이 적지 않게 나오고 있다. 

세월호 사건 때도 시신이 발견되지 않은 이들에 대해 ‘실종’이란 표현을 썼던 것을 감안할 때 A씨에 대해 ‘사망’이라고 표현하는 것은 적절치 않다는 지적이 나온다. 지난 2014년 발생한 세월호 사건과 관련해 시신을 발견하지 못한 희생자들은 지금까지도 ‘실종자’로 표현하고 있다. 

남한 해경과 해군은 시신과 유류품을 찾기 위해 연평도 일대를 수색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수색은 A씨가 실종된 지난 21일부터 시작돼 이날로 일주일째다.

대한민국 민법 제28조는 “실종선고를 받은 자는 전조의 기간(일반 실종 5년, 특별 실종 1년)이 만료한 때에 사망한 것으로 본다.”고 규정하고 있다. 즉, 법적으로 정해진 기간 동안은 시신이 발견되지 않으면 사망으로 표현할 수 없다는 것이다. 

이에 소식을 접한 네티즌 등 일부에서 “서둘러 ‘사망’이란 표현을 쓴 다른 이유가 있는 것이냐”는 의문을 표시하고 있다. 

◆ 2달 전엔 강화도 월북, 서해안 군 경계 문제였나? 

지난 7월 26일 탈북민이 월북하는 사건이 발생했다. 김포시 양촌읍에 거주하는 탈북민 김모(23)씨는 코로나19로 인해 실직한 상태에서 지난달 탈북여성을 성폭행 혐의로 경찰 조사를 받는 중이었다. 그는 한강 하구를 통해 탈북했고 인천 강화도 월미곳의 배수로를 헤엄쳐 다시 북한으로 간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합동참모본부가 당시 경계를 지휘했던 해병2사단장을 해임했다. 월북자가 북한에 도착하기까지 그 감시 태세를 소홀히 한 것에 징계를 내린 것이다.
 
이 사건으로 서해안 감시망은 더욱 강화됐다. 합참은 해당 사태의 후속 조치로 Δ전 부대 대상 수문·배수로 점검 Δ개폐식 등 경계 보강물 설치 Δ민간인 이동 통제 강화 Δ통합방위 작전 태세 강화 Δ감시장비 운용 여건 및 정신적 대비태세 보강 Δ감시 인원의 전문적 숙련도 향상 등 대책을 마련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그럼에도 약 2달 뒤 이번 사건이 발생했다. 앞선 강화도 월북 사태가 발생했을 당시엔 호우주의보가 내렸을 정도로 비가 내렸지만 이번엔 날씨도 문제가 없었다. 뿐만 아니라 이번엔 일반인 신분이 아닌 해양수산부 소속 공무원이었다. 이에 왜 이러한 사태가 발생했는지 의문은 더커지고 있다. 

◆ 갈피 못 잡는 국방부

이러한 사태를 놓고 국방부의 책임론이 커지고 있지만 국방부의 해명은 갈팡질팡하기만 하다.

국방부는 “22일 오후 3시30분쯤 북한 수산 사업소 소속 선박이 등산곶 인근 해상에서 한명 정도 탈 수 있는 부유물에 탑승한 기진맥진한 상태의 실종자를 최초 발견한 정황을 입수했다”며 “이때부터 북한 선박이 실종자와 일정 거리를 이격한 상태에서 방독면을 착용한 뒤 표류 경위와 월북 관련 진술을 들은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이어 국방부는 "연평도 장비로 이날 오후 9시11분쯤 시신을 불태우는 것을 관측했다"고 설명했다. 

이는 북한이 입장문을 통해 발표한 사실과 배치된다. 시신이 불태워지는 것을 국방부가 정확히 관측했다면 북한이 거짓말을 하고 있다는 말이 된다. 

하지만 현재 시신 수색을 놓고 북한이 경고와 함께 시신 발견 시 직접 넘겨주겠다고 발표까지 했고 남북은 시신수색작업을 진행 중이다.
 
북한이 실제로 A씨의 시신을 불태웠고 이를 국방부의 발표대로 국방부가 제대로 확인한 것이 맞다면 현재 수색작업을 벌이는 것은 모순이다. 이는 국방부가 명확한 사실을 말하고 있는지 의문이 이는 대목이다. 

◆ 김정은, 즉각 사과의 배경은? 

외신들은 지난 25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서해상에서 실종된 남측 공무원이 북한군에 사살된 사건과 관련해 사과했다면서 한국 언론 보도를 긴급 타전했다.

AP통신은 북한 지도자가 남측 공무원을 사살한 데 대해 사과했다고 전하며 “북한 지도자가 특정 이슈에 관해 남측에 사과하는 것은 극히 이례적(extremely unusual)”이라고 평가했다.

북한은 지난 6월 남북공동연락사무소를 폭파하고 대남 군사행동에 나설 것이라며 위협해 왔다. 하지만 이번 사건이 터지자 파격적으로 김 위원장은 해당 사건에 대해 즉각적인 사과문을 발표해 이를 두고 여러 분석이 제기되고 있다. 

야권을 중심으로 한 정치권 일부에서 “이번 사건은 정부의 발표와 국방부의 발표 그리고 김정은의 사과와 북한의 발표가 엇박자로 엉키고 있다”며 “누구의 말이 맞는 것인지 종잡을 수 없을 뿐만 아니라 여러 면에서 의문스럽다”는 말이 나온다.  

최근 코로나19(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재확산과 여권 지도부의 연이은 성추문, 추미애 법무부장관 아들의 병역 특혜 의혹, 친여 성향으로 채워진 검찰 인사, 인국공(인천국제공항) 사태의 정권 개입설이 도는 등 현 정부에 치명적인 사건들로 인해 문 대통령 지지층들이 흔들리고 있다. 

이에 사정기관 주변에서 “추미애 법무부 장관 등 여권이 여러 이슈를 돌리기 위해 공교로운 시점에 발생한 사건을 정치적으로 이용하려는 것 아니냐”는 의심어린 지적도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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