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업계, 지적 호기심 채우고, 보람도 느끼는 '세컨슈머' 소비 주목
가심비(價心比), 가시비(價時比), 소확행(小確幸) 중요

도심 속 체험농장 모내기 행사 전경/ 사진= 농협중앙회 제공.
도심 속 체험농장 모내기 행사 전경/ 사진= 농협중앙회 제공.

#20대 직장인 A씨는 와인 마니아다. 많지 않은 월급으로 생활이 버겁지만 매달 꼬박 모은 돈으로 최근 안산시 대부도 섬안에 있는 포도 밭을 방문했다. 와인에 쓰일 포도 재배로 알바도하고 바람도 쐴겸 해서다. 친환경 공법으로 만드는 국산 와인에 빠진 덕분이다.

2~30대 MZ세대를 중심으로 세컨슈머 문화가 확산되고 있다. 주된 활동으로 손꼽히던 중고거래 등을 넘어 A씨와 같이 일상에 지친 몸과 마음을 달래는 여행으로까지 그 범위가 넓어지고 있다. 주말을 알차게 보냈다는 A씨가 대부도 나드리를 "힐링에 보람도 커 1석2조"라고 극찬하는 이유다.

세컨슈머란 '제2'를 뜻의 'second(세컨드)'와 소비자를 뜻하는 'consumer(컨슈머)'를 합친 신조어다. 지속 가능한 삶을 위해 대안을 적극적으로 찾아가며 즐기는 소비자를 가리키는 말이다. MZ세대의 이러한 트렌드를 반영하듯 최근 여행 패턴도 세컨슈머가 대세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의 여파로 해외여행이 막히면서 MZ세대의 여행 트렌드에도 작지 않은 변화가 생겼다. 여행의 일상화와 짧고 가까운 단기근거리 여행, 스토리가 있는 로컬여행 등에 대한 선호도가 크게 높아지고 있다.

한국문화관광연구원 조사결과에 따르면 코로나19 종식 시 국내 여행 의향은 81%에 달했다. 코로나19 사태가 지속된다고 하더라도 국내 여행을 가겠다고 답한 비율도 20%를 육박했으며 특히 젊은 층을 중심으로 나만의 스토리가 있는 '나 홀로 여행'에 관심이 큰 것으로 조사됐다.

자연을 배경으로 한 여행지에 대한 선호도가 특히 높았다. 코로나19 지속시 방문하고 싶은 국내 여행지로는 33.4%를 차지한 제주도가 가장 높은 지지를 받았다. 천혜의 환경을 배경으로 한 강원도와 경기도 인근 산간 지역 등도 각각 19.1%와 12.2%로 높은 선호도를 보였다.

달라진 지역관광 상품도 세컨슈머 여행 증가에 한 몫했다는 평가다. 해외 여행 길이 막히고 관광 활동 영역이 국내 다양한 지역사회로 확대되면서 각 지자체마다 엄격한 방역 준수와 개인 위생 관리 등에 초점을 맞춘 이색적인 광관상품을 선보이고 있다. 

경기도 가평은 도와 군, 지역주민들이 합심해 만든 개인형 여행코스로 인기몰이 중이다. 관내 전시장과 잣 마을 체험, 레이바이크 등을 묶은 개인 또는 4인 미만의 관광 프로그램은 매주 예약자가 밀려 대기가 필요 할 정도다.

수도권 인근 파주의 개인형 펜션들도 밀려드는 예약에 매주 분주하다. 4인 미만의 가족만을 대상으로 한 1박용 펜션 여행 코스에는 지역청년회와 연계한 인근 텃 밭 일하기 체험 등을 통해 저녁 식사용 신선한 채소꺼리를 자급자족 할 수도 있다. 

일상과 멀지 않은 곳에서 삶의 여유와 대안을 찾기 위한 세컨슈머 소비 형태의 여행이 인기를 끄는 이유는 나만의 공간에서 지역사회와 호흡 하고, 일 손도 돕는 등 '널리 세상을 이롭게 한다'는 세컨슈머의 숨은 가치와도 맞닿아 있기 때문인 것으로 풀이된다.

국내 한 대형 여행사 관계자는 "최근 패키지형 여행이 사라지고 지적 호기심이나 일상속에서 비일상의 매력을 찾을 수 있는 형태의 여행이 큰 인기를 끌고 있다"며 "특히 2-30대 젊은 층을 중심으로 가심비(價心比)와 가시비(價時比), 소확행(小確幸) 등을 추구하는 세컨슈머 소비 성행이 커지고 있는 추세다"고 설명했다.

차승민 기자 smcha@nv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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