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용호 국민의힘 의원./사진=뉴시스 제공.
이용호 국민의힘 의원./사진=뉴시스 제공.

인간관계에서 신의와 의리는 가장 중요한 덕목이다. 그런데 상황과 여건이 달라졌다고 해서 뒤집는 경우가 비일비재하다. 그래서 대부분의 관계에서 서로 관계가 틀어지거나 갈등과 불협화음이 발생한다.

소왈 용변(해우소·解憂所))보러 갈 때와 용변 보고 나서 대하는 태도가 다르기 때문이다. 이미 볼 일을 다 보았기 때문에 ‘별 볼일이 없다’는 것이다.

이러한 경우  경제학적으로는 '사기꾼', 정치학적으로는 ‘배신자’라고 부른다.

정치의 요체는 과연 무엇일까. 국민의 눈물을 닦아주는 것이 정치이다. 아픔을 치유해주고 삶의 고통을 덜어주고 불편한 애로사항을 조금이라도 덜어주는 것이다.

최소한 민초들을 눈물 나게 하거나, 눈물과 아픔을 외면하는 나쁜 정치는 하지 않아야한다.  

평생을 정치에 몸담은 중진의원이라면 더욱 더 그렇게 노력해야 한다.  자기를 위한 정치, 지역만을 위한 정치가 아니라 국민과 국가를  위한  정치를 해야 한다.

고기는 물을 먹고 살고 정치인은 표(票)를 먹고 산다는 말도 있다. 자신의 발언과 행동이 표를 얻는데 유불리(有不利)를 따지는 것은 당연하다.

하지만 넘지 말아야 할 '레드라인'이 있는 법이다.

그것도 집권 여당 최고위원이 지난 12일 모 교회 예배에 참석해  목사가 “‘헌법에 5·18정신 넣겠다고 한다. 그런다고 ’전라도 표(票)‘가 나올 줄 아느냐”고 하자 “저도 반대”라고 답했다.그런 멘트도 모자라 “표를 얻으려면 ’조상의 묘‘도 판다는 것이 정치인 아니냐”고도 반문했다.

이에 전북 남원·임실·순창이 지역구인 이용호 국민의힘 의원은 13일 페이스북을 통해 “5‧18 정신은 우리나라를 넘어 전 세계가 인정한 민주화 역사 그 자체이고 이를 토대로 윤석열 대통령께서 공약한 것”이라면서 “우리 당내에도 호남, 수도권 등 험지에서 온갖 어려움에 맞서며 고군분투하는 분(동지)들도 많다는 것을 유념해 주시기 바란다”며 강력히 반박했다.

5·18 문제 관련 당장 중요한 당면과제는 역사적 진실규명과 5·18 정신 헌법전문 수록이다.

이러한 첫 단추를 꿰기 위하여 지난 2월19일 공법단체 5·18민주화운동 부상자·공로자회는 대한민국특전사동지회와 국립 5·18민주묘지에 참배한 뒤 '포용과 화해와 감사, 대국민 공동선언식'을 개최했다.

하지만 '진상규명과 사죄가 이뤄지지 않은 두 단체의 화해 대국민선언식‘은 '정치적인 퍼포먼스(쇼)'라는 비판을 받았다.

이에 광주시민사회단체 등 각계의 반발 속에 급기야 광주·전남 지역 더불어민주당 국회의원 9명도 표를 의식했는지 3월 9일 "5·18 일부 단체와 특전사동지회의 '용서와 화해' 대국민 공동선언은 5·18민주화운동의 부정이자 역사 왜곡이다"고 밝혀 뚜렷한 진전을 보이지 못하고 있다.  좁은 땅에서 우리끼리 포용과 통합의 길이 실로 어려운 현실이 너무 안타깝다.

윤 대통령은 대선 후보시절 '지역감정 해소'와 '국민통합' 차원에서 서생의 문제의식과 상인의 현실감각을 높이 평가하여 대한민국 민주화에 헌신한 'DJ 정신'을 내세워 호남 민심을 아울러 주었다.

이에 호남에서 역대 보수정당 후보 중 가장 많은 지지표를 얻었다. 비록 지역주의를 극복하기엔 여전히 한계가 있었지만 ‘서진(西進) 전략’과 사회적 통합 측면에서 의미 있는 성과를 거두었다는 평가를 받았다.

새로 선출된 집권 여당 신임 대표도 일관되게 ‘연포탕’(연대·포용·탕평)을 외치면서 통합의 정치를 강조했다.

무엇보다 승자는 이미 다 얻었다. 당했다고 생각해서 그대로 앙갚음 하는 것은 ‘못난 정치’다. 더욱 더 포용할 줄 알아야 한다. 그게 ‘큰 정치’이다.

국가의 바람직한 미래를 위하여 실질적인 사회통합을 이루는데 최선을 다해야 한다. 때로는 화가 날 만큼 기대에 부응하지 못해 야속하더라도 그것은 약자의 '못난 고집'이라고 여겨야한다.  

이와 관련 남아공 넬슨 만델라의 ‘용서와 화합’의 ‘통합적 리더십’을 본받을 필요가 있다. 만델라는 대통령이 된 뒤에도 자신을 탄압했던 백인들을 포용했으며 평생 차별 철폐와 평등을 위해 노력하면서 용서와 화해의 모습을 보여 주었다.

부족에게서 배운 지혜와 감옥 안에서 보낸 27년간이라는 인고의 시간을 통해 자신의 한계와 사회의 편견, 억압을 뛰어 넘어 모든 국민을 통합하려는 노력을 기울였다. 그러기에 시대와 종교·이념을 뛰어넘는 위대한 지도자로 기억되고 있고, 지금도 우리 곁에 인권·자유·평등의 상징으로 남아있는 것이다.

열 손가락 깨물어 보면 안 아픈 손가락이 없다. 어느 지역 어느 계층 모두 소중한 것이다. 가뜩이나 소외감과 허탈감을 받고 있는 호남(인)에게 진정성을 보여주는 것이 ‘큰 정치’이다.

운동경기에서 고수(高手)는 지는 것을 두려워하지 않고, 하수(下手)는 이기는 것도 계속 염려하며 산다.

하지만 근육질 체력이 아닌 따뜻한 손길이 필요한 정치영역에서는 정반대이다. 이기는 것을 두려워 할 줄도 승리했을 때도 겸손할 줄도 알아야 진정한 고수이다.

최근 시킨 일 열심히 한 공무원으로서 믿고 따른 죄밖에 없다면서 “딱 한마디만 할게요”라는 유서를 남기고 떠난 그가 남긴 말이 너무 찡하게 와 닿는다. 한국 정치의 슬픈 현 주소를 여실히 방증하고 있다.  

“누구를 위한 정치(政治)인지...무엇을 위해 정치(政治)를 하십니까.” 이에 우리나라 정치인들이 솔직하게 답할 차례이다.

이상기 칼럼니스트 sgrhee21@nv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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