ㆍIOC 올림픽 강행 위해 일본 눈치...코로나 사태에 '돈 줄' 마른 영향 겹쳐
ㆍ도요타, 파나소닉, 브리지스톤 등 TOP(The Olympic Partner)중 40% 일본기업
ㆍ美 워싱턴포스트, 토마스 바흐 IOC 위원장 빗대 "코로나 고통 받는 일본에 개최 강요"

토마스 바흐 국제올림픽위원회(IOC) 위원장/ 사진= 뉴시스 제공.
토마스 바흐 국제올림픽위원회(IOC) 위원장/ 사진= 뉴시스 제공.

일본 도쿄올림픽조직위원회가 도쿄올림픽 홈페이지에서 독도를 자국의 영토로 표기한 것과 관련해 논란이 커지고 있는 가운데 우리 정부가 '올림픽 불참'까지 고려해 강력 대처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여기에 "한국 불참을 환영한다"는 일부 일본 누리꾼들의 SNS(사회관계망서비스) 게시글 등이 퍼지면서 한·일 양국 간의 감정 싸움이 극한으로 치닫고 있다.

일본 정부를 향한 한국 정부의 항의는 '일방적 주장'으로 돌아왔다. 지난 28일 가토 가쓰노부(加藤勝信) 일본 관방장관은 총리관저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다케시마(일본 측이 주장하는 독도의 지명)는 역사적 사실에 비춰보나 국제법상 명백하게 일본의 고유의 영토"라며 "한국 정부와 관련 단체 등의 주장은 전혀 수용할 수 없다"고 주장했다. 

'독도' 이슈를 국제 사회를 향한 전력적 메세지로 활용하려는 듯한 발언도 나왔다. 가쓰노부 장관은 "일본 정부는 향후 계속해서 우리나라 영토와 영해, 영공을 단호하게 지켜낼 결의를 토대로, 냉정하고 의연하게 다케시마 문제에 대응하게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영토 등의 단어를 강조해 '독도'에 대한 국제사회의 인식을 각인시켜려는 의도로 풀이되는 대목이다.

한·일 양국 간의 이견차가 극명해지면서 관심이 쏠릴 건 IOC(국제올림픽위원회)의 입장이다. IOC는 최근 국내 한 매체가 "성화봉송 지도에 독도가 포함된 게 정치적인 문제인 만큼 IOC의 개입 계획은 어떤지"에 대한 서신 문의에 "해당 사안이 도쿄올림픽조직위원회에서 제기된 이슈인 만큼 그쪽(일본조직위)의 입장을 참고해 달라"고 선을 그었다.

IOC의 이 같은 반응에 한국 정부는 물론이고 국제스포츠계도 이례적이란 반응이다. IOC는 자체 헌장 제50조(2항)를 통해 '어떠한 형태의 시위나 정치적·종교적·인종적 선전도 허용하지 않는다'고 규정하고 있다. 평화와 공동 번영 등 올림픽 정신에 위배되는 그 어떤 이해충돌도 간과하지 않겠다는 분명한 의지를 담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 2018년 평창동계올림픽 당시 우리 정부는 남북이 공동으로 개막식에 입장하는 세러모니를 준비하는 과정에서 독도가 표기된 한반도기 사용을 계획하던중 일본 정부의 강력한 항의를 받았다. 이에 IOC가 정치적 중립 위반을 이유로 중제에 나섰고 우리 정부가 IOC의 의견을 수렴해 한반도의 독표 표기를 삭제했다. 형평성에도 어긋난다는 지적도 나오는 이유다.

그렇다면 같은 행사(올림픽), 같은 상황(독도 논란)을 두고 한국과 국제사회의 비난에도 불구하고 IOC가 일본 정부와 조직위원회 측에 미온적인 이유는 뭘까.  

전문가들은 그 해답을 IOC의 수익구조에서 찾을 수 있다고 조언한다. IOC는 지난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여파로 인한 전 세계적인 '셧 다운' 기조에도 불구하고 올림픽 개최 강행을 주장해 왔다. 비록 결과는 1년 연장으로 결정됐지만 이로 인한 막해한 손실은 피할 수 없었다는 게 스포츠계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IOC 전체 수익의 70%는 TV중계권료에서 나온다. 도쿄올림픽을 포함해 오는 2032년까지 총 6번의 하계·동계올림픽 중계권은 NBC방송 등에 약 77억달러(한화 약 8조5000억원)에 팔린 상태다. 단순 계산으로만 볼 때 1회 올림픽 당 적어도 우리 돈 1조~1조5000억원 이상을 벌어들이는 꼴이다. 하지만 지난해 코로나19 상황은 IOC 운영에 '암초'가 됐다.

만약 도쿄올림픽이 취소 또는 무산된다면 어떤 일이 벌어질까. 전체 지출의 90% 이상을 전세계 선수육성과 각국 올림픽위원회 및 경기단체에 배분하고 있는 IOC가 올림픽 개최를 못하게 된다면 '돈 줄'이 마련 세계 스포츠계가 IOC를 가만둘리 없다. 게다가 수 조원대의 중계권료 환불까지 감안한다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라도 일본 정부를 압박해 대회 개최를 성사해야 하는 상황이다.

지난달 미국의 유력 일간지 워싱턴포스트가 토마스 바흐 IOC 위원장을 빗대 "코로나19로 고통받고 있는 나라(일본)에 올림픽 개최를 강요하고 있다"는 비난을 쏟아낸 이유도 이와 무관치 않다. 결국 올림픽 개최라는 '허울 좋은' 상품을 억지 영업하느라 일본 정부의 눈치를 안 볼 수 없는 상황에 처한 IOC가 '독도 논란' 또한 못 본척 넘어가려 한다는 추측에 힘이 실린다.

IOC의 무관심에 힘을 보태는 건 올림픽후원사 TOP(The Olympic Partner) 프로그램 이다. IOC의 또 다른 '돈 줄'로 불리는 TOP기업은 모두 12개 회사다. 이 중 40%가 도요타와 파나소닉, 브리지스톤 등 일본 기업이다. IOC에 가장 큰 '입 김'을 발휘한다는 TOP 기업들 조차 IOC와 일본 조직위의 '호위무사'로 자리하고 있는 셈이다.

상황이 이쯤 되자 한·일 간의 국민 정서는 극한으로 달하고 있다. '독도 논란'에 대한 일본 정부의 반응을 사실상의 '선전포고'로 받아들이는 분위기다. 오늘(1일) 기준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는 '도쿄올림픽 조직위 독도 일본땅 표기 강행시 올림픽 불참 선언해야합니다' 제목의 청원에 5만명 이상이 동의했다. 불과 게시 4일 만의 결과란 점에서 국민 정서를 대변한다는 평가도 나온다.

정치권도 연일 강도 높은 비난을 쏟아내고 있다. 더불어민주당 이용빈 대변인은 이날 논평을 통해 "일본 정부는 한국 정부의 항의를 즉각 수용하고 올림픽 지도에서 독도를 삭제할 것을 강력히 촉구한다"며 "올림픽을 이용해 독도에 대한 야욕을 부리려는 행위는 결코 묵과할 수도 용납할 수도 없으며, 민주당과 정부는 모든 방법을 동원해 강력히 대응해나갈 것"이라고 강조했다.

도쿄올림픽 개막은 50여일 앞이다. 하지만 일본 정부의 입장 변화는 없을 것으로 보인다. IOC의 사안 개입도 여전히 불투명하다. IOC의 무모한 편파 행정이 불러올 '올림픽 가치' 절하가 향후 국제 스포츠계와 한일 양국 관계에 어떤 영향을 미치게 될지 주목된다.  

차승민 기자 smcha@nv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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