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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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K이노베이션과 LG화학간의 배터리 영업비밀 침해 소송에 대한 최종 판결이 내년 2월로 또다시 연기됐다. 이에 업계에서는 “결국 이 전쟁은 미국과 중국의 배만 불리는 ‘소모전’에 불과하다”며 “양사가 조속히 합의점을 찾아야 할 필요가 있다”는 말이 터져나온다. 한국의 배터리업계 최대 경쟁국은 중국이고, 미국은 막대한 소송비용과 더불어 로비자금까지 챙기고 있기 때문이다. 

10일 미국 국제무역위원회(ITC)가 LG화학이 SK이노베이션을 상대로 낸 전기차 배터리 영업비밀 침해 소송에 대한 최종 판결을 내년 2월로 연기했다. 이로써 3번째 연기된 것이다. 

ITC는 구체적인 연기 사유를 밝히진 않았지만 업계에서는 코로나19 재확산으로 인한 것으로 보고 있다. 

이를 둘러싸고 “빈대 잡으려다 초가삼간 다 태운다”라는 비판이 나온다. 최종판결과 양사의 합의점 도출이 지연될수록 한국 배터리 산업의 세계시장 점유율 1위 자리를 빼앗기는 건 시간문제라는 것이다. 

◆ 中, “어부지리”로 배터리시장 잡는다

현재 배터리 업계의 세계시장 점유율 1위는 한국 기업들이 차지하고 있다. 하지만 이 자리가 위태롭다. 양사가 배터리 소송전에 몰두하면서 정작 배터리 주요 업무는 뒷전이라는 말이 나온다. 중국은 이 틈새시장을 공략하고 있다. 

중국은 CATL을 중심으로 중국 정부의 후원을 받으며 배터리 산업에 가열차게 투자하고 있다. 에너지시장 조사업체 블룸버그NEF(BNEF)는 중국이 올해 리튬이온 배터리 공급망 순위에서 한국과 일본을 제치고 10년만에 1위를 차지할 것으로 전망했다. 

최근 CATL은 기존에는 한국 업체들의 고객사였던 자동차 회사들과 연달아 협력 계약을 맺고 있다. CATL은 올해 8월부터 상해 테슬라 기가팩토리에 배터리를 본격 공급하기 시작했다. 테슬라는 전기차 ‘모델3’의 가격을 낮추며 CATL의 배터리를 사용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CATL은 이외에도 국내 배터리업체의 고객사인 독일 자동차 제조업체 다임러 그룹과 전략적 파트너십을 최근 맺었다. 이에 따라 신규 물량 배정시 CATL이 우선권을 확보하게 됐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업계에서는 “중국만 어부지리로 이익을 챙기고, LG화학과 SK이노베이션은 ‘그들만의 리그’만 하다가 좌초되는 것”이라는 우려가 나온다. 

◆ 수십억 소송비용에 수십만 달러 로비자금까지...미국은 웃는다

양사의 배터리 전쟁이 ‘로비 전쟁’으로 변질되는 모양새다. LG화학은 지난해 4월 소송전에 로비회사부터 고용해 30여만 달러를 퍼부은 것으로 알려졌다. 

LG화학은 지난해 4월 19일 국제무역위원회에 제소하기 전 지난해 4월 1일 로비회사들을 고용했다. LG화학이 지금까지 고용한 로비회사는 총 6개로 미국 최대 로펌으로 꼽히는 앳킨검프 스트라우스 하우어 앤 펠트, CGCN, 덴튼스유에스, 호건 로벨스유에스, 밀러 스트래티직스 등이다. 

LG화학은 이들 회사에 31만1666달러를 지급했다. 특히 국제무역위원회 심리가 막바지로 치닫던 지난달 이후에만 12만 6666달러를 투입한 것으로 집계됐다. 

양사가 지금까지 쓴 소송비만 4000억원이 넘어선 데다 로비자금까지 막대한 것으로 알려져 일각에서는 “선의의 경쟁을 펼치며 함께 성장하던 두 기업이 로비전으로 힘을 빼고 있는 현실이 안타깝다”는 반응이 나온다. 

이와 함께 “양사가 합의점을 찾아야 할 마지막 때”라고 경고했다. 업계 한 관계자는 “두 기업이 힘을 합쳐 미래시장을 개척하는데 사활을 걸어야 할 때에 중국에 시장을 뺏기고, 미국의 주머니를 채워주고 있다”며 한탄했다. 

일부는 국외로 빠져나가는 국내자금이 상당한 것에 대해 “정부가 적극적으로 개입해야하는 것 아니냐”고 지적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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