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 각국 중앙은행, 경기 부양을 위해 금리 인하 결정 전망
미국 경제의 성장률은 눈에 띄게 둔화
아시아 각국이 미국의 금리 인하 정책 추종할 경우 자국 통화 가치가 다시 하락할 수도 있어

사진=뉴시스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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니혼게이자이(日本經濟)신문은 16일 아시아 각국의 통화가치가 일제히 강세를 보이고 있다고 보도했다. 

미국의 금리 인하 기대감이 커지면서 장기간 이어진 달러 강세 흐름이 전환점을 맞았다. 원-달러 환율이 오르면 수입형 인플레이션이 발생할 위험이 줄어들었다.

아시아 각국 중앙은행이 경기 부양을 위해 금리 인하를 결정하는 국면이 올 것이다.

13일 외환시장에서 말레이시아 링깃의 달러당 환율은 약 4.4링깃을 기록했다. 링깃화 가치는 5일 달러당 4.3링깃대로 16개월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 링깃화 환율은 이전보다 하락했지만 여전히 높은 수준이다.

바트화의 달러당 환율은 약 35바트로 7개월 만에 최고치다. 

필리핀 페소화 환율은 달러당 56.5페소로 4개월째 높은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동남아시아 통화의 평가절상 추세가 뚜렷하다. 미국 민성이 산출하는 아시아 신흥국 통화지수도 8월 초순 5개월 만에 최고 수준으로 올라섰다.

오랜 달러 강세 흐름이 일단락된 게 배경이다.

2일 발표된 미국의 고용통계에 따르면 미국 경제의 성장률은 눈에 띄게 둔화됐다. 연준의 금리 인하 기대가 급속히 커졌다. 미국 장기금리는 한때 14개월 만에 최저치로 떨어졌고, 달러 강약의 정도를 보여주는 달러인덱스는 7개월 만에 최저점을 찍었다.

연준의 관찰 도구는 금리선물 시장가격 변동에 따라 미래 정책금리를 예측하는 도구다. 

9월 미국 연방공개시장위원회가 금리를 0.5%포인트 인하할 확률은 현재 50%로 추산된다. 7월 말 현재 이 확률이 1할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큰 폭의 금리인하 경향도 급격히 강해질 것으로 보인다.

이 변동의 영향으로 아시아 중앙은행이 금리 인하에 나설 가능성이 높아졌다는 전망이 힘을 얻고 있다. 

미즈호정보연구소의 가메카가와 가미나가와 주임 이코노미스트는 "아시아의 인플레이션이 꾸준히 둔화되고 있다"며 "아시아 중앙은행이 미국의 금리 인하를 따라갈 것"이라고 언급했다.

브라질·칠레 등 중남미 국가들은 금리 인하를 단행해 오랫동안 경제를 지탱해 왔다. 멕시코 은행들이 8일 5개월 만에 금리 인하를 결정했다.

아시아 중앙은행들이 금리 인하를 주저해 온 배경에는 달러화 강세에 따른 물가 상승 리스크가 있다. 

경기 부양을 위해 금리인하를 요구하는 정부의 자세와 대립하는 경우도 있어 아시아 지역 중앙은행들은 물가 안정과 경기 부양 사이에서 오랫동안 어려운 판단을 강요받아 왔다. 

달러화 가치가 계속 하락하면 통화가치 하락을 우려해 금리인하를 주저할 필요성이 줄어든다.

하지만 아시아 각국이 미국의 금리 인하 정책을 섣불리 추종할 경우 자국 통화 가치가 다시 하락할 수도 있다.

노무라증권 하루이 마코야 외환분석가는 2000년 이후 미국의 금리 인하를 "대부분의 경우 아시아 신흥국들이 미국의 금리 인하를 추종했고, 이후 글로벌 위험회피 심리가 커지면서 아시아 통화가 팔렸다. "금리 인하를 요구하는 정부도 압박을 강화하면서 아시아 중앙은행이 '고비'를 맞고 있다"는 것이다.

차승민 기자 smcha@nv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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