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 / CJ엔터테인먼트>

[뉴스비전e 정선기 대중문화 칼럼니스트] 올해초부터 어떤 영화가 올해 충무로에서 천만 관객을 기록하게 될지 관심이 쏠렸다.

언제 목숨을 잃을지도 모른 채 열악한 노동 조건에서 해저 석탄 채굴을 위해 조선인을 강제 노역하는 일제의 폭압과 군함의 형체를 닮은 지옥도를 탈출하기 위한 민초들의 사투를 소재로 한 영화 <군함도>는 개봉 전부터 화제가 되면서 올여름 극장가에 천만 관객을 기록할 후보작으로 점쳐졌다.

영화는 CJ그룹의 계열 회사가 투자, 배급, 상영을 맡아 CGV를 비롯한 국내 멀티플렉스 극장주의 마음을 사로잡으며 기록적인 스크린 수를 점유했고 관계자들은 흥행 기록을 경신하고 있다는 보도자료를 연일 쏟아내고 있는 가운데, 천만 관객이 달성되기도 전에 스크린 독과점 논란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언론 배급 시사회와 일반 시사회가 개최되면서 영화평에 대한 호불호가 갈리더니 개봉을 앞두고 군함도가 차지한 스크린 수가 2,200여 개에 이른다고 알려지면서 CGV 등 멀티플렉스를 가진 대기업이 수직 계열화를 통한 스크린 독과점이라는 행위에 분노한 영화팬들은 포털사이트의 영화정보 코너에 0~1점짜리 별점(☆) 테러를 계속하고 있다.

<덩케르크>를 먼저 봤기 때문일까? 영화 <군함도> 역시 탈출과 전투신을 포함하고 있어 비교된다. 전쟁 영화의 상투성을 덜어내며 역대급 놀란 판타지아를 만든 <덩케르크>와 대조되면서 말이다.

영화 속 목욕탕 격투신을 제외하고는 한국을 대표하는 액션 마스터로서 류승완 감독의 장기는 보이지 않고, 기존 CJ 배급 작품에서 두드러졌던 신파와 상투성을 중심으로 흥행을 위해 관객의 감정선마저 잘 짜인 범작처럼 다가온다.

마치 영화 <국제시장>을 떠올리면서 황정민-김수안 부녀의 에피소드는 신파라는 감정이 과잉되고, 영화 속에서 조선 건달 역의 소지섭 정도만이 캐릭터에서 눈에 띌 뿐 위안부 역의 이정현 등 여성 캐릭터가 조명되지 못하는 등 서브 플롯이 조화를 이루지 못하는 것 같다.

이러한 영향 때문일까? "보통 위안부 피해자를 떠올리면 슬픈데 '군함도'의 오말년은 원더우먼 같다"는 배우 이정현의 감상평 역시 서브 플롯의 불균형에서 기인한 것이 아닌가 싶다. 작품이 원했던 아니든 간에 노이즈 마케팅은 이어지고 있다.

봉준호 감독의 <옥자>가 시장 질서를 어지럽힌다면서 상영을 거부한 CGV, 롯데시네마, 메가박스 등 대형 멀티플렉스가 돈 되는 상업 영화에 몰아주는 모습은 어제, 오늘의 일은 아니었다.

얼마 전에도 영화 <대립군>을 연출한 정윤철 감독이 개봉한 지 일주일도 채 안 돼 멀티플렉스가 외화 <미이라>에 스크린 몰아주기를 하면서 관객들의 볼 권리를 박탈하고 있다고 성토했다.

정 감독은 “대한민국은 정녕 지옥이다. 대통령이 아무리 바뀌어도 재벌들이 안 바뀌면, 돈이 최우선이면 아무 소용없다. 승자독식, 1등만 살아남는 사회는 정글이지, 사람 사는 곳이 아니다”라며 “90억 원 짜리 영화가 이렇게 당하는데, 작은 독립영화들은 얼마나 우습고 하찮은 파리목숨이겠나” 하고 일침을 가했다.

최근 영화 <군함도>의 보조 출연자였다고 밝힌 누리꾼이 "촬영 현장에서 보조 출연자들이 최저 임금에도 못 미치는 출연료에 차별대우를 받았다" 고 밝혔으나 논란이 계속되자 게시물을 삭제했고 실제 당사자인지 확인되지 않은 가운데, <군함도>의 노이즈 마케팅은 시작됐다.

민병훈 감독은 26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제대로 미쳤다. 독과점을 넘어 이건 광기다. 신기록을 넘어 기네스에 올라야 한다. 상생은 기대도 안 한다. 다만 일말의 양심은 있어야 한다. 부끄러운 줄 알아라"라며 2,168개의 스크린에서 개봉하는 영화 <군함도>가 시장을 왜곡하고 있다고 전하며 논란은 극에 달했다.

지난주 폐막된 부천국제영화제에서도 영화감독의 성토가 있었는데, 한국 영화로는 유일하게 경쟁 부문인 부천초이스 장편 경쟁부문에 초현실적인 실험 영화 <숲속의 부부>를 공개한 전규환 감독이 15일, 상영 후 진행된 관객과의 대화(GV)에서 시장 질서를 왜곡하는 대기업 멀티플렉스의 스크린 독과점 현상을 비판했다.

국내 스크린에서 개봉이 될지 모르겠다며 운을 뗀 전 감독은 "사비를 털어 8편 째 영화를 만들었는데 대기업의 독과점 형태가 폭력에 가까울 정도의 현실이라 안타깝다"며 "전작('무게')이 해외에 배급돼 많은 영화제에 출품되고 티켓이 매진되는 성과를 냈는데도 불구하고 왜 내 나라에서 극장을 한두 개 밖에 안 내주는지 이해가 안 되고 속상하다"고 기형적인 국내 영화 시장의 배급 행태를 꼬집었다.

전규환 감독은 "좀 더 다양한 소재를 가지고 관객과 만나고 싶고 색다른 모습의 영화를 보여주고 싶어 영화감독이 됐다"라며 "하지만 이런 충격 때문에 3년 동안 시나리오를 단 한 글자도 쓸 수가 없었다. 그래서 관객들의 관심과 응원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실제로, <군함도> 개봉일에 전국 CGV의 스크린은 대부분이 '군함도'로 가득 차 가히 충격적이었어요. 스크린에는 해외 유수 영화제에서 호평받은 다양성 영화도 있지만, 새벽이나 늦은 밤에 회차가 편성돼 작정하지 않고는 보기 힘들도록 소비자의 선택권을 빼앗으며 민병훈 감독의 지적처럼 '군함도'를 강제 관람하라는 무언의 폭력처럼 다가온다.

영화인들이 상식과 원칙에 따라 스크린에서 공정한 경쟁을 펼칠 때, 다원화된 사회에서 문화적 토양의 다양성이 실현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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