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뉴시스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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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세계의 전략 분석가들 사이에서는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과 관련, 중국의 대만 공격 가능성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전문가들은 시진핑(習近平) 중국 공산당 총서기가 올 연말 중국 공산당 제20차 당 대회를 앞두고 3연임 명분을 만들기 위해 대만을 무력 침공할 수 있다는 가정도 내놓고 있다.
차이잉원(蔡英文) 대만 총통은“대만과 우크라이나의 상황은 질적으로 다르다”면서도 중국의 대대만 무력도발에 경각심을 늦추지 않고있다.

중국의 대대만 공격은 미국이라는 세계 제1의 군사대국이 버티고 있는 한 그리쉬운 가정은 아니다. 중국이 대만 본섬을 무력 점령하기 위해서는 해-공군을 동원해야 하는데 만약 유사시에 미국이 개입하면,중국의 해공군력이 미군의 전력을 압도하기는 어렵다. 여기에 중국의 주저함이 있을 것이다.

양안의 절대군사력만 비교할 때,대만의 총병력이 20만명 내외로, 중국 인민해방군(200만명)의 10분의 1에 불과하다. 하지만 대만의 해 공군력이 만만치 않은 데다 미국의 엄중한 호위 역량이 가공할 정도이다.이점이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공격 상황과 다른 점이다.

차이잉원 총통은 지난 3월 2일 미국 바이든 대통령이 대만에 파견한 마이크 뮬런 전 미군 합참의장 등 특사단을 타이베이 총통부에서 접견하는 자리에서 “전 세계가 우크라이나와 러시아를 긴밀히 주시하는 가운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특사단을 대만에 파견했다”며 “이는 대만과 미국 사이의 관계를 강조했다.

대만도 유사시 훈련이 대단하다.대만군의 전시 작전 연습인 ‘한광(漢光)연습’에는 싼샤댐을 비롯 중국 연해도시의 인민해방군 제2포병(미사일 부대) 기지를 1차 타격하는 내용이 들어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만약 중국과 대만 사이에 무역충돌이 발생한다면,전면전보다는 제한적 국지전이 될 가능성이 높다.아마도 중국이 공격한다면,우선 양안 사이에 있는 진먼다오(金門島)나 마쭈다오(馬祖島) 등 중국 본토와 가까운 대만해협의 도서들을 선제적으로 장악하고 대대만 정전협정을 요구하는 전략을 구사할 수도 있다.

당장 중국으로서는 올해 국가적 이벤트가 줄줄이 예정돼 있어 양안 간 무력 충돌은 가능성이 그리 크지 않다. 

한편,서방 언론들은 “이번 우크라 전쟁에서 가장 큰 교훈을 얻어야 할 나라는 중국”이라는 분석을 내놓고 있다. 중국이 대만 침공을 감행할 경우, 우크라이나에서 고전 중인 러시아의 비참한 모습이 재현될 것이란 경고도 이어지고 있다.

최근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의 국제부문 수석 칼럼니스트 기디언 라크만은 “현대사에서 강대국이 약한 나라에 군사적으로 개입해 승리를 거둔 예가 없다”고 주장했다. 

강대국이라고 해서 모든 전쟁을 다 이기는 것은 아니다 .미국은 베트남과 아프가니스탄•이라크에서 실패했고, 소말리아와 레바논에서 소규모 군사 개입 이후 굴욕적인 후퇴를 경험했다. 소련은 아프가니스탄에서, 지금 러시아는 우크라이나에서 실패하고 있다

중국은 러시아와는 달리 섣불리 대만을 무력 침공하는 일은 없을 것이다.지난 40여 년 동안 전쟁의 유혹을 이겨낸 강대국이 바로 중국이다.중국은 1979년 베트남을 침공해 전투 17일 만에 중국군 2만6000명을 잃고 급거 후퇴한 뒤, 전쟁을 피해왔다. 

하지만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우크라 공 직전, 러시아와 우크라이나의 역사적 친연성을 내세우며 ‘혈연’임을 강조한 것처럼, 시 주석 역시 ‘중국과 대만은 한 나라’라고 주장하고 있다.이런 면에서 대만측은  “우크라이나 다음은 우리 차례”라고 불안해하는 이유는 설득력을 갖고 있기는 하다.

중국은 요즈음 우크라이나 사태를 예의주시하면서도, 대만에 대한 침공 의지 자체를 포기하기보다는 ‘러시아의 전략적 실수를 피해 나갈 방법’을 연구 중일 것이라는 분석도 나왔다. 데이비드 삭스 CFR(카운슬 온 포린릴레이션스) 연구원은 미국 외교전문지 포린어페어스 기고문을 통해 “현재 중국은 우크라이나 사태를 면밀히 주시하며 대만 침공 시 자국 피해를 최소화할 방안 찾기에 몰두하고 있다”고 전했다.

중국은 만약 양안 전쟁이 발발할 시,대만과 수교 중인 나라가 많지 않아 전쟁이 일어나도 대만에 대한 국제 사회의 지원은 우크라이나보다 작을 것으로 보고 있다. 또 러시아 국내총생산(GDP)의 10배에 달할 정도로 막강한 중국의 경제력에 의존도가 큰 나라들은 쉽게 대만 지원에 나서지 못할 것으로 가정하고 있다.

이런 점은 중국이 대대만 공격론에 힘을 실어주는 이유가 될 것이다.

지금 중국은 미국과 유럽 등 서방 국가의 제재에 대한 회피 전략도 마련 중인 것으로 전해진다. 반도체와 같은 핵심 부품은 자국 내에서 생산하고, 미국 금융시스템과 달러에 대한 의존도를 낮춰 국제은행간통신협회(SWIFT•스위프트) 배제에 대한 대안도 마련하고 있다는 전문가들의 분석이 나오고 있다.

중국은 대대만 전쟁 전략에서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이 자국민을 결집시키고 국제 여론을 주도하는 것을 중시할 것이다.이 점을 참고하여 중국은 대만을 침공시에는 침공 초기에 대만의 정치•군사 지도자를 제거해 대만 국민의 항거 의지를 초전박살내려는 작업에 착수할 가능성도 크다.

그렇지만 전쟁은 이유를 막론하고 인류사회에 참화를 가져다 준다는 것이 역사적으로 증명된 사실이다. 따라서 중국은 강대국 지위를 유지할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은 “싸우지 않고 이긴다”는 손자병법에 충실하는 것이 양안은 물론 전 세계를편하게 하는 길이라는 점을 명심하고 대만 침공 계획을 미리 접는 것이 좋을 것이다. 

한형동 칭다오대학 석좌교수 hanhd@nv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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