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월 한 달 간 부장급 이상 임원들 희망퇴직 신청받아
국내 거래량, 경쟁력 약화 속 인적 쇄신... 오너리스크 여전

빗썸이 조직개편을 통한 분위기 반전을 꾀하고 있다. 이번 개편이 대내외 리스크 극복을 위한 효과적인 방안이 될 수 있을지 주목된다.

빗썸은 지난 5월 한 달 간 사내 부장급 이상 임직원을 대상으로 희망퇴직 신청을 받았다. 이번 희망퇴직은 빗썸 조직개편의 일환으로 이뤄졌다. 빗썸 내부 관계자는 "부장급 이상 임직원 가운데 2/3 가량이 신청서를 썼다"고 말했다.

빗썸의 조직개편은 최근 거래량 하락과 특금법 시행에 따른 신고요건 마련 등 거래소로서 민감한 시기에 이뤄진 조치라 주목된다. 내부적으로 인적쇄신을 통한 사내 혁신을 이유로 세웠지만 이 같은 조치가 약이 될지 독이 될지는 미지수다. 사내 분위기도 뒤숭숭하다. 빗썸 내부 관계자는 "표면적인 이유는 인적 쇄신이지만 사실상 물갈이에 가깝다"고 말했다.

빗썸코리아는 올해 1분기에만 매출 2502억원, 당기순이익 2226억원을 기록하면서 지난 한 해 매출(2192억원)과 순이익(1275억원)을 뛰어넘었다. 지난해 하반기부터 이어진 가상자산 거래 열풍 속에서 거둔 성과다.

하지만 이 같은 호실적에도 불구 빗썸의 내부 분위기는 밝지 않았다. 경쟁사인 업비트와의 격차가 오히려 벌어졌기 때문이다. 올해 업비트(두나무)의 1분기 실적은 공개되지 않았지만 투자업계는 1분기에만 5000억원 이상의 매출과 4000억원 이상의 영업이익을 거둔 것으로 보고 있다. 지난해 두나무 연간 매출(1767억원)과 영업이익(886억원)을 일찌감치 넘어섰다는 전망이다.

거래량에서도 빗썸과 업비트는 큰 차이를 보이고 있다. 지난 1일 코인게코 기준 일 거래량에서 빗썸은 14억 달러, 업비트는 69억 달러를 나타냈다. 빗썸 관계자는 "국내 4대 거래소 거래량을 합한 기준으로 볼 때 실제 거래 비중의 90%가 업비트에 쏠려 있는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고 말했다.

◇ 체질개선 칼 뽑은 빗썸... 실제 '고인물'은 그대로

빗썸의 조직개편은 국내 대표 거래소 경쟁에서 뒤쳐지고 있다는 위기의식이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 빗썸의 인사 조치는 젊은 직원들에게 새로운 기회이자 동기를 부여하는 측면도 있다. 문제는 빗썸의 '고인물'은 여전히 건재하다는 데 있다.

개편된 빗썸 조직구성도에 따르면 빗썸의 실세들은 여전히 영향력을 발휘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특히 빗썸홀딩스 산하 자문위원회와 빗썸코리아 상장심사위원회를 중심으로 고위 인사들이 포진해 있다. 상장심사위원회는 거래소 내 핵심 요직으로 이곳의 수장은 최재원 前 대표가 맡았다. 이상준 前 빗썸홀딩스 대표 등도 눈에 띈다.

빗썸의 오너리스크도 여전히 진행 중이다. 지난 4월 서울경찰청 지능범죄수사대는 빗썸의 실소유주인 이정훈 전 이사회 의장을 특정경제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상 사기 혐의로 검찰에 송치했다. 이 전 의장은 2018년과 2019년 BXA코인 발행을 둘러싸고 투자자들로부터 피소됐으며, BXA를 활용해 빗썸 인수를 추진했던 김병건 BK그룹 회장과의 소송 역시 진행 중이다.

이창우 기자 cwlee@nv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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