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왕이(王毅) 중국 외교 담당 국무위원 겸 외교부장은 9일 중·아세안 외교장관 화상 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중국 왕이(王毅) 중국 외교 담당 국무위원 겸 외교부장은 9일 중·아세안 외교장관 화상 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마이크 폼페이오 미국 국무장관의 방한이 미뤄진 데 이어 왕이 중국 외교담당 국무위원 겸 외교부장의 방한 계획도 '잠정 연기'된 것으로 알려졌다. 일각에서는 폼페이오 장관과 왕 부장의 방한 보류에 연관성이 있는 것 아니냐는 말이 나오고 있다. 

외교 소식통에 따르면 중국은 폼페이오 장관의 방한 이후로 추진하던 왕 부장의 10월 방한 계획을 중국 측 내부 정치 일정을 이유로 연기했다. 이달 말 열리는 중국공산당 19기 중앙위원회 5차 전체회의가 그 이유인 것으로 알려졌다. 

외교 소식통은 "왕 부장 방한이 당장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면서 "추후 방한 일정을 다시 잡을 예정"이라고 전했다. 

당초 한중 외교 당국은 왕 부장의 방한 일정을 12~13일로 잡아두고 세부 일정을 조율해왔다. 왕 부장은 스가 요시히데(菅義偉) 신임 일본 총리 예방을 위해 일본을 방문하면서 방한을 함께 추진해왔으나 방일 계획이 10월 중순으로 조정되면서 한국 방문 일정도 미뤄진 것으로 전해졌다.

일각에서는 폼페이오 장관의 방한 계획이 연기된 것과 왕 부장의 방한 연기가 서로 연관성이 있다고 보고 있다.  

당초 왕 부장의 방한 계획을 두고 ‘폼페이오 장관에 대한 맞불성 동선’이라는 분석도 제기됐었다. 폼페이오 장관은 4~6일 일본 도쿄에서 열리는 미국·일본·인도·호주 4개국 안보대화(Quad·쿼드) 외교장관 회의에 참석한 뒤 7일 한국으로 이동할 계획이었다. 폼페이오 장관의 순방이 중국 포위망 구축에 있는 만큼 왕 부장으로선 한국 방문을 통해 미국을 견제할 필요성이 컸던 상황이었다. 

예측하지 못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진 판정으로 폼페이오 장관의 방한이 연기되면서 왕 부장도 방한 일정을 조정했을 가능성에 힘이 실린다. 

당장 미국과 중국 양측의 줄세우기 압박 부담은 덜긴 했으나 누리꾼들은 “미중 사이에서 이리저리 치이는 우리 외교 현실”이라는 반응을 내놓고 있다. 폼페이오 장관이 방한을 취소했으나 일본 방문은 차질없이 진행했고, 이어 왕 부장도 방한을 연기했기 때문이다. 결국 한중관계 역시 중국에 휘둘리는 모습이 드러난 것이다. 

한편 폼페이오 장관은 5일 강 장관과의 통화에서 불가피한 사정으로 방한을 연기한 데 대해 양해를 구했다고 외교부가 밝혔다. 강 장관은 "트럼프 대통령의 조속한 쾌유를 기원한다"면서 "폼페이오 장관의 방한이 연기돼 아쉽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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