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콕 남부 840km 위치에 있는 '뜨랑'주, 10여년만에 현지에서 사업하는 오랜 지인을 찾았다.

'뜨랑'은 인근의 잘 알려진 '푸켓', '끄라비', '코사무이'에 비해 인지도가 떨어져 관광객이 많지 않고, 특히 한국인에게는 아주 생소한 지역이다.

사업지 탐방 차 해변가를 찾았다. 큰 길에서 해안가로 가는 소로에 들어설 때는 차량통행이 여유로웠던 도로가 이내 좁아지고, 길 양옆의 우거진 나무에서 내려온 줄기와 기생식물들의 덩굴이 양쪽 차창 유리를 연신 때린다. 행여 뭐 라도 튀어나올 듯 하여 신경이 곤두섰다.

좌우에 빽빽한 나무숲이 시야를 가린다. 뿌리를 공중에 드러낸 나무가 묘한 분위기를 자아낸다. 비릿한 냄새가 코를 찌른다. 생태계의 보고로 알려진 맹그로브숲이다. 진흙 속에 산소가 부족해지기 쉬워 호흡 뿌리라 부르는, 땅 밖으로 튀어나온 뿌리가 마치 문어들이 여러개의 발을 딛고 서있는듯 하다.

2009년경 재생에너지 사업차 자주 방문했던 끄라비에서 만났던 잘 정리된 맹그로브 숲과는 영 딴판이다.  

얼마를 더 가니 좌측에 좀 번해지며 나무를 베 내고 개발된 이름 모를 양어장이, 오른쪽에는 게 양식장 간판이 보인다. 궁금하여 무단으로 들어가보니 제법 넓은 공간에 칸을 막아 물이 담겨있다. 깊숙해서 보이지도 않는 곳에 양식장 개발로 이미 많이 훼손해 놓은 게다.

해마다 어마어마한 맹그로브 숲이 파괴된다 하는데 그 현장을 직접 접하니 씁쓰레하다.

‘맹그로브(mangrove)’는 스페인어 mangle 또는 포르투갈어 mangue로 남미의 과라니(Guarani)족 토착어에서  유래했고, 영어로는 인간을 뜻하는 ‘Man’과  숲을 의미하는 ‘grove’가 합성되어 ‘인간의 숲’ 뜻이 된다.  

맹그로브는 한 종이 아닌 숲으로 구성되며, 세계적으로 70 ~ 100 종 정도가 있다. 

홍수과(Rhizophoraceae),  마편초과(Verbenaceae), 손네라티아과(Sonneratiaceae)의 3개 과 삭물이 대표군에 속한다.

강과 바다가 만나는 지역에 위치 하는 맹그로브 숲은 '지구 전체의 숲에서 0.7% 정도의 적은 면적에 분포하나, 매년 전 세계에서 발생되는 이산화탄소의 2.5배 정도를 흡수하고 저장할 수 있는 능력을 갖추고 있다'고 알려져 있다.

2004년 수마트라 대지진 시 맹그로브 지역만  안전했던 것이 알려진 이후, 큰 피해를 받은 동남아시아의 나라 들에서 맹그로브 숲의 재생에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는 훈훈한 소식도 있다.

유네스코 총회에서는 매년 7월 26일을 '국제 맹그로브 생태계 보존의 날'로 지정 맹그로브 생태계 보호를 위해 힘쓰고 있다.

맹그로브! 진정 인간과 밀접한, 인간을 보호하는 식물인가?

파괴의 현장이 아닌, 재생의 현장을 마주하는 다음의 만남이 기대된다.

정진영 여행작가 jinyoung@nv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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