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 한중수교 30주년··· 민간외교 중심, 하드파워+소프트파워 조합 이뤄야

문재인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2019년 12월 23일 중국 베이징 인민대회당에서 정상회담 전 악수를 하고 있다/ 사진= 뉴시스 제공.
문재인 대통령(우측)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지난 2019년 12월 23일 중국 베이징 인민대회당에서 정상회담 전 악수를 하고 있다/ 사진= 뉴시스 제공.

[이상기 칼럼] 통신과 미디어의 비약적인 발전은 지구촌을 ‘한 가족’으로 만들었다. 모든 이슈가 국적과 인종, 이념 등을 떠나 실시간으로 소통하며 공유되는 시대다. 때로는 상호 우호적인 분위기도 조성되지만, 갈등상황도 유발한다. 국가간의 경쟁적 사안에 대해서는 더욱 그렇다. 정부간 외교 채널에서 민간 차원의 공공외교가 중요한 이유다.

내년이면 한중 수교 30년을 맞는다 중국 논어에 ‘삼십이립(三十而立)'이란 구절이 있다. 서른 살에 뜻을 확고히 세우다는 의미다. 한·중 정부도 양국의 관계가 30년 동안 양호한 발전을 토대로 미래 30년을 더욱 심화발전 시키자는 취지에서 올 상반기에 ’한중 관계 미래발전 위원회‘를 구성하기로 합의했다. 하지만 대다수의 국민들이 생각하는 한중 관계 기상도는 여전히 '흐림'이다.

한중수교를 계기로 중국 시장은 '황금 알을 낳는 거위'로 통했다. 기업들은 장밋빛 희망을 갖고 경쟁적으로 달려들었지만 이제 중국은 국내기업들의 ‘탈 중국화’와 함께 결코 만만치 않은 시장이라는 인식을 갖게 됐다. 중국의 급속한 경제성장과 그로 인한 중국인의 자부심은 중국에서 한국 제품의 이미지가 예전만 못한 상황을 만들었다. 한국의 존재감 역시 양국 간의 갈등의 단초가 된 '사드 사태' 이후 마찬가지다. 

‘중국 속의 한국’이라고 불리던 북경 조양(朝陽)구 왕징(望京)에는 2만 명 이하의 교민이 남았다. 한때 한국인 교민 숫자가 12만 명에 달했지만 수년 새 80% 이상 빠진 결과다. 한국의 상황도 마찬가지다. ‘유커’(旅客)의 단골 상권, 명동지역의 1층 공실률은 60%에 달한다. ‘중국만 쳐다보다’가 사드 와 코로나로 중국관광객이 썰물처럼 빠져나간 명동의 ‘민낯’이 그대로 드러났다는 볼멘소리가 여기저기서 터져 나온다. 

온라인상에서 설전도 깊어지고 있는 추세다. 중국의 언론, 인플루언서, 네티즌들이 연합해서 한국의 김치, 쌈, 한복, 판소리, 삼계탕등이 중국에서 유래 되었다고 주장하자 사이버 외교사절단 반크 까지 나서서 조직적인 항의 반박 시위행동으로 이어졌다. 지난해 10월 '밴플리트상' 시상식에서 방탄소년단 리더 RM의 발언과 K팝 그룹 내 중국 출신 아이돌의 국수주의적 행보 등은 양국 네티즌 사이에서 미묘한 파장을 일으켰다.

이런 파장은 사회 곳곳에서 감지된다. 최근에는 춘천의 차이나타운과 정동진 차이나타운, 포천 차이나타운, 춘천 레고랜드 등에 얽혀 있는 우리 사회의 갈등과 부조화의 불똥이 중국 공산당에 대한 분노로 향했다. 국내 일부 대학에 설치된 공자학원 폐쇄를 촉구하는 시민단체의 조직적인 반발은 전국으로 확산되는 모양세다.

이러한 현상은 우리 국민의 인식조사에도 투영됐다. 전문 조사기관 갤럽과 중앙일보가 발표한 '2020 한국인 정체성 조사' 결과에 따르면 우리 국민의 중국에 대한 적대감은 5년 새 16.1%에서 40.1%로 가장 큰 폭으로 높아진 것으로 나타났다. 최근 한국 남녀 성인 1010명을 대상으로 한 전경련 설문조사에서도 "우리에게 중요한 국가"를 묻는 질문에 응답자의 77.7%가 미국이라고 답한 반면 중국을 꼽은 응답자는 12.7%에 머물렀다.

수교 후 1994~1995년 1년 사이에 장쩌민(江澤民) 국가 주석을 비롯해 전인대 상무위원장, 총리 등이 모두 한국을 방문 해 ‘한국 배우기’와 ‘투자 유치’에 열을 올렸다. 특히 장쩌민 주석은 ‘덕이 있는 사람은 외롭지 않아 반드시 이웃이 있다(德不孤必有隣)’는 논어 구절을 인용하면서 한중 협력을 강조했다. 하지만 지금은 시진핑 주석이 각종 ‘해결 보따리’를 풀어주기만을 애타게 기다리고 있는 형국이다.

순탄치 않은 한중 간의 관계의 가장 큰 걸림돌은 미중 간의 갈등이다. 시진핑 주석의 ’일대일로‘ 정책과 바이든 대통령의 ’더 나은 재건‘(Build Back Better)의 충돌과 갈등은 쉽게 사그러지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거기에 미국의 동아시아 회귀(Pivot to Asia)로 대변되는 ’쿼드‘ 체제 가동과 함께 포스트 코로나 시대를 대비하여 중국을 글로벌 공급망에서 퇴출하려는 ’봉쇄(containment)전략‘ 등도 험난한 한중 관계를 예고한다.

전문가들은 한중간 마찰과 갈등은 최소화 하고 상호 이익은 극대화하는 노력이 절실한 시기라고 입을 모은다. 대안으로 부각되고 있는건 민간 공공외교의 역할이다. 아무 효과가 없는 약도 본인이 아주 효과가 있다고 생각하면 신통하게 병이 낫는 다는 ‘플라시보 효과’와 같이 민간이 주도하는 긍정적인 분위기를 조성해야 한다는 이유에서다.

물망초심(勿忘初心)과 구존동이(求存同異)자세도 필요하다. 서로의 의견이 상충하는 다른 부분은 인정하고 뜻이 맞는 부분과 이익은 우선적으로 추구해야 한다는 말이다. 처음 수교 당시의 마음가짐을 끝내 잃지 않으면서 서로의 의견이 상충되는 부분은 보류하고 뜻이 맞는 부분이나 이익이 있으면 다양한 분야에서 우선적으로 협력을 확대해야 나가야 한다.

돌아보면 수 천년 역사 속에서 중국과는 은원(恩怨)과 선린(善隣)관계를 유지해 왔다. 지금 역시 경쟁과 협력 관계다. 하지만 중국은 역사의 궤를 같이 하고 문화를 같이 공유해야할 우리의 가까운 이웃이자 최대 시장임에는 틀림없다. 이에 범정부차원의 공공외교를 주축으로 중국 인민들의 마음을 얻고, 한국에 대한 좋은 이미지 구축을 위해 민간공공외교 단체가 적극 나서야 한다.

역지사지(易地思之)입장에서 남의 눈의 티끌만 보는 현상을 억제토록 해서 오는 말이 곱도록 유도하고 우리의 장점만을 보도록 유도해야 한다. '힘이 닿는데 까지(力所能及)‘ 각자 위치에서 주인정신으로 최선을 다하는 ’수주작처(隨主作處)‘의 자세가 필요한 시점 임을 깊이 새겨봐야 할 때다.

중국의 달라지고 있는 국력을 최대한 활용하는 용중(用中)의 기반 위에 14억 중국인의 감정을 이끌어 내는 민간공공외교 단체의 친중(親中)이 보강되어야 한다. 한중 수교 30주년을 준비하는 시점에서 정부의 윗 물(하드파워)과 NGO 단체의 아랫 물(소프트 파워) 간의 전략적 조합과 접근법이 요구되는 이유다.

이상기 한중지역경제협회장·한중안보평화포럼대표 sgrhee@nv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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