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뉴시스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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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름다운 장미에는 가시가 있다. 주당(酒黨)들의 주독을 풀어주는 복어(지리)에도 맹독(猛毒)이 들어 있다.

장미의 날카로운 가시는 연인이 주는 사랑의 상처가 되기도 한다. 복어의 맛은 천하일품이지만 잘 못 요리하면 맹독에 죽는다.

먹는 기쁨과 품는 사랑에는 항시 고통이 동반한다는 사실이다.

그래서 우리가 성모마리아를 호칭할 때 ‘가시 없는 순결한 장미’ 라고, 복어를 천상세계에서 가장 귀하고도 맛있는 ‘천계(天界)의 옥찬((玉饌))’이지만 독(毒)이 있는 물고기라고 한다.

프랑스어 '팜므 파탈'(femme fatale)‘은 "죽음으로 몰고 갈 줄 알면서도 사랑할 수밖에 없는 치명적 매력을 지닌 여성"을 뜻한다.

분명 ’치명적인 가시‘가 있다는 것을 알면서도 어쩔 수 없이 사랑 할 수밖에 없다는 점을 묘사했다. 마치 잘못 먹으면 죽음에 이를 수도 있음을 알면서도 먹는 별미가 복어(鰒漁) 요리이다.

어쩌면 겉과 속이 다른 이중성(二重星)과 양면성(兩面性)을 갖고 있다. 한 몸체에 서로 맞서는 두 가지의 특성과 성질이 공존하고 있다. 이른바 항시 득(得)만 있지 않고 실(失)도 있기에 득실을 잘 따져야 한다.

그게 세상의 이치(理致)인 줄도 모른다. 이른바 인간도 ‘선(善)’과 ‘악(惡)’, 타협과 배척(배타)의 양면성을 마음속에 갖고 있다. 그래서 무엇을 대할 때 머뭇거리면서 항상 대립되는 양자를 놓고 갈등을 일으킨다.

세상에서 가장 별미인 복과 여성을 상대 할 때는 항시 동전의 양면처럼 신중하게 접근해야 한다는 점이다.

복어는 맑은 강 하류와 바다가 만나는 기수역(汽水域:민물과 바다물이 서로 섞이는 지역)에서 주로 서식하며 아시아권에서는 주로 한국의 남부 일본 중부 이남에 분포한다.

특유의 등근 몸과 작은 지느러미 탓에 빠르게 수영할 수 없어 해초가 많고 유속(流速)이 완만한 곳이나 모래 바닥에 몸을 기대 살아간다. 적이 다가오면 물을 들이마셔 순식간에 몸을 크게 부풀려 상대 적에게 위협을 준다.

복어가 몸을 크게 부풀릴 수 있는 이유는 복어에게 확장낭(擴場囊)이 있기 때문이다. 물속 에서는 입을 통해서 물을 마시고 확장낭에 주입한 후에 식도 근육을 수축시켜 배를 불린다.

복어에서 가장 맛있는 부위는 이리(魚白)다. 복어 수컷 배속에든 정액 덩어리로  눈처럼 하얗고 크림처럼 부드럽고 고소하다.

옛 중국 사람들은 복어 이리를 중국의 전설적 "미인 서시(西施)의 젖과 같다하여 서시유"(西施乳)라 부르기도 했다. 그만큼 맛이 좋다고 극찬을 아끼지 않았다.

복어는 선천성으로 원래 독성이 있는 어류가 아니다. 어떤 먹이를 먹느냐에 따라 독성을 지닌다고 한다.

복어는 불가사리와 갑각류(甲殼類).납작벌레.등 먹이자체에 독이 있는 먹이를 먹으면 독성이 생기고  독이 쌓여 맹독을 지닌다고 한다.

복어에게 고등어 생선 등 무독성 먹이만 먹여 양식을 했는데 양식한 복어에서는 독성이 검출 되지 않았다고 한다. 먹이자체에 독이 있는 먹이를 먹었기 때문에 맹독을 지녔다는 사실이 입증된 것이다.

그래서 자고로 복어가 화를 잘 내는 물고기라 하여 성낼 진(嗔)자를 써서 진어(嗔魚), 중국에서는 하천에 사는 돼지고기(豚)라 하여 허툰(河豚)이라고 부른다.

그야말로 ‘복어의 독’은 결국 외부의 요인으로 불가항력적으로 만들어진 것이다. 독기를 품은 복어는 아주 날카로운 낚시 바늘의 줄 낚시로만 잡힌다.

잡힌 뒤에는 배를 최대한 부풀리면서 ‘빠각빠각’ 하고 위협한다. ‘장미의 가시’도 어쩌면 아름다움을 보기만 하지 않고 꺾으려거나 짓밟으려는 대상을 위해 만든 ‘무언의 보호 수단’인 셈이다.

술국으로 최고로 치는 복 지리는 복어 머리를 삶아 우려낸 육수를 붓고 복어 살과 무. 콩나물을 넣고 끓여낸다.

복어 살이 익기 시작할 때 미나리를 넣고 끓인 복 지리는, 시원스럽고 담백하여 술자리로 쌓인 주독을 풀어주는 보약 같은 음식이다.

복어를 잡아 5시간 정도 숙성 시켰다는 복어 회는 탱글탱글 하고 쫄깃쫄깃한 식감에 미세한 단맛. 탄력이 식감을 더한다. 특히 콜라겐이 많아 쫄깃쫄깃한 복어 살은 담백하고 씹을수록 감칠맛이 난다.

중국 송(宋)나라 시인 소동파(蘇東坡)도 복어를 "한번 죽는 것과 맞먹는 맛"이라면서 "천계(天界)의 옥찬(玉饌)"이라고 극찬했다.

그야말로 옥찬 이란 "옥으로 만든 반찬"으로 복어 살이 젊은 여성의 살결처럼 옥처럼 희고 맑다는 뜻이다.

그래서 미식가 들은 죽음을 각오하고도 복어를 탐(貪)했다. 하지만 요즘은 복어가 거의 양식이고 양식 복어에는 테트로도톡신(Tetrodotoxin) 신경 독소가 거의 없어 안심하고 먹어도 된다고 한다.

그러나 자연산 복어에는 테트로도톡신 맹독이 많아 주의를 요하고 전문 자격증이 있는 요리사 만이  취급할 수 있다고 한다.

'가장 강력한 천연 신경 독' 중 하나로 알려져 있는 복어 독의 의학적 할용과 대량생산에 대해 과학자들의 관심이 쏠렸다.

이와 관련 미국 뉴욕대(NYU)연구진에 따르면 복어 독으로 알려진 테트로도톡신을 인공적으로 합성하는 방법을 발견했다.

테트로도톡신은 청산가리의 850배의 독성을 가지며, 300도로 가열해도 손상되지 않는 맹독성 물질이다.

테트로도톡신에는 신경 활동을 강력하게 차단하는 효과가 알려져 있어서 '통증'이 뇌로 전달되는 것을 막는 유망한 '진통제(신경마비제)'로서 기능할 것으로 여겨져 왔다.

100년 이상 인공합성 시도를 지속되어 왔으나 이번 연구를 통해 비로소 대량생산을 통한 통증치료제로 할용 할 수 있는 길이 열리게 되었다. 

이에 복어 요리는 잘 먹으면 술 해독에 많은 도움이 되지만 잘못 먹으면 저승사자와 만날 수 있는 위험천만한 음식이다.

결국 살아서는 주당들의 숙취음식으로, 죽어서도 인류 건강을 위해 이바지하는 독어(毒漁)가 복어(福漁)가 된 셈이다.

항시 어떤 일도 좋은 점과 나쁜 점이 동시에 존재한다는 점을 우리에게 제시하고 있다. 100% 만족을 주는 것은 이 세상에 없다. 역으로 100% 완벽한 것도 완전무결 한 것도 없다.

맛에는 식감, 사랑에는 낭만만 있는 것은 아니다. 입에 넣었을 때 식감이 좋다고 건강에 결코 이롭지는 않다. 로맨스가 있지만 열매는 결코 달지 않을 수도 있다.

리스크 없는 이익도 없다.

그래서 높은 이익이 있는 곳에 항시 하이 리스크는 존재한다. 얻는 것이 있으면 잃는 것도 있는 법이지 모든 것을 다 얻을 수는 없다.

세상 모든 일들이 기회가 위기가 되기도 하고, 위기가 기회도 되는 법이다. 결국 세상사 모두 양면성과 이중성의 원리를 깨닫고 실천하는 것이 리스크를 줄이는 비결이다. 

이상기 칼럼니스트 sgrhee21@nv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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