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뉴시스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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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의 확산 여파로 1년 연기돼 올림픽 역사상 최초로 '홀수 해'에 개최는 2021년 도쿄 하계올림픽이 한 달 앞으로 다가왔다. 그야말로 개최 관련 말도 많았던 지구촌 최대 스포츠 축제가 열리긴 열리는 모양새다.

주최국인 일본 국민과 기업마저 올림픽을 취소해야 한다는 전대미문의 주장에도 불구하고 일본 정부와 국제올림픽위원회(IOC)는 '퇴로 없는 올림픽 강행'을 필사적으로 밀어붙인 끝에 ‘관중제한 문제’만을 남기고 결국 개최로 가닥을 잡았다.

올림픽의 성공적인 개최는 일본에게 있어서 시장경제의 대표 주자이자 첨단 기술 대국의 자존심이 걸려 있는 중차대한 사안이다. 만에 하나 도쿄 올림픽은 취소 내지 흥행에 성공하지 못하고, 반년 뒤 베이징 동계 올림픽이 성공적으로 개최되는 상황을 일본으로선 떠올리기조차 싫은 상상이다.

그야말로 "일본은 지는 태양, 중국은 떠오르는 용"이라는 국제적인 프레임이 각인 된다는 사실이다. 그러기에 단순한 중일 간의 ‘코로나 극복 성적표’ 경쟁이 아니다. 올림픽 흥행을 통한 경제적 효과 달성이나 현재 집권하고 있는 자민당의 정권 재창출 문제와 연관된 국내 이슈를 초월하는 동아시아 패권의 주도권과 국제적인 위상에 깊은 상처를 얻게 되기 때문이다.

내년 베이징 동계 올림픽을 앞두고 공산당 창당 100주년을 맞고 있는 중국 역시 1970년대 개혁 개방 이후 최악의 고립을 맞고 있다. 점차 강화되는 전방위 '코로나 기원' 의혹, 신장 위구르 인권 문제, 홍콩 민주화 이슈와 맞물려 있는 미국의 전 방위적인 중국 경제 및 압박 작전은 더욱 거세지고 있는 상황이다.

이와 관련 성공적인 베이징 동계 올림픽 개최로 코로나 종식을 중국에서 기념하고 싶은 상황에서 '올림픽 참가 보이콧'운동 조짐이 곳곳에서 터져 나오는 상황에 직면해 있다.

그간 호전적인 늑대 전사로 비추어진 '전랑외교'의 후유증과 함께 글로벌 가치 사슬에서 미국 주도의 탈동조화(discoupling) 현상 가속화와 중국을 '구조적 도전(systemic challenge)'으로 규정한 글로벌 여론은 미국, 유럽연합(EU), 일본 등을 포함한 서방과 동맹국가에서 사상 최고 수준으로 악화되는 추세다. 그야말로 사면초가의 형국이다.

이와 맞서는 중국은 2022 베이징 동계 올림픽 때 디지털 위안화 사용 환경을 잘 조성해 올림픽을 더욱 빛낼 것이라고 잔뜩 벼르고 있다. 하지만 기축 통화인 달러화에 대응하고 위안화의 국제화를 도모한다는 야심찬 글로벌 금융 프로젝트도 차질을 빚을 가능성도 있다.

양국에게 있어서 올림픽의 성공적인 개최문제는 동일본 대지진 피해를 극복하고, 미국을 대신하여 아시아 넘버원으로 재도약하겠다는 일본의 구상과 명실상부한 G2 국가로 자리매김하여 미국을 추월할 수 있는 기반을 마련하겠다는 보이지 않는 경쟁이다.

국내적으로는 코로나 극복을 위한 효율적인 국가적 방역 시스템과 총력전쟁을 방불케 하는 백신 접종률에서부터 국제사회의 폭넓은 지지와 후원까지 총체적인 경쟁이다.

도쿄 하계 올림픽 개막은 30여일 앞으로 다가왔다. 일본 내 하루 확진자 증가 속도는 둔해지고 있지만 여전히 1000명대를 유지하고 있다. 올림픽 개최에 대한 일본 내 여론도 좋지 않다.

일본 기업 64%가 '도쿄올림픽 중지 또는 연기해야' 입장이다. 아직도 ‘무관중 진행’ 문제를 놓고 설왕설래 하고 있다.

베이징 동계 올림픽 역시 반년 여 앞으로 다가오고 있다. 중국 정부의 착실한 준비 작업과는 달리 미국 발 ‘베이징 올림픽 보이콧’ 문제는 인권문제와 서방세계의 가치동맹 문제와 맞물려서 더욱 조직화 되는 추세다.

이에 자유시장 경제 체제의 일본과 국가자본주의 중국 모두 혼돈의 시간을 어떻게 극복할 것인지에 대한 국제적인 관심이 쏠리고 있다. 국가적 역량이 총동원되는 올림픽을 ‘정치·외교적 도구’로 이용하지 말고 ‘지구촌 화합과 평화의 장’으로 만든다는 것이 올림픽 기본정신이다.

하지만 실제로는 시차를 두고 치루는 일본의 하계 올림픽과 중국의 동계 올림픽 게임은 단순한 국제적인 스포츠 이벤트가 아니라 그야말로 국가적 자존심을 건 일본과 중국 사이의 거대한 파워게임이다. '법, 제도 와 여론', '국가적 상황과 이익' 측면에서 무엇이 우위에 있느냐를 두고 선의의 경쟁을 벌이고 있는 꼴이다.

대륙 세력의 중국과 아시아 해양세력의 일본 사이에 우리가 끼여 있다. 지정학적 위치에서는 분명 그 중심에 우리가 있다. 하지만 실제로 ‘균형자적 위치’에 존재하고 있는지 국제적인 상황변화에 맞게 능동적으로 전환시키는 리포지셔닝(repositioning)전략이 요구되는 시점이다.

"가장 가깝고도 먼 나라" 일본, "역사적으로가장 교류가 많았던" 중국 모두 우리와는 은원(恩怨)의 역사가 교차되어 왔다. 다가오는 올림픽을 계기로 '가까운 이웃국가'에서 '서로 중요한 국가'로 만드는 슬기로운 지혜가 우리에게 요구된다. 국적은 바꿀 수 있어도 이웃은 바꿀 수 없기 때문이다.  

이상기 논설위원(한중지역경제협회장)  sgrhee@nv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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