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모든 선거에서 승리한 국민의힘이 연일 이준석 대표의 거취 문제로 소란스럽다. 이준석 대표에 대한 의혹의 진실 여부를 떠나, “이준석 대표가 선거를 이긴 장수가 맞나?”라는 생각도 든다. 이런 상황을 보고 있자니, 중국 전국시대가 문득 떠오른다.
기원전 228년, 전국시대를 호령하던 조(趙)나라가 멸망했다. 조나라는 멸망하기까지 진(秦)나라와 수백 년 동안 기나긴 전쟁을 겪었다. 자그마치 장정 45만 명이 학살당한 ‘장평대전’을 대표로 계속된 침공 속에 조나라의 국력은 회복 불가능한 수준으로 크게 기울었다.
하지만 조나라에도 마지막 한 방이 있었다. 명장 ‘이목’이 ‘비하 전투’에서 크게 승리하는 것을 시작으로 진나라의 침공을 크게 격퇴하며, 다시금 조나라가 재건할 수 있는 시간을 벌기 시작했다.
진나라는 예상치 못한 고전이 이어지자 조나라의 간신 ‘곽개’를 매수해 조나라 왕의 판단을 흐리게 하여 이목을 허무하게 죽게 만든다. 그렇게 이목이 없어진 조나라는 불과 3개월을 버티지 못하고, 수도 한단이 함락되며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졌다.
2022년 현재, 국민의힘도 멸망하기 직전의 조나라와 다를 바가 없어 보인다. 국민의힘은 2014년 이후 치러진 크고 작은 선거에서 하나도 빠지지 않고 참패했고, 특히 2017년 박근혜 대통령의 탄핵이라는 큰 정치적 사건을 겪고 국민의힘은 사실상 정치적 그로기 상태에 빠져있었다.
그런 국민의힘에도 작은 희망의 불씨가 타올랐다. 문재인 정부의 여러 실책, 조국 사태 그리고 민주당 인사들의 잇따른 성추문 등을 이유로 정치적 지형이 변화하기 시작했다.
게다가 국민의힘도 변했다. 30대의 젊은 이준석 대표를 중심으로, 신선함이라곤 눈을 씻고 찾아볼 수 없던 늙은 정당에 젊음과 신선함을 불어넣었다. 또한 기존 정치 문법과는 다른 전략으로 2030과 중도층의 지지율을 끌어올렸다.
물론 그 과정은 순탄치 않았지만, 결과적으로 국민의힘은 그 변화를 바탕으로 4.7 재보궐 선거, 20대 대통령 선거, 그리고 최근 제8회 지방선거에서까지 승리를 거둘 수 있었다.
하지만 아직 국민의힘은 갈 길이 멀다. 이기기는 했으나 대선은 0.7%의 근소한 차이로 이겼고, 지선은 경기도를 결국 내어주며 ‘배부른 승리’를 하지는 못했다. 게다가 정당 지지율도 여야 모두 큰 차이를 보이지 않는다.
즉, 국민의힘은 지난 5년의 열세를 아직 완벽하게 뒤집지 못했고, 이제야 겨우 반격다운 반격을 시작한 것이다. “미워도 다시 한번”이었던 정치지형도 달라졌다. 소위 ‘10년 주기 정권교체설’이 깨졌고, 임기를 못 채우는 대통령도 나왔다. 국민들은 계속해서 정치권에 변화와 혁신을 요구한다. 잘하지 못하면 언제든 권력을 잃고 방황할 수밖에 없다.
이런 상황에서 승리를 지휘해온 이준석 대표를 의혹만으로 해임한다는 것은 무리수로 보인다. 게다가 계속해서 다양한 변화를 시도해야 하는 지금 시점에서 이준석 대표의 역할은 아직 남았다. 따라서 국민의힘은 조나라처럼 최악의 수를 두고 미래를 잃느냐, 아니면 계속해 국민의 선택을 받는 정당으로 남느냐 하는 기로에 서 있다.
박진영 연구원
동국대학교 폴리티쿠스랩 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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