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비전e 이진구 기자] 스마트폰 경쟁이 화질에서 오디오 품질로 무게중심을 옮겨가고 있다. 

특히 안드로이드 생태계에서 각 제조사들이 특별한 차별화를 이루기가 어려워지면서 고음질에 대한 경쟁은 더욱 치열해 지고 있다.

스마트폰 기기와 음원에서의 고음질 경쟁에 대해 짚어본다. 

 

◆스마트폰 차별화...화질에서 음질로

현재 스마트폰 수준에서 낼 수 있는 화질이 한계에 도달한 반면,스마트폰에서 구현할 수 있는 음질은 상당한 발전 가능성이 남아있기 때문이다.

하이파이 쿼드 DAC를 탑재한 LG V30 <사진 / LG전자 제공>

대표적인 제품으로는 LG V30과 소니 엑스페리아 XZP 등이 꼽힌다. 

LG V30는 하이파이 쿼드 DAC(Digital to Analog Converter)을 탑재하고 오디오 명가 B&O 플레이와의 협업을 통해 고품격 사운드를 완성했다. 이를 통해 음악 재생에서 탁월한 음질을 들려준다고 LG전자는 평가했다.  특히 녹음에서도 스튜디오급(24bit/192kHz) 고음질 녹음이 가능하다.

소니 엑스페리아ZXP는 하이 레졸루션 오디오 기능을 탑재해 소니 블루투스 오디오제품과 비슷한 고음질 음향을 즐길 수 있다. 

 

◆기본 코덱 지원에서 고급 오디오칩 탑재로

스마트폰은 통화기능을 메인으로 한 휴대폰에 PC와 같은 운영체제를 넣고 와이파이를 포함한 무선 네트워크 기능을 통해 활용성을 극대화시킨 제품이다.

본격적인 스마트폰인 아이폰이 등장하기 이전에도 휴대폰은 각 회사 별로 사운드 기능을 강화하기 위한 시도를 해왔다. 

삼성전자에서 내놓은 애니콜 모델 가운데 MP3폰은 1999년에 출시됐다. 휴대용 MP3 플레이어가 나오던 해에 바로 해당기능을 휴대폰에 넣었다.

당시 삼성전자 MP3 플레이어 옙(YEPP)의 사운드 기술을 내장한 것으로 보인다.

플립형스마트폰에 32MB 내장메모리를 담아 8~ 9곡을 담을 정도였지만 들을 만한 음악을 전송하고 재생했다.

LG전자에서도 싸이언 MP3라는 휴대폰 모델을 내놓았다. 이들은 모두 MP3 재생을 위한 전용 DSP칩을 내장하는 방식으로 사운드 기능을 강화시켰다.

이와 비교해, 아이폰과 아이폰3G에서 사운드 성능은 일반 노트북PC의 사운드 정도의 비중을 차지했다. 

기본적인 MP3등 음원파일 재생에는 지장이 없는 수준이었지만 특별히 신경을 써서 고급 사운드칩을 장착하지도 않았다. 애플의 저가 음원 재생기인 아이팟 수준의 음질과 동일했다.

애플은 아이튠스를 통해 상당한 음원 콘텐츠 수입을 거두고 있었지만 음질 향상 자체에는 소극적이었다.

엔가젯(Engadget)의 스마트폰 오디오 테스트에서는 아이폰 4s가 아이폰5보다 더 뛰어난 결과를 보여주기도 했다. 이때 아이폰은 레티나 디스플레이와 카메라 성능 향상 등 다른 부분에서 혁신을 진행하느라 사운드에 신경을 쓰지 못한 것으로 추정된다.

이런 점은 비슷한 시기 경쟁하던 다른 스마트폰도 마찬가지였다. 안드로이드 진영의 대표적 제품인 삼성 갤럭시S 시리즈도 엑시노스, 혹은 스냅드래곤 APU에 딸린 코덱 정도를 이용해 음악을 재생하는 것이 전부였다. 예전 MP3폰처럼 별도의 고급 사운드칩셋을 탑재한 경우는 없었다.

◆차별화 힘든 안드로이드 스마트폰...사운드, 더욱 '부각'

스마트폰에서 사운드를 차별화하려는 시도가 시작됐다.

LG전자는 2013년 출시한 G2와 G플렉스에 하이파이 오디오에서 지원하는 24비트 192kHz 규격 음원을 재생할 수 있게 만들었다. 또한 스마트폰에 스테레오 스피커도 탑재해 이어폰 없이 들어도 품질 좋은 음악감상이 가능하도록 만들었다. 

2014년 초에는 우선 스마트폰에 장착되어 외부로 소리를 내주는 내장 스피커가 강화됐다.

LG전자는 G프로2에 1W급 스피커를 탑재했다. 일반적인 스마트폰 스피커는 작고값싼 모듈을 사용하기에 중저음이 약하게 나오며 고음을 너무 높이면 소리가 찢어진다.

또한 음악에서도 고음부만 부각돼 음질이 빈약하게 들렸다. 이에 대한 보완책으로 LG전자는 스피커 두께를 늘려서 파장이 긴 중저음을 구현했다. 결과적으로 G프로에 비해30% 이상 출력이 높아졌다.

별도 옵션 스피커를 통해 음질을 강화하려는 시도도 있었다.

팬택은 베가 시크릿 업과 함께 사운드 케이스라는 액세서리를 선보였다. 이 제품은 내장 스피커의 1차 울림통으로 스마트폰 스피커가 내는 사운드를 증폭시킨다. 진동형 스피커가 내장돼 있어 스마트폰과 맞닿은 다른 물체가 2차 울림통 역할도 한다.

2014년 중반에는 별도 칩셋을 강화해 사운드 기능을 고급화하려는 시도가 나타났다. 스마트폰 시장 초기에는 대부분 업체가 100DNR(dynamic ratio) 이하급 오디오칩 (DAC/ADC)을 썼다. DNR이 높을 수록 풍성한 음질을 표현할 수 있다.

이때부터 삼성, LG, 팬택 등 국내업체뿐 아니라 샤오미, TCL 등 중국 업체도 스마트폰에 고급 오디오칩을 탑재했다. 주로 고가 TV나 음향기기에 쓰이는 110~120DNR급 오디오칩을
적용해서 고성능 음향기기에 가까운 음질을 구현할 수 있게 됐다. 

<사진 / 뉴스비전e>

특히 고가형 오디오칩을 주로 생산하는 ESS는 이 때 스마트폰용 32비트 오디오칩을 출시했는데 이 칩은 127DNR까지의 고음질을 구현할 수 있었다. 

또한 울프슨과 퀄컴도120DNR 이상급 오디오칩 개발을 진행했다. 또한 고음질을 구현할 수 있는 USB 외장형DAC를 내놓는 업체도 늘어났다.

하드웨어 강화만 있었던 게 아니다.

멜론은 2013년부터 ‘원음전용관’에서 고음질 음원서비스를 시작했으며 현재 1000만여곡의 고음질 음원을 확보했다.

지니뮤직 역시 2013년 무손실 음원 스트리밍(실시간 재생) 서비스를 시작했다. 벅스뮤직은 2009년부터 고음질 음원 서비스를 했으며 2016년에는 초고음질 음원을 서비스하는 ‘그루버스’를 인수했다.

서비스에 따라 고음질 음원은 가격이 약간 더 비싸거나 일반 정액제가 아닌 별도 요금서비스로 되어 있기도 하다.

그렇지만 상당한 사용자가 이런 고음질 음원 서비스를 이용한다.

삼성은 자체 뮤직 스토어 내에 시디(CD) 음질 4배 수준인 UHQ(Ultra HighQuality) 음원 판매 카테고리를 따로 마련했다. 사용자의 음악 취향이 고음질 쪽으로이동하는 흐름을 잡기 위한 조치였다. 애플 아이튠스는 클라우드 서비스를 통해 이미 구입한 기존 음원을 무료로 고음질로 바꿔주기도 한다

 

◆음원 시장의 패러다임 전환...칩셋 중요성 더욱 높아져

예전 음원서비스 업체들은 기본적인 음원 수 확보가 최우선순위였다. 그러나 이제는 음원의 질 확보로 시장 패러다임이 전환되고 있다.

특히 무손실압축음원(FLAC)에 대한 수요가 급격히 늘어나고 있다. 스마트폰 오디오 기능이 좋아져서 플랙(FLAC) 파일을 재생할 수 있는 기기가 많아졌기 때문이다.

스마트폰 고음질 추구의 선두에 선 것은 LG전자에서 내세운 고급 DAC 탑재이다.

2015년 10월에 나온 LG V10은 퀄컴 스냅드래곤 808 MSM8992에 기본적으로 탑재된 사운드 칩셋인 퀄컴 WCD9330과 별개로, 고음질 오디오 출력용 DAC 칩셋으로 'ESS Sabre9018C2M', 헤드폰 앰프 칩셋으로는 'ESS Sabre 9602C'를 추가 탑재했다

이 제품은 듀얼 DAC 구조를 적용해 하이파이 DAC 모드의 활성화 여부에 따라 사용되는 칩셋을 전환한다.

하이파이 모드를 끄면 기본 솔루션인 퀄컴 WCD9330을 이용한다.사용자가 이 기능을 활성화하면 별도 탑재된 두 칩을 이용하며 DAC단에서 32-bit/384KHz 출력을 지원한다.

이어폰으로 음악을 들을 때만 하이파이 DAC 모드로 변경되며 사용시 볼륨을 75단계로 조절할 수 있다. 헤드폰 앰프 성능이 좋아서 50 ~ 600 Ω의 고음질 헤드폰도 자동으로 인식되어 사용할 수 있으며 기본 번들로 제공되는 Quad Beat 3도 상당히 좋은 성능을 내 준다

<사진 / 뉴스비전e>

2016년 2월 출시한 LG G5에서는 24-bit의 aptX HD 코덱이 탑재됐다.

돌비 디지털 플러스를 탑재하고 최대 7.1 채널 출력이 가능하며 이어폰 및 헤드폰의 출력의 경우 가상 7.1채널 음장으로 동작한다. 여기에 별도 장착 확장모듈인 Hi-Fi Plus with B&O PLAY를 통해 고음질을 지원한다.

2016년 9월에 나온 LG V20은 이런 흐름을 가속화시켰다. 이 제품은 쿼드 DAC인 ESS의 ES9218 DAC를 장착했다.

LG V10의 헤드폰 앰프 칩셋 'ESS Sabre 9602C <사진 / LG전자>

DAC는 MP3 같은 음원 데이터를 디코딩해서 나온 WAV/PCM 형태의 디지털 신호를 최종적으로 이어폰이나 스피커를 직접 구동하는 아날로그 신호로 바꿔주는 칩셋이다. LG V20이 채택한 ESS ES9218 DAC는 고성능 블루레이 플레이어나 고음질 오디오 기기에 주로 쓰이는 초고성능 DAC이다. 32-bit/384 kHz까지의 음원을 지원하며 -120 dB 수준의 저잡음 성능을 가지고 있다.

이런 초고성능 하드웨어를 통해 LG V20은 경쟁사 스마트폰과 확실히 다른 차별성을 가
지게 됐다는 평가다.  

 

◆고품질 음원 실효 논란도 제기

 

가청 주파수 한계를 벗어난 소리는 체감효과가 없다는 주장의 글 <공개SW 개발사 Xiph>

일각에서는 고품질 음원에 대한 실효성 논란도 있다.

얼마전 공개소프트웨어를 개발하는 Xiph.Org Foundation에 올라온 글이 소개된바 있다.  Xiph는 국내에도 개발자용 공개 소프트웨어를 공급하고 있다. 

번역된 내용에 따르면 우리가 흔히 고음질을 만드는 방법으로 생각하는24bit/192kHz 음원은 과학적으로 의미없는 결과물이라는 주장이다.

이 주장의 근거는 간단하다.

인간의 귀 구조상 20Hz~20kHz는 가청 스펙트럼을 완전히 포함하는 영역이기 때문에, 48kHz를 넘는 것은 의미가 없다는 것이다.

192kHz는 가청 한계 주파수에서 무려 400%나 벗어난 소리라는 것이 핵심이다.  청각과 시각은 한계 주파수 밖에서 비슷한 양상을 보이며 오히려 체감효과가 떨어진다는 논리다. 

24비트 음원 역시 마찬가지이다. 16bit 선형 PCM 음원이 이론상의 인간귀의 다이내믹 레인지(가장 작은 소리와 큰 소리의 차이)를 전부 커버하지 못한다는 주장이다. 

음향학자 배명진 교수 역시 이론적으로는 좋은 음질이지만, 인간 가청 이상의 음역대로 확장되는 음질향상에 대해서는 의문을 표했다. 이처럼 하이 레졸루션 오디오 음원에 대해서 회의적인 시각이 많다.

물론 이런 결론에 대한 반박도 있다.

음향전문가들은 인간의 귀가 단지 소리를 ‘듣는’것만이 아니라 들을 수 없는 어떤 것을 미묘하게 ‘느끼는’ 역할도 한다고 주장한다. 많은 사용자가 실제로 고음질 음원과 기존 저음질 음원을 비교해서 들었을 때 차이를 실감하고 있다는게 이 주장의 근거다. 

실제 청음을 하면 일반인도 구분할 수 있을 정도의 차이가 나기도 하는데, 이 차이를 유발하는 것은 대표적으로 상당한 분리도, 풍부해진 음, 부드러운 음색 등이 꼽힌다. 

이런 소리 차이에 대해 단순히 컴프레싱 작업 특성이라고 보는 의견이 있다. 예전에는 일부러 CD에 넣을 음원을 중, 고음을 강조하여 맑고 선명한 음을 내는 것처럼 만들었다는 것이다.

업계에서는 이와 같은 상반된 주장이 있음에도, 사용자가 구별할 수 있는 차이점이 존재하는 만큼 고음질은 스마트폰에서 차별화를 꾀할수 있는 핵심 요소로 평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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