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세상 모든 일은 획기적인 전환점을 통해 대 변혁을 이룬다. 2002년 한일 월드컵 시절부터 대한민국 축구 수준과 응원 양상도 180도 급변했다.
박수를 다섯 번 치면서 '대~한민국! 짝짝 짝 짝 짝', '오!! 필승 코리아!'로 대변되는 새로운 응원문화가 등장했다.
태극전사와 붉은 악마라는 새로운 조합은 우리에게 감동을 주었고, 거리응원 등장은 축구계에 신선한 바람과 함께 새로운 패러다임을 안겨 주었다.
또한 월드컵을 대비해서 역사상 최초로 등용된 외국인 축구대표팀 감독은 바로 거스 히딩크 이다. 네덜란드 하멜이 유럽 문명의 사절이었다면 히딩크는 유럽축구의 사도였다.
그를 역대 한국 축구대표팀 감독 중에서 가장 ‘유능한 감독’이라고는 할 수 없다. 하지만 우리로 하여금 새로운 길(路)을 열어준 ‘성공한 감독’이었다.
이미 만들어 진 길이 아니라 아무도 ‘가보지 않은 길’을 고수했고 외롭고 힘들게 ‘최초의 길’을 고집했다.
이런 각도에서 한국 축구를 진정한 월드클래스 반열에 올렸다는 점에 있어서 누구나 별다른 이견이 없다.
단순한 월드컵 ‘4강 신화’의 기적을 안겨 준 것 외에 한국축구의 새로운 이정표를 제시하였다는 점이다.
우리의 축구에 대한 인식과 우리 축구계 관행을 바꾸어 준 선구자였다. 우리 모두를 ‘알에서 깨어나도록 일깨워준 선각자’였기 때문이다.
단순히 축구대표팀 태극전사號 선장(리더) 한명을 바꿨을 뿐이었다. 하지만 2002년 6월 한국 축구대표팀은 끈기와 지칠 줄 모르는 강인한 체력, 멀티 플레이어, 조직적인 팀웍, 주눅 들지 않는 대담성, 그라운드에서의 치열한 경쟁심리, FIFA 순위를 무시한 도전·정신, 밀리지 않는 투쟁심과 몸싸움으로 가득 찬 전혀 다른 팀으로 변신 되었다.
그래서 ‘히딩크 리더십’이 화제가 된 이유다. 무엇이 그들을 그렇게 달라지게 만들었을까? 접근 방법과 목표에 이르는 길이 차별화 되었고 글로벌 기준에 맞추었다는 점이다.
물론 그 과정은 많은 우여곡절과 험난한 과정을 수차례 거쳤다. 20년이 지난 지금도 히딩크 리더십은 한국 축구계 뿐만 아니라 여러 영역에서도 회자되면서 적용되고 있다.
팬들은 기득권 세력의 반발을 극복하고 학연·지연·인연을 완전 배제하고 사심을 버렸건 그의 강직함과 열린 리더십에 적극적인 치사와 격려를 아끼지 않았다.
히딩크의 리더십은 학계와 정치권에서도 성공한 사례로 응용되고 있다. 그야말로 ‘HI-FIVE’로 요약된다. 꿋꿋함과 소신(Hardiness), 공정성(Impartiality), 기본(기)의 강조(Fundamentals), 혁신의 추구(Innovation), 가치의 공유 (Value Sharing), 전문지식의 활용(Expertise)이 바로 그 요체라는 분석이다.
히딩크는 선수시절 그렇게 대단한 선수는 아니었지만 정말 영민한 사람으로 알려져 있다. 이는 고스란히 그가 남긴 말에서 녹아내리고 있다.
“나는 골을 넣지 못하는 자를 책망하지 않는다. 다만 노골이 두려워 슛을 날리지 않는 자를 책망 한다."
“ 실력이 떨어지면 남들보다 더 많은 노력을 기울여 이를 극복하면 되는 것이다”
“ 성공은 실수에서 나온다. 실수를 하더라도 멈추지 말고 계속 반복하라”
“ 많이 맞아봐야 겁이 없어지고 배짱도 생긴다.”
“내가 선택한 일이 옳았다. 계속 나의 길을 가겠다."
얽히고 설킨 고질적인 ‘인맥 축구’를 과감하게 도려내고 오직 그라운드에서 평가받는 ‘실전 축구’를 지향했다. 히딩크 감독은 이름값보다 실력을 중시했다. “누구누구를 대표팀에 발탁하라”는 청탁을 뿌리치고 공정 경쟁으로 대표 선수들을 뽑았다.
이를 토대로 삼성경제연구소는 ‘히딩크 리더십의 교훈’ 보고서를 내놓으며 “선수 선발의 공정성, 원칙과 규율 중시, 혁신 추구, 전문지식 활용은 최고경영자(CEO)에게 많은 점을 시사한다”고 밝혔다.
이는 지금도 관통하는 교훈이다. 그야말로 공정과 상식이라는 시대정신이 탄생한 것이다.
과감한 의사결정과 추진력, 원칙과 뚝심으로 한국 축구계를 개혁해 글로벌화 시켰다. 원칙과 뚝심의 ‘카리스마 리더십’과 소통과 포용의 ‘열린 리더십’을 적절히 융합했다.
이러한 원칙 중시의 뚝심으로 일관된 선공후사(先公後私) 정신은 마치 양초의 순기능 역할을 발휘했다.
양초는 어두운 세상을 밝히기 위해 고통(苦痛)을 감내하며 묵묵히 자기 몸을 태운다.
각종 해악과 악취로 가득한 화장실의 양초처럼 한국 축구계의 정화기 역할을 톡톡히 해냈다. 그만의 독특한 ‘아름다운 개성(個性)’은 시간이 흐르면서 빛나기 시작했다.
결국 한국 축구대표팀은 환골탈태하는 모습을 2002년 월드컵 경기장에서 구현했다. 지난 대선 때 부터 ‘공정과 상식’이 다시 조명 받고 있다.
히딩크 리더십의 교훈이 한국 축구계는 몰론 정치·경제·사회 모든 영역에서 잊혀 지지 않길 기대한다.
이상기 칼럼니스트 sgrhee21@nvp.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