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타 고로 생산의 효율성이 떨어져 하루에 100만 파운드 손실
영국 경제는 금융 등 서비스업이 주도
그러나 제조업이 계속 쇠퇴하면 지방 경제와 고용이 위태로워

사진=뉴시스 제공.
사진=뉴시스 제공.

영국의 제조업이 쇠퇴해 가고 있다고 니혼게이자이신문이 19일 보도했다.

올 1월 31일 타타제철 글로벌 최고경영자(CEO)인 나렌덜랜드가 모습을 드러냈다.

앞서 타타제철은 사우스웨일스 포트 탤벗에 있는 공장 내 고로 2기를 2024년까지 가동 중단한다는 소식이 전해졌다. 여론이 들끓자 임원들은 의회에 출석해 해명하라는 요구를 받았다.

타타제철은 2007년 거대 철강회사인 '인호콜루스'를 인수해 전형적인 '뱀이 코끼리를 삼키는' 인수합병 사례를 만들어냈다. 포트탤벗 제철소는 크루즈 산하 영국 최대 규모의 제철소다.

철강 생산의 기반시설인 고로가 멈추면 고용에 중대한 영향을 미칠 수 있다.

타타제철 소속 직원 약 4000명 중 최대 2800명의 일자리가 영향을 받을 수 있다. 그렇다고 용광로가 계속 돌아가기는 어렵다. 나렌들랜드에 따르면 사용 년한이 임박한 등의 이유로 고로 생산의 효율성이 떨어져 이 회사의 영국 사업은 "하루에 100만 파운드의 손실이 발생한다"고 한다.

영국의 철강 산업은 한때 대성황을 이뤘다. 1970년 조강 생산량이 정점을 찍은 뒤 영국 철강 업계는 내리막길을 걸었다.

2022년까지 세계 조강 생산량 20위 안에 드는 EU 국가는 독일, 이탈리아, 프랑스, 스페인이다. 30년 전에 비해 생산량은 줄었지만 가장 많이 줄어든 프랑스도 30% 남짓에 그쳤지만 같은 기간 영국은 60% 이상 감소했다.

생산량 감소의 배경 속에서 영국 철강업계의 경영권은 점차 외자에 의해 장악되고 있다. 영국 내 업계 1위는 인도 타타그룹으로, 2위였던 국영기업 브리티시스틸은 브렉시트로 파산했다가 중국 기업에 인수됐다.

철강업계뿐 아니라 영국 제조업 전반이 외자에 크게 의존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자동차 업계가 대표적이다.일본 닛산·도요타·독일 bmw와 인도 타타자동차 산하 재규어랜드로버 등 4개 외국계 기업이 영국 내 자동차 생산능력의 약 90%를 차지한다.

시멘트 업계의 구조는 자동차와 유사하다. 미국 시장조사기관 IBIS월드의 통계에 따르면 매출의 70%는 주로 상위 4개 기업에 집중돼 있으며 그 중 3개는 외자 기업이다. 유일한 영국 회사는 브리든그룹으로 인도 출신 세계 2위 철강업체인 유럽 액셀로미탈 창업자 락시미 미탈의 사위다.

영국 통계청에 따르면 2021년 영국 제조업 매출액은 약 5570억 파운드이며, 이 중 외자 기업의 비율이 절반을 넘는다.외국인 투자에 대한 의존도가 높으면 영국에 대한 투자가 외국에 의해 결정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현재 영국 경제는 금융 등 서비스업이 주도하고 있다. 그러나 제조업이 계속 쇠퇴하면 지방 경제와 고용이 위태로워질 수 있다.

브렉시트(영국의 유럽연합 탈퇴)가 4년 앞으로 다가온 가운데 제조업만 놓고 보면 제 갈 길을 택한 영국이 뒤처지고 있음을 부인할 수 없다고 판단됐다.

이창우 기자 cwlee@nv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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