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25년 PEW 리서치 조사에 따르면, 세계 주요국 국민 다수가 중국을 미국보다 앞선 ‘세계 최고의 경제 대국’으로 인식하기 시작한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유럽 국가들에서 이러한 인식 변화가 뚜렷하다. 독일, 프랑스, 이탈리아 등에서는 중국을 경제 1위로 보는 응답이 미국보다 많았으며, 프랑스의 경우 2023년 43% 대 43%였던 인식이 2025년에는 중국 49%, 미국 37%로 크게 벌어졌다. 전체 조사 대상국 성인의 중간값 기준으로도 중국(41%)이 미국(39%)을 근소하게 앞섰다.
미국과 중국 사이, 복잡해지는 선택
하지만 여전히 대부분의 국가는 미국과의 경제적 관계를 더 중요하게 여기는 것으로 나타났다. 19개국이 미국과의 유대를 우선시한다고 답한 반면, 중국과의 관계를 우선시한 나라는 호주, 인도네시아, 남아프리카공화국에 불과했다. 흥미로운 점은, 고소득 국가들에서 미국보다 중국과의 관계를 더 중시하는 여론이 점차 커지고 있다는 것이다. 호주의 경우 2021년에는 미국 선호가 높았지만, 2025년에는 오히려 중국 선호가 역전됐다(53%).
반대로 한국은 이례적인 행보를 보였다. 미국과의 경제적 관계를 더 중요하다고 보는 비율이 2021년 이후 오히려 증가한 유일한 국가로, 중국과의 거리 두기가 강화된 것으로 해석된다.
중국, ‘동맹’인가 ‘위협’인가
이번 조사는 또 하나의 역설을 드러낸다. 중국은 다수 국가에서 ‘가장 중요한 동맹국’이자 동시에 ‘가장 큰 위협’으로 동시에 꼽혔다. 특히 아프리카와 라틴 아메리카 국가들은 중국을 주요 동맹으로 인식하면서도, 아시아 태평양 지역에서는 중국을 가장 큰 위협으로 보는 시각이 강하다. 일본과 호주는 응답자의 절반 가까이가 중국을 자국 최대의 위협으로 인식했으며, 한국과 인도에서도 중국은 북한과 파키스탄에 이어 두 번째 위협으로 지목됐다.
한편, 라틴 아메리카에서는 미국이 더 큰 위협으로 인식되고 있다. 멕시코에서는 무려 68%가 미국을 최대 위협이라고 응답했고, 중국을 위협으로 본 비율은 5%에 불과했다.
‘우리가 남이가’ 시대의 종말… 한국, 현실 직시해야
이러한 변화는 ‘친미냐, 친중이냐’라는 과거의 외교 프레임이 더 이상 유효하지 않음을 보여준다. 트럼프의 재집권과 함께 강화된 ‘아메리카 퍼스트’는 미국이 동맹과 적을 가리지 않고 자국 이익을 최우선에 두는 현실을 드러냈다. 2025년 미국의 대중 145%, 대멕·대캐나다 25% 관세 부과는 그 상징적인 사례다. 이제 동맹은 과거의 낭만이 아닌, 철저한 이해관계의 산물이다. 헨리 키신저의 경고, “미국의 적이 되는 것은 위험하지만, 동맹이 되는 것은 더 위험하다”는 말이 다시 주목받는 이유다.
한국도 더 이상 ‘안미경중(안보는 미국, 경제는 중국)’이라는 전략에 안주할 수 없다. 각자도생의 시대, 이제는 실용적 생존 전략이 절실하다.
한국의 새로운 전략, 4대 핵심 방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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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중 균형 외교 재구성
안보는 미국, 경제는 중국이라는 단순 분리를 넘어, 양국 사이에서 유연한 협상력을 확보해야 한다. 예컨대, 2025년 런던 미중 회담에서 합의된 희토류 수출 규제 완화와 AI 칩 수출 허용은 기회 요소다. 이를 활용해 반도체·화장품·콘텐츠 분야의 한중 교역을 복원하면, 한국 GDP 성장률을 0.5~1% 끌어올릴 수 있다. -
핵심 산업의 기술 자립
중국의 Ascend 칩, 미국의 IRA 등은 외부 의존도의 위험성을 드러냈다. 한국은 HBM4, AI 칩, 차세대 배터리 등 기술 내재화에 속도를 높여야 하며, 글로벌 표준을 선도하는 위치를 확보해야 한다. -
제3 시장 공략으로 리스크 분산
ASEAN, 인도, 중동 등 중립적 신흥시장을 적극 개척해야 한다. 7월 인도네시아와 체결한 무역 합의는 좋은 사례다. K-콘텐츠, 전기차, 스마트시티 기술을 앞세워 미중 갈등 리스크를 줄일 수 있다. -
AI·디지털 전환 가속화
AI는 향후 국제 경쟁력의 핵심이다. 세계 3위의 AI 인재를 보유한 한국은 정부 주도의 AI 데이터 센터 구축, 스타트업 육성, AI 반도체 지원 등을 통해 기술 격차를 좁혀야 한다.
결론: 이념보다 실용, 낭만보다 생존
“우리가 남이가”는 이제 옛말이다. 적도, 친구도 없는 시대에 살아남기 위해서는 냉정한 현실 인식과 전략적 실용주의가 필요하다. 미국이든 중국이든 ‘돈 되는 쪽’이 우선인 시대, 한국은 기술력과 문화 경쟁력을 무기로 독자적인 외교·경제 전략을 구사해야 한다. 지금 필요한 것은 감정이 아닌 전략이며, 동맹의 추억이 아니라 생존의 설계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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