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25일 오전 서울 서초구 서울고법에서 '국정농단' 사건과 관련 파기환송심 1차 공판을 마치고 차량으로 향하고 있다 / 사진 = 뉴시스 ]
[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25일 오전 서울 서초구 서울고법에서 '국정농단' 사건과 관련 파기환송심 1차 공판을 마치고 차량으로 향하고 있다 / 사진 = 뉴시스 ]

박근혜(67) 전 대통령과 최순실(63)씨에게 뇌물을 건넨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이재용(51) 삼성전자 부회장 파기환송심 담당 재판부가 심리에 앞서 "이 사건은 재벌총수 지배력을 강화하기 위해 저지른 범죄"라며 개선 노력을 해달라고 질책했다. 이 부회장 측은 유무죄를 다투지 않고 양형 부당 주장만 하겠다는 입장이다.

서울고법 형사1부(부장판사 정준영)는 25일 뇌물공여 등 혐의로 기소된 이 부회장 등 삼성 관계자 5명에 대한 파기환송심 1차 공판기일을 진행했다.

재판부는 이날 "이 사건 수사와 재판을 위해 많은 국가적 자원이 투입됐다. 이 사건에서 밝혀진 위법행위가 다시는 우리 사회에서 발생하지 않도록 해달라는 국민적 열망도 크다"며 "그러나 다음 몇가지 점들이 해결되지 않는다면 삼성그룹이 이 사건 같은 범죄를 다시는 저지르지 않을 것이라고 그 누구도 장담하지 못할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첫째 이 사건은 삼성그룹 총수와 최고위직 임원들이 계획하고 가담한 횡령 및 뇌물 범죄이고 이를 방지하기 위해서는 실질적으로 효과적인 기업 준법감시제도가 필요하다"며 "삼성그룹 내부에서 기업 총수도 무서워할 정도의 실효적인 준법감시제도가 작동되고 있었다면 이 법정에 앉아있는 피고인들뿐 아니라 이 사건에서의 박 전 대통령, 최씨도 이 사건 범죄를 생각할 수 없었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또 "둘째 이 사건은 대기업집단, 재벌 총수 지배력 강화를 위해 저지른 범죄"라며 "국내외 각종 도전이 엄중한 시기에 총수가 재벌체제 폐해를 시정하고 혁신경제로 나아가는 데 기여해야 할 것"이라고 조언했다.

마지막으로 이 부회장에게는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기업 총수로서 어떤 재판 결과에 대해서도 책임을 통감하고 겸허히 받아들이겠다는 자세로 본 심리에 임해주길 바란다"며 "심리기간 중에도 당당하게 기업 총수로서 해야 할 일과 할 수 있는 일을 해주시길 바란다"고 당부했다.

이 부회장 측은 "대법원 판결을 존중하고 이를 바탕으로 변론할 생각"이라며 "저희로서는 대법원 판결에서 유무죄 판단을 달리 다투지 않겠다"고 밝혔다. 최대한 선처를 받기 위해 양형 심리에 집중하겠다는 취지다.

이 부회장은 이날 인정신문에서 자신의 이름과 주소지를 밝히고 직업을 묻자 "삼성전자 부회장"이라고 말했다. 이외에는 별도의 언급 없이 재판과정을 지켜봤다.

이보다 앞서 법정에 출석하는 과정에서는 '6백여일 만에 법정에 다시 선 심정이 어떤가'라는 취재진 질문에 "많은 분께 심려를 끼쳐드려 대단히 송구스럽게 생각한다. 죄송하다"고 담담한 어투로 말한 뒤 고개를 숙였다.

박영수 특별검사팀은 부정한 청탁의 대상이 됐던 '승계작업' 관련 입증을 위해 삼성바이오로직스 수사에서 확보된 자료를 증거로 사용하겠다는 입장이다.

양측 의견을 들은 재판부는 다음달 22일 열리는 2차 기일에 유무죄 관련 부분을 정리하고, 12월6일 열리는 3차 공판기일에 양형 관련 양측 주장을 들을 계획이다.

이 부회장 등은 박 전 대통령과 최씨에게 삼성 경영권 승계 및 지배구조 개편 등을 도와달라는 청탁을 하고 그 대가로 최씨의 딸 정유라씨 승마훈련 비용, 한국동계스포츠영재센터, 미르·K스포츠재단 등 지원 명목으로 총 298억2535만원의 뇌물을 제공한 혐의 등으로 재판에 넘겨졌다.

앞서 1심은 이 부회장에게 징역 5년을 선고했지만, 2심은 징역 2년6개월에 집행유예 4년을 선고했다. 대법원 전원합의체는 이 부회장 등에 대한 상고심에서 징역 2년6개월에 집행유예 4년을 선고한 원심을 깨고 사건을 서울고법으로 돌려보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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