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베트남에서도 불고 있는 조기 은퇴를 달성하기 위한 실제 사례를 공유한다.
50세의 응웬반휜은 배우자와 함께 올해 조기 은퇴를 했다.
호찌민 12군에 사는 그는 아침 5시에 일어나 정원에 물을 주고 새를 돌보며 하루를 시작한다. 자녀가 학교에 가면 함께 쇼핑하거나 친구와 커피를 마시며 여유 있는 시간을 보낸다. 하루 중 가장 행복한 시간은 오후 5시 온 가족이 느지막이 옥상 정원에서 과일을 따거나 운동을 할 때이다. 원하는 때 일어나고 원하는 때 자며 원하는 때 일을 할 수 있다.
하노이 토박이들은 인생을 몇 단계로 나누고, 조기 은퇴를 목표로 열심히 일한다.
보통 20-40 사이에는 열심히 공부하고 일하고 투자하고 축적하는 시기로 본다. 40 이후는 투자 위험 요소를 줄이고 저축을 늘린다. 그리고 50부터는 안정적으로 휴식에 들어간다. 60이 되면 투자나 일도 줄이며 소득활동조차 멈춘다.
그는 여전히 투자하거나 취업 알선 등을 하고 있지만 혼자 여행을 가거나 취미 생활을 할 수 있을 정도의 소소한 부수입이지 목돈을 벌지는 않는다. 기본적으로 임대료나 주식 등 꾸준히 들어오는 안정적인 소득도 따로 있다.
베트남은 점진적으로 법적 은퇴 나이가 남성 62세에서 60세로, 여성 60세에서 55세로 짧아지고 있다.
그러나 2021년 노동과학과 사회연구원이 실시한 설문에 응한 2,000명 중 28.4 퍼센트가 50세 이전 조기 은퇴를 이루었으며, 41퍼센트는 44~55세에, 39퍼센트는 55세에서 법적 은퇴 나이에 퇴직을 계획한다고 밝혔다.
대도시에 사는 사람의 과반수가 법적 은퇴 연령 55세보다 빠른 은퇴를 꿈꾸며 일부는 이미 꿈을 실현하고 있다.
이들이 의도했든 의도하지 않았든 이런 의식의 변화는 최근 몇 년 동안 전 세계적으로 등장한 파이어(Financial Independence Retire Early ;재정적 독립을 통한 조기 은퇴) 유행을 따르고 있다.
그리고 코로나의 여파로 선진국이나 개발도상국 너나 할 것 없이 조기 은퇴의 열망을 더욱 커졌지만, 누구나 쉽게 할 수 있는 건 아니다.
조사에 따르며 이런 조기 은퇴에 성공한 이들은 주로 사업이나 IT, 부동산, 보안, 암호화 화폐에서 성공한 젊은 세대이다.
베트남 북부 넌 빈에 사는 후은 앞으로 5년 이내에 미화 1백만 불을 축적 후 재정적 독립을 기대하고 있다.
그는 하노이 소재의 집 외에도 80억 동(미화 3만 5천 불) 상당의 다른 자산을 보유하고 있다.
법학과 졸업 후 변호사로 활동하다가 25살에 방향을 틀어 부동산 중개업을 했다. 그리고 주식, 외화거래, 암호화 화폐에 투자했다.
작년 한 해는 암호화 화폐로 한화 약 350만 원 이상 벌어들이며 재미를 보았다. 덕분에 대부분의 운동이나 휴식을 취하거나 암호화 화폐에 관한 책을 읽으며 자신을 위한 시간을 보냈다.
이미 지난 4년간 은퇴 후와 같은 생활을 했다고 말하며 조기 은퇴의 뜻을 밝힌 그는 바쁘게 사는 것에 염증을 느끼며 자연과 가까이하고 싶다고 말했다.
베트남의 약 1백만 명이 60세 이상이 인구이며, 그 중 430만 명이 보살핌을 필요로 하고 있다. 그리고 그 중 70퍼센트는 여전히 생계에 허덕이고 있다.
베트남 경제 대학교의 공공 정책 및 관리 연구소장은 한 국가의 ‘황금기’는 인구통계학적으로 두 명 이상이 겨우 한 명을 부양하며, 일본처럼 53퍼센트에 달하는 높은 저축률과 미래 수입을 위해 경제적으로 재투자를 할 때라고 했다.
아쉽게도 베트남의 현재 인구 대비 저축률은 단 28퍼센트에 그친다.
한 가지 고무적인 신호는 젊은 세대들이 점점 더 절약의 중요성을 깨닫고 있다는 것이다.
보험사에 통계에 따르면 과거 보험 상품의 주요 구매자는 45세 이상이었으나, 최근 들어 25퍼센트가 30~44세이다.
베트남 중부 응애 안에 사는 젊은 부부는 금융 고문으로 일하고 있다.
일반적인 베트남 젊은이와 달리 여행을 하거나 집을 사지 않고 은퇴를 위한 저축을 우선시하고 있다.
월 5백만 동은 월세로 지급하는 것 외에 지난 3년간 자녀의 교육과 부모의 은퇴를 위해 4가지 다른 보험에 같은 금액을 지급했다. 수년에 걸쳐 그들의 수입은 2.5천만 동에서 4천만 동으로 늘었고, 그만큼 은퇴를 위한 적립금도 늘어난 것이다.
또 다른 변화는 베트남사람들의 은퇴에 대한 인식도 점차 나이 든 부모가 자녀에게 의지하는 전통에서 탈피하고 있다는 것이다.
베트남 인문 사회 과학부 교수가 발표한 바로는 이러한 철학은 농경 사회에서 밀접하게 형성되었는데, 현대에 들어 많은 사람이 돈을 모으며 자식에게 기대는 것을 피하고 있다고 했다.
가장 눈에 띄는 변화는 “자급자족과 다음 세대에게 의지하지 않겠다는 욕구”이다.
은퇴 계획을 세울 때 가장 중요한 요소는 자신의 은퇴 시기를 정확히 아는 것이다. 비록 지금은 경제적으로 안정되고 건강하더라도 자녀 또는 손주에게 모두 투자한다면 돈이 충분하지 않을 것이다.
따라서 이 젊은 부부는 건강할 때 은퇴 후 받을 정신적 충격을 줄이기 위해 조기 은퇴를 결정했다.
많은 사람이 그에게 자녀가 사업을 물려받을 때까지 왜 기다리지 않는지 물었을 때, 그는 자녀가 다 클 때까지 10년이고 20년이고 자신을 열심히 일하며 버틸 수 없다고 했다. 아울러 자녀에게 그와 같은 인생을 강요하고 싶지도 않고 가업을 물려줄 생각도 없다고 했다. 모든 에너지를 자신의 삶을 챙기는 데 써야 한다고 했다.
하노이(베트남)= 앨리스 리 기자 Alicelee@nv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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