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역 불균형 해소 위한 압박 강화

사진=뉴시스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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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필리핀산 상품에 대해 19%의 새로운 관세를 부과하겠다고 발표했다. 이는 이달 초 트럼프가 위협했던 20%보다 1%포인트 낮지만, 4월에 설정했던 기존 17%보다 높은 수준이다. 이번 조치는 미국과 필리핀 양국 간 무역 불균형을 해소하려는 트럼프 행정부의 압박 전략으로 해석된다.

트럼프 대통령은 7월 22일 백악관 오벌 오피스에서 마르코스 주니어 필리핀 대통령과 회담을 가진 후, 소셜 미디어 플랫폼인 트루스소셜(Truth Social)을 통해 양국이 새로운 관세 협정을 체결했다고 발표했다. 그는 “필리핀은 미국에 시장을 개방하고 무관세를 시행할 것이며, 미국은 필리핀산 제품에 19%의 관세를 부과하게 된다”고 밝혔다.

이번 관세율은 미국이 인도네시아와 체결한 수준과 같고, 베트남에 부과된 20%보다는 소폭 낮다. 마르코스 주니어 대통령은 트럼프의 백악관 복귀 이후 만난 첫 번째 동남아시아 지도자로, 회담에서 미국을 “가장 강력하고 신뢰할 수 있는 동맹”으로 평가했다.

양국은 구체적인 무역 협정의 내용을 공개하지 않았지만, 마르코스 주니어는 기자회견에서 “미국산 자동차 등 일부 품목에 한해 필리핀이 무관세 혜택을 제공할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또한 “1%포인트의 관세 인하는 작아 보이지만, 실질적인 금액으로 보면 의미 있는 성과”라고 강조했다.

이번 협정에 대해 필리핀 주미 대사 로무야르데스는 “양국 모두에게 지속적으로 개선될 수 있는 좋은 출발점”이라며 기대감을 드러냈다. 트럼프 역시 양국 무역 규모가 “매우 큰 숫자”로 성장할 것이라며 낙관적인 전망을 내놓았다.

2023년 미국과 필리핀의 상품 교역액은 전년 대비 21.8% 증가한 235억 달러를 기록했지만, 미국은 약 50억 달러의 무역 적자를 보고 있다. 미국은 필리핀의 두 번째 수출 대상국으로, 올해 1~5월 사이 전체 수출의 약 16%를 차지했다.

무역 불균형을 완화하기 위해 필리핀 정부는 미국산 대두, 밀, 의약품 등의 수입 확대를 모색하고 있다. 그러나 일부 전문가들은 이번 조치가 필리핀 경제에 장기적으로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

전 주필리핀 미국 대사 해리 토마스 주니어는 “19%의 관세는 필리핀 수출업자들에게 큰 부담이 될 수 있으며, 특히 멕시코·베트남 등 다른 개발도상국과 비교했을 때 경쟁력이 약화될 수 있다”고 경고했다. 그는 필리핀이 미국과의 관세 협정뿐 아니라, 반도체 및 핵심 광물 분야에서의 산업 협력을 통해 대응 전략을 마련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이번 트럼프 정부의 조치는 무역 적자 해소와 자국 산업 보호를 위한 일환으로 풀이되며, 향후 미국의 아시아 지역 경제 전략에 중요한 변곡점이 될 수 있다는 평가도 나온다.

차승민 기자 smcha@nv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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