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뉴시스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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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이 추진한 고율 관세 정책이 미국 내 소비자와 글로벌 공급망 전반에 심각한 충격을 주고 있다. 관세 인상이 다양한 소비재 가격 상승을 초래하고 있으며, 일부 제품은 아예 시장에서 구할 수 없게 되는 사태로 이어지고 있다.

최근 유럽과 아시아의 여러 기업들은 불확실한 관세 환경 속에서 게임기, 자동차, 시계 등 다양한 품목의 미국 수출을 중단했다. 미국 내 장난감, 의류, 생활용품을 판매하는 소매업체 ‘파이브 벨로우(Five Below)’는 4월 10일부터 중국산 제품의 입하를 전면 중단했고, 협력 해운사는 공급업체에 컨테이너를 개봉해 화물을 반송하라는 지시를 내렸다. 구체적인 품목은 공개되지 않았지만, 주요 소비재 전반에 영향이 미친 것으로 보인다.

크리스마스 장식품 생산도 타격을 입었다. 중국 저장성의 제조업체들은 올해 미국 바이어로부터 전통적으로 4월 중순에 이뤄지던 주문을 아직 받지 못했다고 밝혔다. 이처럼 트럼프 행정부가 도입한 ‘상호 관세’ 정책은 도리어 시장 혼란과 신뢰 저하를 초래하고 있다.

전자제품도 예외가 아니다. 미국의 노트북 제조업체 ‘프레임워크(Framework)’는 이달 초 일부 제품 판매를 중단했고, 게이밍 브랜드 ‘레이저(Razer)’는 미국 출하를 아예 중단했다. 장난감 제조사 ‘베이직펀(Basic Fun)’도 해상 운송에 따른 관세 리스크를 이유로 중국산 제품 수입을 포기했다. 베이직펀의 포먼 CEO는 “언제든 부과될 수 있는 고율 관세 때문에 더는 리스크를 감수할 수 없다”고 밝혔다.

고급 소비재도 수출 차질을 겪고 있다. 트럼프 정부가 스위스산 시계에 31%의 관세를 부과한 이후, Audemars Piguet, Breitling, Rolex 등 유명 브랜드들이 미국 배송을 중단했다.

자동차 업계에서는 독일 아우디(Audi)가 미국 수출을 전면 중단했고, 4월 2일 이후 도착한 차량은 딜러 보관으로 전환되었다. 재규어랜드로버도 이달부터 미국 수출을 중단했으며, 일본 닛산(Nissan)은 멕시코산 미니밴 2종의 미국 내 판매를 중단하기로 했다. 이에 따라 미국 소비자들은 당분간 새 차를 구하기 어려울 전망이다.

게임기 시장도 큰 영향을 받고 있다. 일본 닌텐도(Nintendo)는 차세대 게임기 ‘스위치 2’의 예약 개시일을 4월 9일에서 무기한 연기했다. 출시일은 6월 5일로 예정되어 있으나, 닌텐도는 관세 정책의 영향을 면밀히 평가한 후 예약 일정을 재조정하겠다고 밝혔다.

트럼프 행정부의 관세 강화 기조는 자국 산업 보호를 명분으로 추진되었지만, 결과적으로는 시장의 불확실성을 증폭시키고 공급망 마비와 소비자 피해를 야기하고 있다. 미국 경제와 글로벌 무역의 균형에 미칠 파장이 더욱 깊어질 것으로 우려된다.

차승민 기자 smcha@nv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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