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비전e 정선기 대중문화 칼럼니스트] 지난 주말, 강남의 한 교회 예배에서는 담임 목사가 교회의 장례문화를 소개하면서 교인들의 상조를 지원하는 경조부 실행위원을 모집한다는 공지를 했다.

등록 교인이나 직계 가족의 장례에 대한 모든 과정을 교회가 돕는 것인데, 불의의 사고나 의지할 곳 없는 사람들에게 이 같은 경조부의 장례 지원 봉사는 큰 힘이 될 것 같다. 

올해 개봉한 영화 <사랑하기 때문에>나 SBS 수목드라마 <다시 만난 세계>에서는 불의의 사고를 당한 주인공이 사후 세계에서 현실 세계로 돌아와서 머물다가 자신들의 원망을 풀고 남겨진 이들에게 힐링을 선사하며 떠나는 모습을 그리고 있다. 

기독교에서는 죽음 이후의 세계를 영생을 얻는다고 전하고 있고, 얼마 전 벨기에의 과학자들이 밝힌 죽음을 경험했던 사람(임사 체험) 연구결과에서는 응답자의 2/3 이상이 어떤 영혼이나 사람을 만났다고 전하고 있어 죽음을 더 이상 두려움의 대상으로 대할 것이 아니라 자연스럽게 수용해야 하는 태도가 필요할 것 같다.

이러한 태도를 보이는 것이 초고령 사회로 접어든 일본의 '셀프다잉', 즉 장례 전람회를 찾고 묘지에 견학 가며 스스로 죽음을 준비하는 모습이 아닐까 싶다.  

일본에서는 장례를 스스로 준비하고 주변을 정리하는 노인들이 인생의 끝(終)을 위한 활(活)동으로 '슈카쓰(終活)'가 일반화되고 있다. 

'슈카쓰'는 8년 전 일본에서 신조어로 등장했으며, 60대 이상 장년층에게 생활 문화로 보편화됐다.

자녀는 물론 남에게 폐를 끼치기 싫어하는 개인주의 성향의 문화적 특성과 신생아보다 사망자가 더 많아지는 초고령 사회 현상이 더해진 것이라고 한다.

일본 경제지 닛케이 신문의 독자 설문조사 결과, 60세 이상 응답자 중 31%가 슈카쓰 경험이 있거나 준비 중이라고 답해 이 같은 현실을 반영하고 있다.

특히, 임종에 필요한 각종 도구를 전시하고 상담도 받는 ‘슈카쓰 페어(전람회)’에 노인들이 몰려들고 있다. 이러한 장례 전람회는 접근성이 좋은 동네 마트에서 열리는 건 일상이 됐다. 

대형 유통업체 이온은 2009년 이후 300번 이상 페어를 지점에서 열었는데요, 노인들은 장례식이나 묘지 비용, 재산 정리 등 임종에 필요한 상세 정보를 이곳에서 얻고 있다. 

게다가 사후 가족과 지인에게 전달할 메시지를 담은 ‘엔딩 노트’ 작성법과 입관 체험 등 죽음을 두려워하지 않고 맞이하도록 돕는 웰다잉(Well-Dying) 프로그램도 지원하고 있다.

이러면서 장례문화에도 트렌드가 생겼는데, 아날로그 시대에는 자서전을 주로 출판했지만 디지털 시대인 요즘 ‘추억 찍어두기’란 컨셉으로 영상물을 제작한다. 

장례 업체들은 교외에 있는 공원묘지를 견학시키기도 하고 수목원을 둘러 보는 슈카쓰 버스 투어를 하는데, 화장/ 봉안/ 수목장 등 어떤 장례방식을 선택할지 체험할 수 있다고 일본의 산케이 비즈는 전했다.

모바일이 일상이 된 디지털 세대에게 '디지털 장례식'은 또 다른 장례 문화일 것 같은데, 사망한 사람의 인터넷 홈페이지나 각종 웹사이트 아이디 등을 쉽게 파악해 정리할 수 있는 서비스다.

2000년대에 연예인이나 정치인, 기업체 등 평판에 민감한 셀럽들이 이용하던 서비스가 대중화된 것으로 보인다.

또 온라인에 떠도는 고인의 사생활 기록을 청소해주고 망자가 남긴 디지털 유산을 관리해주는 '디지털 세탁소'라 불리는 온라인 개인정보 관리대행 서비스도 3년 전부터 국내에 도입됐다.

최근 개봉해 호평을 얻고 있는 영화 <몬스터 콜>은 죽음을 소재로 눈물과 고통 속에 자신의 내면에 괴물을 키워 온 한 소년이 사랑하는 엄마와의 가슴 아픈 이별을 경험하는 성장통을 아름다운 미장셴으로 그려내고 있다.

버킷 리스트나 엔딩 노트처럼 누구에게나 다가오는 죽음에 대한 두려움을 줄여주고, 남겨진 사람들에게 좋은 기억을 남기는 웰다잉과 잊혀질 권리로 대표되는 디지털 장례식의 적절한 조화가 필요한 시점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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