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가받은 해외기관만 시장참여 허용

외환시장 구조 개선방안 주요 내용 / 자료=기획재정부 제공
외환시장 구조 개선방안 주요 내용 / 자료=기획재정부 제공

대한민국 정부가 수립된 1948년 이후 70년 넘게 유지된 외환시장의 기조가 변화를 겪을 전망이다.

외국 금융기관이 국내 자본시장에 직접 참여할 수 있도록 외한시장을 개방하고 개장 시간도 런던 금융시장의 마감 시간인 한국 시간 기준 새벽 2시까지 연장할 계획이다.

한국의 무역과 자본시장 규모는 빠른 성장을 거듭했지만, 외환시장은 큰 변화 없이 현재의 구조를 유지해왔다.

특히 1998년 국제통화기금(IMF) 외환위기 트라우마로 정책 방향은 시장 안정으로 가닥이 잡히면서 외환시장 변화는 전무했다.

정부와 금융당국이 외환시장 구조를 바꾸기로 한 배경에는 자본시장, 금융산업 전반의 발전에 걸림돌이 될 뿐 아니라 시장 안정에도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고 있다는 문제의식이 깔려있다.

지난 27일 서울 은행회관에서 열린 서울외환시장 운영협의회 세미나에서 김성욱 기획재정부 국제경제관리관은 외환은 나라 안과 밖의 자본이 왕래하는 길이다. 나라 밖과 연결되는 수십 년 된 낡은 2차선의 비포장도로를 4차선의 매끄러운 포장도로로 확장하고 정비하고자 한다.”고 밝혔다.

이어서 지금과 같은 낡은 도로로는 그간 비약적으로 확대된 이동 수요를 감당할 수도 없고, 좁은 도로 때문에 안정성이 오히려 위협받을 수 있다.”무엇보다 불편한 도로 여건 때문에 외부로부터의 접근성이 제약받고 이로 인해 국내 시장과 산업의 발전이 정체되고 있다.”고 말했다.

달러(USD)유로(EUR)(JPY) 등 세계 주요 통화는 역외에서 24시간 자유롭게 거래되고 국적법적 지위와 관련 없이 금융기관들이 자유롭게 시장에 참여할 수 있다.

중국도 2010년 이후 역외 위안화(CNY) 시장을 개설확대하고 올해부터 역내 외환시장 거래시간을 새벽 3시까지 연장했다.

반면 원화(KRW)는 역외 외환시장에서 거래할 수 없고 국내에서만 거래가 가능한데다 해외 소재 외국 금융기관은 국내 은행 간 외환시장에 직접 참여할 수 없고 거래시간도 한정돼 외국인 투자자와 국내 투자자가 모두 불편을 겪고 있다.

정부는 이 때문에 역외차액결제선물환(NDF) 시장이 기형적으로 성장해 2010년대 이후 NDF가 현물환의 거래 규모를 뛰어넘었고, NDF 시장의 투기적 거래가 환율 움직임을 주도하는 현상도 나타나고 있다고 지적했다.

2022년 일평균 외환거래 규모는 NDF498억 달러(원화 약 648,645억 원), 현물환이 351억 달러(원화 약 457,177억 원)였다.

조선사의 경우 선박 수주가 호황일 때 막대한 선물환 매도로 원화가 절상 압력을 받고 연기금과 개인의 해외 투자가 늘어나면 원화가 절하 압력을 받는 등 시장이 좁아 일부 수급 주체의 거래 방향이 환율 움직임에 미치는 영향을 크게 받기도 했다.

외환보유액 증가와 민간 대외자산 확대, 외화유동성 공급망 다변화 등으로 그간 한국 경제의 대외 건전성이 강화된 만큼, 이제는 외환위기 트라우마를 딛고 외환시장을 개방경쟁적 구조로 전환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외국 금융기관의 시장 참여를 허용하고 거래시간도 연장해 국내외 투자자 모두 원하는 시간에 다양한 경로로 원화를 환전하고 투자할 수 있게 하겠다는 것이다.

이로 인해 중장기적으로 시장 자금 유입이 늘어나고 원화 표시 자산 매력도도 올라가는 한편, 국내 금융기관의 사업 기회도 늘어날 것으로 정부는 기대하고 있다.

외환시장 개방은 모건스탠리캐피털인터내셔널(MSCI) 선진국 지수 편입 가능성도 높일 수 있다.

최지영 기재부 국제금융국장은 “MSCI 선진국 지수 편입은 자본시장과 외환시장 선진화 과정에서 부수적으로 발생할 결과라고 생각한다. 그걸 위해 (외환시장 개방을) 한 것은 아니다.”라고 선을 그었다.

국내 개인 투자자의 경우 야간에도 시장환율로 바로 환전해 해외 주식에 투자할 수 있게 된다.

현재는 야간에 환전할 경우 시장환율보다 높은 가()환율로 1차 환전되고 다음 날 외환시장 개장 후 실제 시장환율로 정산을 받아야 한다.

그럴 경우 계획했던 수량만큼 해외 주식을 매수하지 못하는 경우가 있었는데, 이런 불편함이 사라지게 된다.

다만 외환시장 개방이 가져올 부작용의 우려도 있다.

외국 금융기관의 참여가 자유로워지면 투기성 자금 유입이 많아져 원/달러 환율 변동성이 오히려 커질 수 있다는 지적이다.

개장 시간이 연장되면 거래량이 상대적으로 적은 야간시간대에는 쏠림 현상이 심해질 수도 있다.

금융당국은 안정장치를 마련해 시장을 규제한다는 이 장이다.

일정 요건을 갖춰 정부 인가를 받은 외국 금융기관만 외환시장에 참여하도록 하고 단순 투기목적 기관의 참여는 불허하는 방식이다.

또 시장에 참여하는 외국 금융기관은 반드시 국내 외국환 중개회사를 경유해 거래하도록 해 당국의 거래 모니터링시장 관리 기능을 유지하기로 했다.

이번 외환시장 구조 개선 방안 시행 목표 시기는 2024년 하반기로 앞으로 공론화와 법령 개정, 은행권 준비 등을 거칠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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