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뉴시스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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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민국 축구 역사상 가장 월드클래스로 평가받는 선수는 단연 토트넘의 손흥민 선수이다. 하지만 그는 혜성처럼 나타난 것이 아니다.

아버지가 있었기에 아들이 유명세를 타고 있다. 이를 방증하듯이 손흥민 선수는 “나의 축구는 온전히 아버지 작품이다”라고 밝혔다.

손흥민 부친 손웅정 감독과 손흥민 선수의 부자지간의 일화가 책 출간과 함께 화제가 되고 있다.

부전자전(父傳子傳)이라는 말이 있다. 아들의 성격이나 생활 습관 따위가 아버지로부터 대물림된 것처럼 같거나 비슷함을 뜻한다.

어느덧 한국 축구계도 아버지의 과업을 물려받아 일류 선수로 활약하였던 차두리를 비롯하여 현재 왕성하게 활약하고 있는 선수가 적지 않다.

손웅정 감독은 [모든 것은 기본에서 출발한다]라는 저서를 출간했다. “실력도 기술도 기본에서 출발해야 한다.”는 점을 강조했다.

그는 수차례 출판을 망설였다고 한다. 그의 젊은 시절 축구인생은 그다지 성공한 케이스는 아니었기 때문이었다. 어쩌면 그러기에 더욱 세간의 조명을 받고 있는 줄도 모른다.

자기의 과거 쓰라린 과거를 완전히 뒤집는 성공 스토리를 쓴 점에서 더욱 뭇사람들의 찬사를 받고 있다. 그의 말대로 ‘마발이’ 삼류 선수의 실패를 거울삼아 축구 선수 대를 이어 ‘가문의 영광’을 이룩했다.

은퇴 후 궁핍한 살림 속에서도 매일같이 빼놓지 않은 습관이 있었다. 운동과 독서다. 막노동을 나가는 날에도 새벽 3시 반에라도 일어나 개인 운동을 했다.

자기 관리에 철저했다는 의미이다.어린 시절 가난에도 불구하고 축구에 대한 열정, 독기 품고 악바리 같았지만 기본기와 가술 부족으로 한계 봉착, 아킬레스건 부상으로 28세

이른 나이에 마지못해 선택했던 조기은퇴, 프로선수 시절과 은퇴 후 녹록하지 않던 ‘투잡’과 ‘스리잡’의 사회생활, 아들에게 축구를 가르치며 독자적으로 연구하고 개발한 훈련법, 손흥민과 함께 온갖 설움을 무릅쓰고 견뎌낸 독일과 영국에서의 처절한 객지생활 이야기, 다가올 미래에 대한 구상과 바램 등을 담았다.

구구절절하게 이겨낸 휴먼 감동스토리 그 자체다. 세상은 넘어지고 뒹굴면서도 결국 일어나서 무언가를 이루는 사람이 있다.

반면에 쉽게 포기하거나 좌절하기도 한다. 혹은 뒤에서 수군대고 비난하는 사람들도 있다.

축구 경기에서 흔히들 말하는 것처럼 “공은 둥글다”처럼 찬스는 오게 마련이다. 준비하고 노력하는 자에게 반드시 기회는 찾아오는 법이다.

때로는 후반 추가타임(인저리 타임)에서 뒤집히는 경우도 허다하다. “끝날 때까지 끝난 게 아니다”라는 말처럼 종료 휘슬 울릴 때 까지 봐야 한다.

이런 각도에서 보면 손 감독은 의미 있는 삶을 우리에게 보여준 것이다. 실패와 상처를 이기고 역작을 만들었다.

이는 집안과 문중(門中) 대대(代代)로 내려오는 그 집안의 신분(身分)상승으로 이어졌다. 그러기에 누구나 이들 부자(父子)의 성공적인 인생역정을 부러워하고 있다.

토끼와 거북이 달리기 경주 이야기는 우리에게 좋은 교훈을 주고 있다. 처음에는 토끼가 압도적으로 앞서 나갔지만 결국 거북이는 쉬지 않고 열심히 기어가서 승리했다.

그래서 손흥민 부친은 충실한 기본기와 강인한 체력을 강조한지도 모른다. 이솝 우화를 교훈삼아 손흥민 선수를 키우는데 철저하게 적용했다.

축구 인재 양성측면에서 단계별 로드맵을 적용했다. '능력보다 노력이 중요하다'라는 교훈을 그들 부자는 실천했다. 손웅정 감독은 자식의 축구인생에 대한 디자인을 철저히 했다. 자기가 실패했던 점을 수정·보완하는 작업을 꾸준히 실천해낸 것이다.

더욱이 못 이룬 꿈을 자식에게 이식·전이시켜 성공시켰다는 점에서 우리에게 더욱 감동을 준다.

특히 손 감독은 자식에게 흔히들 놓치기 쉬운 겸손과 감사함을 강조했다. “네게 주어진 모든 것들은 다 너의 것이 아니다.

세상은 감사하는 자의 것이니, 삶을 멀리 봐서 욕심을 버리고 마음을 비워라”라고 조언한다.

손 감독은 기술 습득 이전에 사람됨을 가르쳤다. 선수생활은 유한하지만 인품은 무한하기 때문이다. 뿌린 대로 거두려는 ‘농부의 마음’으로 축구인생을 살아가라고 강조했다.

그의 이러한 인생 철학은 손흥민 선수로 하여금 지난 카타르 월드컵 주장으로서 모점적인 언행으로 여실히 발현되었다.

중국 고사에 "'배움은 흐르는 물을 거슬러 올라가는 배와 같아, 나아가지 못하면 후퇴하게 된다 (學如逆水行舟, 不進則退)'라는 말이 있다.

부단한 노력을 기울이고, 도전 정신을 잃지 않아야 더 높은 곳으로 나아가고 발전을 이뤄낼 수 있다는 것이다. 그래서 연(鳶)은 순풍이 아니라 역풍에 가장 높이 날수 있다.  

‘수도거성(水到渠成)’이란 성어가 있다. ‘물이 흐르는 곳에 도랑이 생긴다’는 의미이다. 꾸준히 할 일을 한다면 언제인가는 그 일이 반드시 이루어진다는 굳은 믿음을 가지라는 것이다.  

이들 부자의 성공 비결은 두 고사성어를 신조로 삼고 실천한 결과이다. ‘불진즉퇴(不進則退)’와 ‘수도거성(水到渠成)’ 했기에 이제는 "순풍에 돛달고 앞으로 나아간다"는 ‘風好正揚帆(풍호정양범)’신세가 되었다.

그야말로 그다지 유명하지 않은 낡은 족보 하나로 자신의 본분과 신념을 잊지 않고 자수성가해 ‘가문의 영광’을 이룩한 주인공들이 된 셈이다. 그야말로 한국 축구계에 ‘불멸의 족적(足跡)’을 남겨주었다.

그럼에도 “나의 축구는 온전히 아버지의 작품이다”라고 겸손한 자세를 견지하는 손흥민은 “이 책을 읽으며 미처 몰랐던 아버지의 지난 고난의 세월을 알 수 있었고, 아버지가 늘 강조하신 생각들을 다시 마음속에 새길 수 있었다”고 부친의 노고를 아끼지 않았다. 부자지간의 훈훈한 덕담이 우리를 찡하게 한다.

인재는 고난의 역사 속에서 잉태되어 역사를 창조한다. 손흥민 선수는 부친의 각고의 노력과 철저한 디자인을 통해서 양성되어 한국 축구계를 빛나게 하고 있다.

그의 부친은 지금도 ‘손웅정 축구아카데미’를 통해 ‘제2의 손흥민’을 키우고 있다. 고귀하고 멋진 인생을 영위하고 있는 이들 부자에게 찬사와 경의를 표한다.

이상기 칼럼니스트 sgrhee21@nv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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