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 / 뉴스비전e DB>

[뉴스비전e 신승한 기자] 고병원성 조류인플루엔자(AI)로 달걀 값이 급등해 우리 서민들을 근심에 빠뜨리더니 이젠 살충제 파동으로 아예 계란을 기피하게 되어 버렸다.

이번 '살충제 계란 파동'을 보면서, 공무원들의 무책임한 자세와 함께 사실을 제대로 전달하지 못하는 언론의 우유부단함에 정말 답답함을 금할 수가 없다.

먼저 우리 공무원들의 자세를 한번 짚어보자.

잔류 기준치를 초과해 문제가 된 ‘피프로닐’과 ‘비펜트린’의 경우, 일각에선 이미 지난해부터 대비해야 한다는 지적이 있어왔다. 하지만 담당 부처와 공무원들은 안일한 태도로 일관해오다 결국 유럽에서 큰 이슈로 떠오르자 부랴부랴 재조사를 시작했고 요즘의 이 사단을 가져왔다.

양계 농장주들은 관행적으로 살충제를 희석시켜 사용해 왔지만 관리 감독의 책임이 있는 주무부처는 이러한 사실 조차 잘 파악하지 못하고 있었다. 

또 검사관들이 양계 농장주들에게 "조사나갈테니 계란 준비해 주세요"라고 말했다고 하니 정말 우리 공무원들의 모럴헤저드는 어디가 끝인지 알 수가 없다.

특히, 계란에 부착되어 있는 친환경인증 대부분이 정부 주무부처에서 관리 심사한 것이 아니라 민간단체가 좌지우지 했다고 하니 기가 차서 할 말이 없을 정도다.

이번 사태를 전하는 언론들도 마찬가지 이다.

공무원들의 안일한 태도와 주무부처의 안전불감증 등을 지적하는 것은 좋다.

하지만 사건 발생초기에 무조건 달걀을 먹으면 몸에 해롭다는 식의 보도가 주를 이뤘다.

면역성이 약한 노약자, 특히 영유아들의 경우 급성 질환을 불러올 수 있다는 식의 논조 였다.

하지만 과학적인 분석- 즉 팩트라기 보다는 위기감을 조성해 독자들의 관심을 모으겠다는 '낚시성 기사'처럼 느껴질 정도로 편향된 것이었다.

오죽 답답했으면 대한의사협회가 계란에서 검출된 살충제 대부분은 한 달이면 우리 몸 밖으로 빠져나갈 것이라고 밝혔을까?

영유아의 경우에도 하루 2개 정도 섭취할 경우 급성 독성에 대해 크게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며 계란 섭취로 인한 문제가 크게 우려할 수준은 아니라고 콕 찝어서 의견을 제시했을까?

이러한 공직사회의 안일함과 바람몰이식 보도의 피해는 양계농장주와 소비자들이 고스란히 안게 되었다.

인체에 해로울 수도 있다는 의식조차 없이 '물에 희석시켜서 뿌리면 전혀 문제될 것 없다'라는 수의사의 조언에 따라 소독제로 사용한 양계농장주들은 하루 아침에 땀의 결과를 '폐기'시켜야 할 처지다. 

물론 이들 양계농장주들에게 책임이 전혀 없다고 할 수는 없지만 그들을 제대로 이끌지 못한 주무부처의 잘못이 더 클 수 밖에 없다.

설상가상으로 소비자들의 우려로 향후 판로가 불투명해지면서 사업의 존폐 위기까지 맡고 있다.

계란을 원료로 사업을 하는 '제과업계'나 '음식점'들도 막막한 상황에 놓이기 마찬가지 이다.

아울러 국민들의 경우, 자녀들의 단백질 섭취에 필요한 계란에 대한 믿음이 깨지면서 가뜩이나 어려운 주머니 사정이 더 나빠짐은 물론이거니와 앞으로 무엇으로 반찬과 간식을 만들어야 하는지까지 고민해야 하게 됐다.

앞서 공무원과 언론 등의 문제점을 지적하긴 했지만 이건 일부 직종만의 잘못이 아닌 우리 사회 전체의 개선이 필요하다는 생각이 든다.

'正道無憂(정도무우)'라는 말이 있다. 바른 길로 가면 근심이 없다는 뜻이다.

'思判行省(사판행성)'이란 말도 있다. 생각하고 판단하고 행동하고 반성하라는 뜻이다.

우리 사회 전체가  '思判行省'을 통해 '正道無憂'를 이뤄내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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