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정현 무소속 의원이 지난달 18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외교통일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질의하는 모습 / 사진 = 뉴시스 ]
[ 이정현 무소속 의원이 지난달 18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외교통일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질의하는 모습 / 사진 = 뉴시스 ]

한국방송공사(KBS)의 세월호 보도에 개입한 혐의로 1심에서 징역형을 선고받은 이정현(61) 무소속 의원이 항소심에서도 유죄가 인정됐지만 벌금형으로 감형받았다. 이번 판결이 확정되면 이 의원은 의원직 상실 위기에서 벗어나게 된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항소50부(부장판사 김병수)는 28일 방송법 위반 혐의로 기소된 이 의원에 대해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한 1심과 달리 벌금 1000만원을 선고했다.재판부는 이 의원의 법리 오해, 사실 오인 주장을 모두 받아들이지 않았다.

재판부는 "이 의원과 김시곤 전 KBS 보도국장의 지위, 두 사람의 관계, 대화 내용에 비춰보면 통화 내용이 단순히 보도내용 항의나 오보임을 지적한 것에 불과하다고 보이지는 않는다"며 "향후 해경에 대한 비판 보도를 자제해달라는 내용을 구체적으로 전달하거나 또는 수정해달라는 취지로 '편성 간섭'에 해당한다고 판단된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간섭이라는 용어는 (방송법에) 굳이 정의 규정을 두지 않더라도 간섭의 의미와 방송법 체계에 비춰 일반인이라도 이해할 수 있는 용어"라며 "죄형법정주의에 반한다고 볼 수 없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방송이 사회에 미치는 영향이 중대해서 방송의 독립을 엄격하게 보장해야 한다"며 "디른 방법의 비평이나 정정보도 요청 수단이 마련된 점에 비춰보면 (방송법의) 그와 같은 조항이 헌법에 위반된다고 보기 어렵다"고 설명했다.

다만 "이 의원은 해경이 승객 구조를 위해서 사투를 벌이는 상황에서 해경이 구조작업에 전념토록 하거나 사실과 다른 보도를 시정하기 위해 이 사건 범행에 이르게 된 걸로 보여서 범행 동기에 참작할 사정이 있다 보인다"며 "홍보수석 지위에서 이 사건 범행과 같은 행위가 종전에 관행으로 이뤄져 가벌성 인식이 부족해 보여서 그 밖의 양형조건과 함께 고려하면 원심 양형이 다소 부당하다"고 양형이유를 설명했다.

이 의원은 방송법이 제정된 지 31년 만에 이 규정 위반으로 처벌받는 첫 사례다. 방송법 4조 2항은 '누구든지 방송편성에 관해 이 법 또는 다른 법률에 의하지 아니하고는 어떤 규제나 간섭도 할 수 없다'고 규정하고 있다.

이 의원은 이 규정이 죄형법정주의에 반하는 등 헌법에 어긋난다며 위헌법률심판 제청을 신청했지만 기각됐다.

이 의원은 이날 선고 직후 '부당한 개입이 인정됐는데 한 말씀만 해달라'는 취지의 취재진 질문에 답하지 않은 채 준비된 차량에 탑승, 법원청사를 빠져 나갔다.

앞서 1심은 "방송법이 규정하고 있는 자유와 독립이 무너질 경우 전체 사회에 미치는 파급력을 고려해 처벌해야 한다"며 의원직 상실형인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다.

이 의원은 박근혜 정부 청와대 홍보수석 시절인 지난 2014년 4월21일 김 전 국장에게 전화를 걸어 해경 비판 보도에 항의하는 등 방송 편성에 간섭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검찰 조사결과 이 의원은 특정 뉴스 아이템을 빼거나 보도 내용을 바꿔 달라고 요구한 것으로 조사됐다. 이에 앞서 4·16 세월호 참사 특별조사위원회는 2016년 6월 이 의원 등을 이같은 혐의로 검찰에 고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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