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비전e 정선기 대중문화 칼럼니스트]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이야기를 위트 넘친 웃음과 따스한 감동으로 그려낸 영화 <아이 캔 스피크>가 국내 박스오피스에서 25일 현재 누적 관객 72만 여 명의 관객을 동원, 21일 개봉 직후 줄곧 박스오피스 정상을 지키며 올 추석 극장가에 돌풍을 예고하고 있다.

최근 한국영화가 남성 캐릭터가 중심이 되는 영화들이 주류를 형성하고 가운데, 이번 주에 <킹스맨: 골든서클>이 개봉하긴 하지만 나문희×이제훈을 내세운 <아이 캔 스피크>처럼 올가을 스크린은 <희생부활자> 김해숙×김래원, <채비> 고두심×김성균 등 스크린과 안방극장에서 '국민 엄마'를 대표해왔던 중견 배우 3인이 많은 나이차의 남자배우와 호흡을 맞춰 색다른 변신이 주목된다.

▲나문희, 생활연기부터 눈물샘 자극 위안부 피해자로 변신

<아이 캔 스피크 홍보영상 캡쳐>

영화 <아이 캔 스피크>에서 중견 배우 나문희는 구청에 수시로 민원 제기를 하고 자신의 사연을 숨긴 채 재래시장의 질서를 살피며 살아가는 오지랖 훈수 할머니 옥분으로 변신했다. 

영화 속에서 원칙과 절차를 중요시하는 엘리트 9급 공무원 민재(이제훈 분)에게 영어를 배워야 하는 옥분의 사연에 호기심을 갖게 하는데요, 이야기의 중반부부터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로서 사회는 물론 가족마저 외면받아 외로움을 잊으려고 했던 사연이 점차 드러나며 감동을 자아낸다.

특히, 영화는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문제라는 묵직한 소재를 늦은 나이에 영어 배우기에 나선 할머니의 에피소드를 통해 유쾌한 웃음과 따스한 시선으로 풀어내며 올해 한국영화의 성취라 할 만하다.

어릴 적 헤어져 입양 간 남동생과 재회를 꿈꾸는 옥분 역의 나문희는 원어민과 자연스럽게 대화하는 민재 역의 이제훈으로부터 방과 후 과외를 받으며 열공 모드에 돌입한다.

이때부터 안방 극장에서 국민엄마 이미지를 심었던 나문희는 이제훈과 많은 나이 차이에도 불구하고 티격태격 리액션으로 극의 재미를 더한다.

나문희는 언론사 초청 기자간담회에서 "대본을 받았을 때 내가 말할 수 있다는 것 하나만으로도 해방감을 가졌고, 우선 나부터 이걸 치료해야겠다"라며 "(위안부 피해자들이) 지옥을 머릿속에 얹어 놓고 지냈을 걸 생각하니 답답했다. 고사 지낼 때 배우로서 이 이야기를 알리는 데 한몫을 하고 싶었다"고 밝혔다.

이어 "이제훈이 굉장히 똑똑해서 배우의 긍지를 가지고 잘 해줬고, 친할머니처럼 잘 챙겨줘 처음부터 호흡이 잘 맞았다"고 실제 촬영장에서의 호흡에 대해 전하자 이제훈은 "존경하는 선생님과 연기를 해야 한다는 설렘과 함께 연기에 대한 걱정이 앞섰는데, 처음 뵀을 때 따뜻한 눈빛으로 반갑다고 해주셔서 제 할머니를 만난 것 같아서 아들이나 손자처럼 촬영하거나 리허설할 때도 선생님 옆에 있고 싶었다"고 나문희와의 호흡을 전했다.

김현석 감독은 "정공법으로 위안부 피해자 소재를 다룬 영화와 비교해 우회적이면서 후일담이기도 하면서 할머니의 얘기를 옆에서 지켜보는 우리들의 이야기"라며 "관객들이 이 영화를 보고 문뜩 우리 곁에 계신 분들을 떠올리게 되고 미안해지는 마음을 가질 수 있는데, 그게 우리 영화의 태도나 방식"이라고 설명했다. 

 

▲김해숙, 국민 엄마 아닌 복수의 칼날 겨눈 인생연기 기대감

희생부활자 예고편 캡쳐

지난 2006년 영화 <해바라기>에서 심금을 울리는 모자 케미를 자아냈던 '국민 엄마' 김해숙과 김래원도 새 영화 <희생부활자> 홍보를 위해 최근 예능 프로그램 <한끼 줍쇼>에 동반 등장하면서 올가을 스크린에서 범상치 않은 존재감을 예고하고 있다.

김해숙은 범죄 액션극에서 소매치기 역을 비롯해 김래원, 유아인, 하정우 등 내노라하는 톱스타들과 절정의 케미를 자랑하는 명실상부한 국민 엄마로서 존재감을 각인시켜 왔는데, 가장 최근에는 영화 <재심>에서 강하늘과 모자 케미를 선보이며 갯벌에서 억척스러운 생활력을 지닌 시각장애인으로 변신한 바 있다.

올해 회갑에 이른 나이에도 불구하고 스크린과 안방극장을 넘나들며 활발한 연기 행보를 보이며 제2의 전성기를 맞이하고 있는 김해숙은 소설 <종료되었습니다>를 원작으로 만든 곽경택 감독의 영화 <희생부활자>에서 7년 전 강도 사건으로 살해당한 후 부활해 아들을 위협하는 엄마 명숙으로 변신한다. 

최근 종영한 SBS 수목드라마 <다시 만난 세계>를 떠올리는 소재를 채택한 이번 작품은 억울한 죽음 뒤 복수를 위해 살아 돌아오는 사람인 희생부활자(RV, Resurrected Victims)를 소재로 한 미스터리 스릴러다.

<희생부활자>의 김해숙은 자상한 ‘국민 엄마’가 아닌 섬찟한 표정과 차가운 눈빛의 복수심 가득한 캐릭터로 변신해 영화 <마더>의 김혜자 이상의 강렬한 인상을 남길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김해숙은 제작보고회에서 “나이에 상관없이 연기에는 끝이 없는 것 같고 엄마라는 굴레에 갇혀 수많은 엄마를 표현해야 하는 점은 숙제다. 작품마다 자신과 치열하게 연기 싸움을 한다"라며 "그동안 해왔던 엄마 역할 중 가장 충격적이었고 동시에 가장 강한 모성을 느낄 수 있었다. 연기 인생에 한 획을 그을 작품"이라고 소개해 궁금증을 자아냈다. 오는 10월 12일 개봉 예정.

▲고두심, 스크린에서도 진정한 '국민 엄마' 감동 대기중 

<영화 채비 예고편 캡쳐>

노희경 작가의 드라마 <꽃보다 아름다워>로 안방극장에 감동과 눈물을 자아냈던 중견 배우 고두심도 진정한 '국민 엄마'로 스크린에 컴백한다. 최근 tvN 금토 드라마 <디어 마이 프렌즈>에서 나문희, 김혜자 등 국민 엄마 배우들과 출연해 유쾌한 웃음과 감동을 선사한 바 있다. 

고두심은 충무로에서 제작 전부터 완성도 높은 시나리오로 관심을 모았던 조영준 감독의 영화 <채비>에서 30년 내공의 말썽꾸러기 아들 인규(김성균 분)와의 이별을 앞둔 시한부 엄마 애순(고두심 분) 역을 맡아 24시간 아들 주변을 걱정하는 잔소리꾼으로 변신했다. 

영화는 애순이 남은 가족들을 위해 체크 리스트를 채워가는 과정과 주변 사람들의 도움으로 아들 인규가 독립된 인생으로 홀로서기를 해나가는 과정을 따스한 시선으로 그려낼 것으로 기대된다.

특히 고두심은 영화 <범죄와의 전쟁><보안관> 등에서 충무로 대세 배우로 우뚝 선 배우 김성균과 티격태격하지만 오랜 세월 함께 해온 터라 서로가 없이는 못 사는 끈끈한 모자 호흡을 맞출 것으로 전망돼 호기심을 자아내고 있다. 

죽음과 상실이라는 보편적인 소재를 진한 가족애와 모성애라는 공감으로 만들어낼 이번 작품에서 고두심의 맏딸로는 배우 유선이 호흡을 맞출 예정이며 박철민, 김희정 등 연기파 배우와 신세경의 깜짝 출연 등의 활약도 기대된다. 오는 11월 2일 개봉 예정. 

추석을 앞두고 가족의 의미가 더 소중해지는 가운데, 수많은 영화와 드라마에서 ‘국민 엄마’로서의 모습을 보여준 이들 중견 배우 3인의 스크린 컴백은 올가을 충무로를 더욱 풍성하게 할 전망이다.

관련기사

저작권자 © 뉴스비전e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