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지역 투자를 주도했던 일본의 존재감은 갈수록 희박
2022년 동남아 11개국의 투자액, 2017년 대비 40% 증가
미국이 743억 달러로 1위, 중국이 685억 달러로 2위 차지

동남아에 대한 직접 투자가 급증하고 있다고 니혼게이자이신문이 26일 보도했다. 2022년 이 지역에 대한 총 투자액은 2225억 달러(한화 약 292조 5875억 원)로 사상 최대치를 기록할 것이다.
미·중이 패권 다툼을 벌이는 가운데 동남아시아는 양국과 대등한 거리를 두는 '완충지대'로서 투자 유치에 열을 올리고 있다. 이 지역 투자를 주도했던 일본의 존재감은 갈수록 희박해지고 있다.
미 국무부는 올 9월 바이든 대통령의 베트남 방문에 맞춰 "베트남은 반도체 공급망의 다양성과 회복 능력을 확보하는 데 있어 유망한 파트너가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고 이 신문은 전했다.
국무부의 발표에 화답하듯 메만전자과기·신시사이언스 등 미국 기업들이 잇따라 투자 의사를 밝혔다. 반도체 대기업 마이크론테크놀로지는 지난 10월 16억 달러(한화 약 2조 1040억 원)를 들여 베트남 북부 박닌성에 신규 공장을 짓고 1만명의 직원을 채용해 세계 최대 생산기지를 만들 계획이다.
말레이시아 정부는 지난 7월 중국 자동차 대기업 저장지리홀딩스가 이 나라 서부의 브레이크 주에 100억달러를 투자해 자동차 산업 집적지를 조성한다고 발표했다.또 이 중국 회사는 태국에 전기차 공장을 지을 계획이다.
신문은 미·중 기업들이 M&A에 열을 올리고 있다고 전했다.일용품 업계 거물인 미국 킴벌리는 2020년 12억달러를 들여 인도네시아 퍼스널케어 업계 기업 소프트엑스를 인수했다. 중국의 알리바바그룹도 2023년까지 싱가포르 전자상거래 대기업인 라자다에 수십억 달러를 출자한다.
유엔무역개발회의(UNTDC)의 계산에 따르면 2022년 동남아 11개국의 투자액은 미·중 무역마찰 이전인 2017년에 비해 40% 증가했다.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에 따르면 공장 건설 등 설비투자를 포함해 2018년부터 2022년까지 5년 간 동남아에서 받은 외국인 투자는 미국이 743억 달러로 1위, 중국이 685억 달러로 그 뒤를 이었다. 특히 싱가포르, 말레이시아 등에 대한 미국의 반도체 관련 업종 투자가 눈에 띈다. 중국은 태국에 전기차 공장을 짓고 인도네시아에 광산을 채굴하는 방식으로 공세를 펴고 있다.
미·중 기업들이 동남아로 생산 기지를 옮기는 데는 이유가 있다.미국이 추진하는 '탈 중국 아웃소싱'은 공급망을 중국에서 동맹국·우호국으로 전환하는 데 주력하고 있고, 중국 기업은 제 3국에 공장을 지어 유럽과 미국 시장에 수출하는 데 걸림돌을 줄이고 있다.
그럼 왜 동남아인가요?제조업이 밀집한 중국과 가깝고 공급망 재 구축이 용이해 정치·사회적으로 안정적이며, 이 지역 인구 6억 명의 큰 시장이 매력적이라는 점을 생각할 수 있다.
동남아국가연합(ASEAN·아세안) 경제연구센터의 이소노 시게루 선임 이코노미스트는 "동남아는 '중립적 지위'를 십분 활용해 미·중 불화의 수혜를입고 있다"고 진단했다.
일본은 1970년대부터 동남아 시장을 선도해 왔지만 반도체·전기차·동력전지 등 첨단 분야로 투자의 중심을 옮기는 과정에서 일본 기업은 뒤처졌다.선진 제조업 투자를 원하는 동남아 각국 정부는 일본 기업이 원하는 분야와 일치하지 않는다.일본의 동남아 투자액은 2022년까지 5년간 435억 달러로 지난 20년간 가장 적었다.
인도네시아는 2022년 국제협력은행 조사에서 일본계 제조업체가 향후 3년 간 사업을 개척하려는 목적지로 2012년 3위에서 6위로 떨어졌고, 태국도 순위가 하락하고 있다.
이에 일본 기업들은 동남아시아와 거래할 새로운 방법을 찾고 있다는 분석이다.
이창우 기자 cwlee@nv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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