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유엔 산하 세계지식재산기구(WIPO)는 9일 발표한 최신 보고서를 통해 2024년 전 세계의 무형자산에 대한 투자가 급격히 증가했으며, 이는 실물 자산 투자 증가세를 크게 앞지른 것으로 나타났다고 밝혔다. 보고서는 이 같은 흐름이 "경제 성장과 경쟁 방식의 근본적인 변화"를 보여주는 신호라고 평가했다.
이 보고서는 이탈리아 LUISS 경영대학원과 공동으로 발표된 것으로, 지난해 미국, 유럽 주요국, 일본 등을 포함한 27개 고소득 및 중등소득 국가에서 소프트웨어, 데이터, 인공지능(AI) 등 무형자산에 대한 투자가 실물자산 투자 증가율의 세 배에 달했다고 분석했다.
무형자산 투자는 2024년 약 3% 증가하며 총 7조6천억 달러에 이르렀으며, 이는 전년 대비 약 2천억 달러 증가한 수치다. 반면, 공장, 설비, 건물 등 실물자산 투자는 고금리와 경기 부진의 영향으로 성장폭이 크게 둔화됐다.
덩훙선 WIPO 사무총장은 성명에서 "우리는 경제 성장과 경쟁 방식의 전환점을 목격하고 있다"며 "기업들이 불확실성 속에서 유형자산 투자를 유보하는 반면, 무형자산에는 오히려 투자를 확대하고 있다"고 밝혔다. 그는 이어 "무형자산을 이해하고 육성하는 국가는 기술, 디지털, 문화 혁신을 주도하는 글로벌 경제에서 더욱 강한 성장 역량을 갖게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보고서에 따르면, 미국은 무형자산 투자 규모에서 압도적인 1위를 차지했으며, 프랑스·독일·일본·영국이 뒤를 이었다. 특히 미국의 투자 규모는 이들 국가의 두 배에 달한다. 스웨덴은 무형자산 투자가 국내총생산(GDP)의 16%에 이르며 '무형자산 밀집도' 세계 1위 국가로 기록됐고, 미국과 프랑스, 핀란드도 GDP의 15% 수준을 나타냈다. 주목할 점은 인도의 무형자산 투자 강도가 일부 유럽 국가와 일본을 앞질렀다는 것이다.
WIPO는 무형자산 투자가 글로벌 위기 상황 속에서도 지속적인 성장세를 보였으며, 2008년부터 2024년까지의 연평균 복합성장률은 약 4%에 달한다고 밝혔다. 이는 같은 기간 실물자산 투자 증가율(1%)에 비해 훨씬 높은 수치다.
특히 소프트웨어와 데이터베이스는 무형자산 중 가장 빠르게 성장한 분야로, 2013년부터 2022년까지 연평균 7% 이상의 성장을 기록했다. 보고서는 이러한 흐름이 최근의 AI 열풍과도 맞물려 있으며, AI 기술의 확산은 칩·서버·데이터센터 등 실물 인프라뿐 아니라, 알고리즘 훈련에 필요한 데이터 세트와 같은 무형 자산에 대한 수요도 함께 촉진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WIPO 경제·데이터 분석 부문 샤하 윈슈빈센트 국장은 "사람들은 우리가 AI 시대의 중반에 있다고 생각하지만, 실상은 이제 막 시작일 뿐"이라며 향후 무형자산 중심의 경제 구조가 더욱 공고해질 것임을 시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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