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자유한국당 황교안 대표와 참석자들이 11일 인천시 부평구 문화의거리 입구에서 열린 ‘살리자 대한민국! 문재인정권 순회 규탄대회’에서 피켓을 들고 서 있다. / 사진 = 뉴시스 ]
[ 자유한국당 황교안 대표와 참석자들이 11일 인천시 부평구 문화의거리 입구에서 열린 ‘살리자 대한민국! 문재인정권 순회 규탄대회’에서 피켓을 들고 서 있다. / 사진 = 뉴시스 ]

야권이 추석 대목 민심 잡기 총력전에 나섰지만 '조국 정국'을 둘러싼 정치공학적 계산은 복잡해진 양상이다. '조국 전선'이 자칫 영·호남 지역대결 구도로 비화되거나 보수대통합 논의가 숙성되지 않은 채 급물살만 타게 될 경우 역효과를 낼 수 있다. 
 
조국 법무장관의 내각 입성을 막기 위해 사력을 다했던 자유한국당은 청문회 개최를 둘러싼 내홍으로 당 지도부 리더십 훼손 논란을 일으킨데다, '청문정국' 막판 결정적 한 방이 없었다는 비판이 제기되면서 정국 반전을 위한 묘수가 절실하다.

황교안 당대표가 조국 장관 파면을 목표로 띄운 '국민연대'도 보수대통합의 주도권을 잡기 위한 고심 끝에 나온 전략 아니냐는 해석이 많다. 보수야권인 바른미래당을 비롯해 민주평화당은 물론 민평당 탈당파 출신으로 구성된 대안정치연대까지 조국 장관 임명을 반대했던 만큼 범야권의 구심력을 모아 대여(對與) 투쟁 동력으로 삼겠다는 계산이다.

실제로 황 대표는 손학규 바른미래당 대표와 정동영 민주평화당 대표를 직접 찾아가 '반(反)조국 연대'에 함께 참여할 것을 설득한 데 이어 삭발 투쟁으로 결의를 다진 이언주 무소속 의원에게도 국민연대 동참을 제안한 사실이 알려졌다. 극우 성향이 강하지만 보수 진영의 지지기반이 탄탄한 우리공화당과도 한국당이 공조하는 방안이 거론된다.

정치권에서는 국민연대를 보수대통합의 신호탄으로 확대 해석하는 시각도 있다. 바른미래당 비당권파 수장인 유승민 의원이 지난해 6·13 지방선거 이후 잠행을 끝내고 국민연대 동참 의사를 밝혀 보수대통합 추진이 탄력을 받을 것이라는 관측이다.

영남의 한 중진의원은 "황교안 대표가 취임한 후로 보수대통합 언급은 여러 번 했지만 실제 행동에 나선 건 없어 보인다"며 "만약 추석이 지나고 10월까지도 보수대통합을 위한 뚜렷한 움직임이 없으면 보수대통합은 물론 황 대표의 리더십도 신뢰하기 힘들 것으로 본다"고 전망했다.

수도권의 한 재선 의원은 "야권이 비슷한 목소리를 내다 보면 자연스럽게 연대에 관한 논의도 활발해지지 않겠냐"며 "연대 과정에서 잡음이 나올 수도 있겠지만 보수대통합을 위해 필요한 하나의 과정으로 생각한다"고 말했다.

[ 11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바른미래당 최고위원회의에서 손학규 대표가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 / 사진 = 뉴시스 ]
[ 11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바른미래당 최고위원회의에서 손학규 대표가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 / 사진 = 뉴시스 ]

손학규 바른미래당 대표도 '조국 정국'에서 목소리를 내기 위해 절치부심하고 있다. 대통령의 '조국 임명 철회' 결단을 요구하는 촛불집회를 매주 광화문에서 열겠다고 선언한 것도 '촛불정부'를 자임하는 문재인 정권에 대한 공세 일환이다. 당내 거센 퇴진 요구 속에 추석 전 지지율 10% 달성 조건부로 제시했던 사퇴도 철회한터라 절박함은 황 대표 못지 않다.
 
이처럼 범야권이 '반조(反曺)·반문(反文)연대'를 구축하기 위해 보수 정당을 중심으로 팔을 걷어붙였지만, 정치권 한편에서는 실현 가능성에 의문을 제기하기도 한다. 

정치공학적 연대는 공통의 목표나 투쟁을 명분으로 필요로 하는 측면에서 '조국'을 고리로 한 연대는 검토할만 하지만, 민주평화당·대안정치연대가 해임건의안이나 국정조사 등에 부정적 입장으로 돌아서면서 범야권의 공조체제를 구축하기도 전에 연대가 무산될 가능성도 있다.

한국당과 바른미래당이 추진하기로 한 해임건의안은 재적의원 297명 중 3분의 1인 99명 이상 동의로 발의하고 의석 수 과반인 149명 이상 찬성해야 가결된다. 현재 의석수는 더불어민주당 128석, 한국당 110석, 바른미래당 28석, 민주평화당 4석, 무소속 18석 등으로 한국당과 바른미래당 의원이 전원 찬성해도 평화당과 무소속 의원 상당수가 반대하면 부결될 수도 있다.

원칙적으로 '조국 반대' 목소리를 내면서도 행동에는 소극적인 이면에는 내년 총선을 염두에 둔 표 계산 때문이라는 분석이 많다. 평화당이나 대안정치연대 소속 의원들의 지역구가 현 정부 지지층이 많은 호남과 대체로 겹치는 만큼 유권자들의 표를 의식하지 않을 수 없는데다, 보수 야권과 공조를 취하는 모양새도 부담스러울 것이라는 지적이다. 이를 두고 한국당의 한 재선 의원은 "양아치 정치인 아니냐"고 원색적으로 비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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