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유가·엔화 약세로 '5월 사상 두번째 무역적자'
엔화 약세화, 일본 경제 '개도국형으로 전락' 우려

16일 미국 외환시장에서 엔화 가치는 다시 반등세를 보이고 있다. 지나친 엔화 가치 하락에 대한 반등 심리와 뉴욕 외환 시장에서 미국 달러화의 가치가 곤두박질 쳤기 때문이다.
하지만 일본의 엔화 약세는 고유가 와 수입증가 추세로 당분간 지속될 전망이다.
블룸버그 집계에 따르면 이날 미국 동부시각 오후 4시 기준 엔-달러 환율은 131.94 엔으로 1.42%나 추락하며 달러 대비 엔화의 가치가 크게 치솟았다. 전날 오후 5시와 비교해 3.32엔 상승(엔 상승, 달러 약세)했다.
미국 중앙은행 연준이 기준금리를 0.75% 인상한다는 발표로 미 장기 금리가 상승하고 있어 엔화 매도, 달러 매수세가 잠시 우세해지고 있기 때문이다.
한 국가의 화폐가치가 내려가면 가격 경쟁력이 높아져 수출 증대로 이어지는 게 일반적이지만, 지금의 일본은 엔화 약세화 정책에도 수출 이득을 볼 수가 없는 이른바 ‘나쁜 엔저론’에 놓여 있다.
이와 관련 일본의 5월 무역수지가 고유가와 엔화 약세 영향으로 사상 두 번째로 큰 무역적자를 기록했다.
일본 재무성이 16일 발표한 5월 무역통계자료에 따르면 수출은 작년 동기 대비 15.8% 증가한 7조2520억엔이었으나 수입은 48.9%가 증가한 9조6367억엔으로 집계되었다.고유가와 엔화 약세의 영향으로 수입액이 급등으로 무역수지 적자가 2조3846억엔(약 22조8000억원)으로 10개월 연속 적자 추세가 이어졌다. 이에 5월 적자폭이 2014년 1월 이후 가장 큰 규모였다.
경제평론가 가야 게이이치가 지난 8일 뉴스위크 일본판에서 “가장 큰 이유는 일본 기업들의 (중국, 동남아 등) 해외 생산거점 이전이 늘어난 것이 엔저의 이점이 발생하지 않는 여러 이유 중 하나이고 이어 수출기업들의 경쟁력이 다른 나라에 뒤처져 있기 때문이다.”라고 분석했다.
일본 내각부에 따르면 일본 제조업은 1990년대 이후 비용이 적게 드는 중국과 동남아 등지로 빠르게 생산거점을 옮겨, 2020년 기준 일본 기업들의 해외생산 비중은 22.4%로, 30년 전인 1990년(4.6%)의 거의 5배에 이른다. 이렇게 해외 생산 비중이 커지면 일본 국내에서의 수출이 줄어들기 때문에 엔화 약세의 혜택을 보기가 어렵다.
최근 일본 기업은 정보기술(IT) 등 자본집약도가 해외에 비해 낮아 (바람직한 방향과 정반대인) 노동집약형으로 가고 있다. 값싼 노동력과 엔화 약세에 의존하는 사업만 계속하다가는 원가 절감 밖에는 차별화의 수단이 없는 저부가가치 제품만 만들어 결국 ‘개발도상국형 경제’로 전락하고 말 것이라고 경고했다.
지난해 1월 1일 달러·엔 환율은 103.2엔이었으나 엔·달러 환율은 올해 1월 달러당 115엔 정도였다. 하지만 이달 들어 24년 만에 최고치인 135엔으로 치솟았다.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과 일본 정부의 통화 완화 정책, 고유가 등의 여파로 꾸준히 엔화 가치가 하락하고 있기 때문이다.
일본 현지 언론은 원유 등 에너지 가격이 우크라이나 사태로 지속 상승해서 일본의 무역적자가 앞으로도 지속할 가능성이 큰 것으로 내다봤다.
차승민 기자 smcha@nvp.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