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정보원은 3일 조성길 이탈리아주재 북한 대사대리의 망명설과 관련해 "지난해 11월 초 공관을 이탈해 부부가 함께 잠적했다"고 밝혔다. 사진은 지난해 3월20일 조성길(가운데) 이탈리아주재 북한 대사대리가 이탈리아 산피에트로디펠레토에서 열린 문화 행사에서 '로베레토 자유의 종'을 들고 있는 모습. [사진=뉴시스]
국가정보원은 3일 조성길 이탈리아주재 북한 대사대리의 망명설과 관련해 "지난해 11월 초 공관을 이탈해 부부가 함께 잠적했다"고 밝혔다. 사진은 지난해 3월20일 조성길(가운데) 이탈리아주재 북한 대사대리가 이탈리아 산피에트로디펠레토에서 열린 문화 행사에서 '로베레토 자유의 종'을 들고 있는 모습. [사진=뉴시스]

 

북한 조성길 주이탈리아 대사 대리의 극비 망명이 확인돼 남북관계가 또 다시 얼어붙을 조짐이 보인다. 앞서 조 전 대사대리 부부는 지난 2018년 11월 초 임기 만료를 앞두고 묘연히 사라졌다. 

국회 국방위원회 소속 하태경 국민의힘 의원은 6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조성길 전 대리대사는 작년 7월 한국에 입국해서 당국이 보호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고 밝혔다. 복수의 국회 정보위원회 관계자도 같은 날 “조 전 대사대리가 지난해 7월 한국에 들어와 생활하고 있다”며 “입국 당시에는 이 사실을 공개하지 않는 조건으로 들어온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조 전 대사대리의 한국행은 1997년 황장엽 전 노동당 국제비서 이후 23년 만의 북한 최고위급 인사의 한국 망명이라는 점에서 주목을 받고 있다. 

특히 2011년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집권한 뒤 북한 대사급 외교관이 망명한 사례는 조 전 대사대리가 처음인 것으로 알려졌다. 조 전 대사대리의 망명 소식이 알려진 이후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은 해외 체류 외교관들을 본국으로 대거 불러들여 사상교육을 진행하기도 했다.

조 전 대리대사의 잠적 이유는 구체적으로 밝혀지지 않았지만 김 위원장의 사치품 조달 책임을 맡았던 그가 전방위 대북 제재로 물품 조달에 차질을 빚게 되자 처벌이 두려워 피한 것이라는 관측에 힘이 실리고 있다. 

조 전 대리대사가 사라진 직후 외신들은 그의 행방을 놓고 이탈리아 등 외국 정부의 신변 보호를 받으며 제3국으로 망명을 타진 중일 가능성이 크다고 보도했다. 지난해 2월엔 이탈리아 외교부가 조 전 대사대리의 미성년 딸이 북한으로 송환된 사실을 공식 확인해 파문이 일기도 했다.

조 전 대리대사의 극비 망명이 남북관계에 적지 않은 파장을 불러일으킬 것으로 정치권은 내다보고 있다. 북한은 전 노동당 비서 황장엽 씨, 콩고 주재 북한 대사관 1등 서기관이었던 고영환 씨 망명 때도 '흑색선전'을 퍼부은 바 있다. 

정권 안팎에서는 “북한이 조 전 대사대리의 한국행 역시 개인 비리나 우리 정부의 협박, 납치 등으로 몰아가며 남북관계 악화를 운운할 가능성이 크다”는 말이 나온다.

일각에서는 “정부가 조 전 대사대리의 망명 사실을 쉬쉬하며 북한을 자극하지 않으려고 했기 때문에 북한 역시 반발 수위를 조절할 수 있다”는 관측도 제기된다.

한편 조 전 대사대리는 2017년 9월 북한의 6차 핵실험을 이유로 이탈리아 정부가 문정남 당시 주이탈리아 북한 대사를 추방한 이후 대사대리를 맡았다. 그의 아버지와 장인 또한 북한에서 대사를 지낸 엘리트 외교관 집안 출신으로 영어, 이탈리아어, 프랑스어 등 4개 국어에 능통한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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