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리스킹(De-Risking)은, 미국 대중정책의 “3+1” 전략일 뿐

미중이 박 터지게 싸우다 잠시 쉬어 가는 형국이다. 히로시마 G7정상회담을 계기로 갑자기 디리스킹(위험감소)이라는 말이 전세계 외교가에 가장 핫한 유행어가 되면서 미중이 화해 무드에 들어가는 것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게 하고 있다. 그러나 이는 경기하강 속에 있는 미국의 대선을 앞둔 일시적인 휴전 전략일 뿐이다.

갑자기 미국이 중국과 디커플링(탈동조화)에서 디리스킹으로 돌아선 것 아닌가 하는 오해를 불러 일으키지만 미국의 전략은 변한 게 없다. 영리한 토끼는 3개의 굴을 판다. 미국은 대중전략에 3개의 굴을 가지고 있다.

미국은 바이든 정부 들어 대중전략에 봉쇄, 경쟁, 협력의 3가지 플랜(mixed plan)을 가지고 접근한다. 이데올로기, 가치동맹에서는 봉쇄전략을, 첨단 과학기술에서는 경쟁을 그리고 기후 변화환경문제에서는 협력정책을 쓴다

그런데 여기에 2023년 들어 대선을 1년 앞두고 미국경기가 하강하자 바이든 정부는 그간 실행은 했지만 큰 실익이 없었던 전통산업에서는 규제를 완화하는 대신 첨단산업은 규제를 강화하는 “위험관리(De-risking)전략”을 추가했다. 

미국의 상무장관은 미국에서 중국의 상무장관과 회담하고, 국무장관과 재무장관은 직접 중국을 방문해 회담하는 이름하여 “위험관리(De-risking)전략”을 중국과 모색하고 있다. 

미국의 환율, 관세, 국채문제를 담당하는 옐런 재무장관이 7월6일 3박4일 일정으로 중국을 방문했다. 미중의 상무장관과 국무장관은 서로의 정책에서 입장차이만 확인했지만 미중 양국의 실리는 보복관세 철회와 미국채 문제에서 어떤 성과를 내는지에 달려있다. 

중국은 미국이 보복관세 철폐를 한다면 수출경기를 회복할 수 있고 미국은 수입물가 하락으로 물가하락을 유도할 수 있다.

재정적자와 정부부채문제로 지속적으로 국채를 발행해야 하는 미국은 미국채를 지속적으로 팔아 치워 8,761억달러수준까지 낮춘 중국의 미국채 보유를 늘리게 하는 것도 미국 정부의 국채발행에 도움이 된다.

<옐런 미 재무장관의 방중>

사진=웨이보
사진=웨이보

중국은 디리스킹이 글로벌 공급망에서 중국을 배제하는 디커플링(탈동조화)과 본질적으로 다를 바 없다고 비판하면서도 못 이기는 척 미국의 화해의 제스츄어를 모두 받아주고 있다. 미국은 실리, 중국은 명분을 얻는 것이다.

중국의 대미국, 대유럽 희토류로 갈라치기 전략

미국은 반도체, AI반도체 규제에 이어, 동맹을 통한 반도체장비 규제까지 들어가자 2023년 4월5일 중국 정부는 산업기술의 수출규제 품목을 담은 ‘중국 수출규제 제한 기술목록’ 개정안에 고성능 자석을 만드는 데 필요한 네오디뮴, 사마륨 코발트 자석의 ‘제조 기술’을 수출 금지 대상에 추가했다.

희토류 자석은 전기차 뿐 아니라 항공기, 로봇, 휴대전화, 에어컨, 무기 등 다양한 분야에서 폭넓게 사용된다. 희토류의 일종인 네오디뮴 자석의 세계 시장점유율은 중국이 84%, 일본이 15%, 사마륨 코발트 자석은 중국이 90% 이상, 일본이 10%선이다.

중국이 고성능 자석을 국가안보와 관련된 전략물자로 정의한 이유는 서방사회가 목표로 하는 탈탄소 사회는 모터로 움직이는 전기차 등을 이용한 ‘전기화’를 추진하는 것인데 중국은 자석 공급망을 세계 통제하면 친환경분야의 대표산업인 전기차시장을 통제 할 수 있다고 보는 것이다.

중국은 반도체와 전기차산업에서 디커플링을 시도하는 미국과 유럽에 맞서 전기차분야 핵심기술과 희토류 자원을 비장의 카드로 삼겠다는 전략이다

사진=뉴시스 제공.
사진=뉴시스 제공.

중국 상무부는 7월6일 갈륨과 게르마늄 공급 업체를 불러 수출 통제에 대한 후속 조치를 논의하고 8월부터 갈륨 관련 8개 항목과 게르마늄 관련 6개 항목 수출을 위해서는 상무부의 허가를 받도록 했다.

사실상 전세계 생산량을 독점하고 있는 반도체 원료를 무기로 중국은 대중 반도체 규제에 동참하는 유럽과 일본등의 미 동맹국들 대해 서방의 ‘대중 디리스킹(위험 제거)’ 전략에 맞서겠다는 의도다.

2022년 중국 갈륨 생산품의 주요 수입국은는 일본, 독일, 네덜란드이고 게르마늄 생산품의 수입국은 일본, 프랑스, 독일, 미국이었다.

갈륨과 르마늄 수급에 차질이 생기면 반도체와 태양광 패널 생산 등도 어려워지기 때문에 유럽 국가들은 중국의 수출 규제로 반도체, 친환경 산업 육성에 타격이 불가피해 진다. 

자원과 기술 전쟁은 끝이 아니라 시작!

전세계 희토류 생산의 85%, 매장량의 50%를 차지하고 있는 중국은 희토류 수출제한 규정을 앞세워 외교의 무기로 이용하면서 미국과 서방의 반도체와 AI첨단 기술봉쇄에 자원봉쇄로 맞불작전을 시작했다. 

한국은 미중의 기술전쟁과 자원전쟁에서 깊은 통찰력과 혜안이 필요하다. 한편에 줄서기 외교는 쉽지만 명분과 실리를 모두 얻는 양편 외교는 지혜와 혜안이 필요하다.

반도의 숙명은 스스로 절대 파워가 못된 상황에서는 대륙세력과 해양세력의 상황에 따라 결정되었지 반도가 스스로 결정한 적이 없다. ​대륙세력과 해양세력의 판도를 읽는 눈(視力: 통찰력)이 실력(實力)이었다. 

한국의 역사를 돌아보면 신라, 조선, 한국의 긴 역사에서 대륙의 정치판도와 해양세력의 정치판도에 한반도의 운명이 좌우되었고 대륙세력과 해양세력의 정세변화에 따라 한반도는 엄청난 시련이 있었다.

그런데 통치자와 리더들의 통찰력의 부족이나 판단미스는 통치자들이 아니라 공녀, 위안부, 강제징용으로 이어진 민초들이 처절한 삶으로 갚아야 했다. 

코로나 이후와 이전은 경제와 외교의 패러다임이 바뀌었다. 코로나이전에는 기술이 갑(甲)이었고 공장과 장비, 소재공급은 완벽한 을(乙)이었다. 그러나 미중의 전략경쟁과 코로나로 인한 글로벌 공급망 전쟁이 벌어지면서 모든 것이 뒤집어 졌다. 

기술이 아니라 공장이 우선이고, 공장이 아니라 장비가 갑이고, 장비가 문제가 아니라 소재가 “수퍼 을(乙)”이 되었다. 

미국의 첨단반도체기술은 대만과 한국의 첨단 반도체 생산에 발목 잡혔고, 대만과 한국의 첨단반도체 생산은 네덜란드의 노광장비에 꼼짝달싹 못한다.

기술, 공장, 장비 다 있어도 공정에 필요한 소재나 웨이퍼를 만드는 기초소재 하나만 문제가 되도 첨단반도체는 만들기 어려운 상황이 벌어졌다.

큰 나라가 싸우면 고약한 것은 작은 나라 줄 세우기를 하는 것이다. “원숭이를 길들이려고 닭을 잡아 피를 보여준다(杀鸡儆猴)”라는 말이 있다. 코스트는 낮고 시위는 확실하게 하는 것이다.

서로 강한 상대를 직접 때리기가 곤란하면 줄 선 작은 나라를 대신 때리는 것이다. 사드 때는 한국이, 미중 반도체 전쟁에서는 대만이 닭이 되었다. 그런데 미중의 자원전쟁에서는 반도체, 전기차 생산대국 한국이 “닭”이 될 위험을 배재할 수 없다.

배터리강국 한국이지만 원자재를 해외에 의존하는 공급구조 때문에 한국의 배터리는 자원전쟁이 벌어지면 기술만 있는 사상누각이 될 위험성이 있다. 이미 니켈왕국 인도네시아(46%) 리튬왕국 호주(53%), 희토류 왕국 중국(85%)이 자원을 무기화 했기 때문이다.

사진=뉴시스 제공.
사진=뉴시스 제공.

한국은 지금 대중무역적자에 고민이지만 반면 대미무역흑자로 그나마 무역수지를 맞추고 있다. 그러나 문제는 대미수출에서 주력인 배터리, 전기차를 포함한 자동차수출의 공급망을 보면 중국에 의존도가 높다.

그래서 중국의 희토류 자원무기화의 희생양이 한국이 될 가능성이 있다. 이미 반도체 봉쇄에 대해 미국, 유럽, 일본에 경고장을 날린 중국이 미국의 CHIP4동맹인 한국에게는 배터리용 자원을 수출 제한해 경고가 아닌 시범케이스로 만들 위험이 있기 때문이다. 

<세계 핵심광물 중국점유율>

전병서 중국경제금융연구소 소장

전병서 필자 주요 이력

△푸단대 박사/칭화대 석사 △대우경제연구소 수석연구위원 △반도체IT Analyst 17년 △경희대 경영대학원 객원교수 △중국경제금융연구소 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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