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비전e] 멋진 사원을 발견했습니다.앵글을 맞추고 셔터를 누르는 순간,아주머니가 자전거에 아이를 태우고 사원 앞을 지나갔습니다.미안한 생각이 들었습니다.아주머니와 아이와 자전거,모두 사원과 같은 색입니다.사원과 닮은 사람들이 사원의 주인입니다.나를 포함해 화려한 색상의 옷을 입고 있는 관광객은주인이 아닙니다.그곳을 이해하고 싶다면그들과 같은 색으로 물들어야 합니다. 알렉스 김 아이들의 꿈을 찍는 포토그래퍼. 내셔널지오그래픽 인물상 부문 수상자. 알피니스트. 신세대 유목민. 파키스탄 알렉스초등학교 이사장. 원정자원봉사자. 에세이스
[뉴스비전e] 사람들이 미얀마는 위험하지 않느냐고 묻습니다. 도시를 넘어갈 때마다 어디를 가는지 체크하고 새벽에도 신분을 밝혀야 합니다.모두가 무서워하는 나라.그 나라에 사는 사람들도 무서울까요?미얀마 사람들은 윤회를 믿습니다. 그들은 이번 생에 죄를 지으면 다음 생에 반드시 벌을 받는다고 생각합니다.친구가 미얀마 양곤공항에서 호텔까지 택시를 타고 갔습니다. 이튿날 숙소에서 나왔는데 어제 그 택시기사가 기다리고 있었습니다.친구는 기사가 호객하러 왔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런데 택시기사는 친구에게 다가와 돈을 내밀었습니다. 100달러짜리
[뉴스비전e] 새벽녘 밖에서 앉은 채 잠이 든 이 사람은 거지나 노숙자처럼 보일지 모르지만 여행자입니다. 여행을 위한 가방도 신발도 없지만 여행자가 맞습니다.어쩌면 여행자라는 말보다 유목민이라는 말이 더 맞을 겁니다. 이 사람도 무엇인가를 찾기 위해 길을 나섰을 것입니다.행복, 꿈, 치유……. 어떤 것인지는 모르지만 떠도는 길에 원하는 것을 찾아냈으면 좋겠습니다.우리는 모두 유목민입니다. 삶을 살찌울 목초를 찾아 매일 밖으로 나섭니다.내가 떠도는 길의 끝에 답이 있는 것이 아니라 발이 닿는 모든 곳에 답이
[뉴스비전e] 아스팔트길을 걸을 때보다 비포장길을 걸을 때 발이 덜 아픕니다.자동차에게 좋은 길이 사람에게는 피로감을 주는 것입니다. 사람에게는 비포장길이 필요합니다.비포장길 같은 사람이 되고 싶습니다. 투박하더라도 시간이 지날수록 편안해지는 그런 사람.여행 사진 속 내 모습을 보면 해가 다르게 변해가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처음 여행할 때 찍은 사진 속의 나는 한껏 멋을 부린 관광객입니다.최근 다녀온 여행지에서 찍은 사진 속의 나는 관광객인지 현지인인지 구분이 가지 않을 정도로 편한 차림입니다. 겉모습보다 마음이 중요함을 깨달았
[뉴스비전e] 라오스 루앙프라방에서 방비엔으로 넘어가는 길입니다.나는 항상 길 위에 있습니다. 내가 서 있는 길이 울퉁불퉁한 비포장도로일 때도 있고 평탄한 아스팔트길일 때도 있습니다.이 길을 걷다 보면 더 좋은 길이 나올지도 모릅니다. 이 길이 아스팔트였다면 갈색의 흙길과 파란 하늘의 선명한 대비를 사진에 담을 수 없었을 겁니다.길 위에서 깨달음을 얻습니다. 길 위에 서는 순간부터 혼자 모든 것을 결정해야 합니다. 당장 무엇을 먹을지, 어디로 갈지, 무엇을 탈지 정해야 합니다. 그리고 그 결정에 책임져야 합니다.여행 중에 만난 사람
[뉴스비전e] 물속에서 무언가 찾고 있는 아이에게 물었습니다.“무엇을 찾고 있니?”아이는 대답 대신 물에서 건진 동전을 보여주었습니다. 화장을 하고 강가로 밀어 넣은 타고 남은 잔해 사이에서 사자死者의 장신구와 노잣돈을 찾고 있었던 것입니다. 아이는 다시 슬리퍼를 들고 물속을 헤집습니다.아이는 고아입니다.삶과 죽음이 공존하는 이곳에서 아이에게는 무서운 것도 더러운 것도 없습니다. 살아야 한다는 생각뿐입니다.누군가는 고단한 인생을 마무리하고 한 줌 재가 되어 물로 흘러들어갈 때, 어린 생명은 살기 위해 그 잔해를 헤집고 동전을 찾습니
[뉴스비전e] 네팔의 작은 마을에서 길을 걷다 허름한 집에 나도 모르게 이끌려 들어갔습니다.집 안에는 얼굴에 근심이 가득한 할머니와 귀엽게 생긴 여자아이, 동생처럼 보이는 남자아이가 있었습니다.아이들과 반갑게 인사를 나누자 할머니가 대뜸 말했습니다.“손님이 둘 다 데리고 가 키울래요?”목소리에도 눈에도 힘이 없었습니다. 할머니에게는 아들과 딸이 있었습니다. 남매 모두 출가해 아이를 낳았습니다.그러나 얼마 못 가서 둘 다 이혼을 하고 아이들을 어머니에게 맡기고 자신들의 행복을 찾아 떠났습니다.할머니 집에 있는 아이들은 그렇게 맡겨진
[뉴스비전e] 손녀에게 꿈이 무엇이냐고 물었습니다.아이는 수줍게 선생님이라고 대답했습니다.손녀가 선생님이 된 모습을 상상한 것일까요.할머니의 마음이 미소를 짓고 있었습니다.나는 카메라를 할머니에게로 돌렸습니다.할머니의 미소에는선생님이 된 손녀가아이들을 가르치고 있는 모습이 있었습니다.인생의 나이테가 그려진 할머니의 얼굴은아름다운 학교입니다.그 학교에서 손녀는 배우고 자라 선생님이 될 겁니다. 알렉스 김 아이들의 꿈을 찍는 포토그래퍼. 내셔널지오그래픽 인물상 부문 수상자. 알피니스트. 신세대 유목민. 파키스탄 알렉스초등학교 이사장.
[뉴스비전e] 아이의 엄마는 참 잘 웃습니다. 게스트하우스 앞에 있는 짜이 가게를 지나갈 때마다 아주머니는 웃으며 나에게 인사를 건네곤 했습니다.“순도루! 순도루!”나는 아주머니에게 답례합니다.“순도리! 순도리!” ‘순도루’는 잘생겼다는 뜻의 네팔어입니다. ‘순도리’는 예쁘다는 뜻입니다.칭찬을 주고받는 데에는 그리 많은 단어가 필요하지 않습니다. 나는 두 달이나 아주머니와 이웃사촌으로 지냈지만 볼 때마다 우리가 나눈 대화라고는 “순도루.” “순도리.”밖에 없었습니다.한국에 돌아가는 날 짐을 들고 게스트하우스 주인과 문
[뉴스비전e] 홍영표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지역구인 부평은 일제강점기엔 병참기지가, 해방 후엔 미군기지가 들어선 곳이다.친일파 송병준의 후손들이 미군기지 부지가 자신들 땅이라며 소송을 제기했을 때 ‘반민족행위자 재산환수 특별법’으로 지켜낸 곳이기도 하다. 당시 홍 대표도 특별법 제정을 위한 시민서명에 누구보다 적극적으로 나섰다.홍 대표는 '독립유공자 예우에 관한 법률' 개정안을 내고 독립유공자들과 후손들도 자주 만나고 있다.2013년엔 한국독립유공자협회로부터 감사패를 받기까지 했다. 하지만, 당시 포토그래퍼의 '스마일' 주문에 홍 대
[뉴스비전e] 여행하고 있을 때는 풍경이 눈에 들어옵니다. 일출과 일몰, 산과 바다, 평원과 나무, 하늘과 구름에 시선을 빼앗깁니다.여행에서 돌아오면 남는 것은 풍경이 아니라 사람입니다. 사진을 보면 그때 만난 사람과, 나누었던 이야기가 떠오릅니다. 웅장한 산이나 광활한 평원보다 사람이 더 크게 기억됩니다.다시 그곳에 가게 되는 것도 풍경이 아니라 사람이 그리워서입니다. 가끔 나도 냉정한 세상살이에 상처를 받고 마음을 추스르고 싶을 때가 있습니다. 그럴 때마다 아무 계산도 없이 마음으로 맞아주던 하늘마을 사람들이 생각납니다.발람 아
[뉴스비전e] 푸켓 피피섬에는 세상에서 가장 착한 아저씨가 살고 있습니다. 이름이 바오인 아저씨는 피피섬에서 방갈로와 레스토랑을 운영합니다.나는 돈을 많이 내는 관광객은 아니지만 바오 아저씨는 나와 친구이기 때문에 늘 가장 좋은 방으로 안내합니다. 방값을 계산하기도 전에 짐을 방 안으로 옮겨 놓습니다.나는 20대 초반에 아저씨의 레스토랑에서 아르바이트를 했습니다. 돈이 필요해서가 아니라 아저씨와 아저씨처럼 친절한 직원들과 함께하고 싶었기 때문입니다.아저씨의 방갈로와 레스토랑에는 지친 내 몸을 치유하는 힘이 있습니다. 지금, 최고의
[뉴스비전e] 친구를 따라 폴로 경기장에 가는 길이었습니다. 도중에 건너편 가게의 주인과 눈이 마주쳤습니다.나는 그를 향해 셔터를 누른 후, 기꺼이 모델이 되어준 그에게 감사의 표시로 손을 흔들었습니다. 그도 손을 흔들어주었습니다. 파키스탄 사람들은 나처럼 생긴 사람에게 관심이 많아 보였습니다.폴로 경기가 끝나고 사람들은 경기장 안으로 뛰어 들어갔습니다. 말이 신기해서 말을 보려고 했던 것입니다. 그랬던 사람들이 나를 보자 내 주위로 모여들었습니다. 그날 어디를 가도 집중되는 시선 때문에 밖으로 나오기가 부담스러웠습니다.밤에 갑자기
[뉴스비전e] 길에 서있는 아이가 너무 예뻐 사진을 찍고 있었습니다.아이의 아빠처럼 보이는 키 큰 남자가 빠른 걸음으로 나에게 다가왔습니다.순간, 티베트 사람들은 사진에 찍히면 죽어서 하늘에 못 간다고 생각한다는 얘기가 떠올랐습니다.어떻게 사과해야 할까 고민했습니다.아이 아빠는 저 멀리 서있던, 키가 더 큰 아내를 불렀습니다.나는 더 걱정이 되었습니다.예상과 달리 부부는 나에게 가족사진을 한 장 찍어줄 수 없느냐고 정중하게 부탁했습니다.기쁜 마음으로 가족을 사진에 담았습니다. 아이 아빠는 사진을 확인하더니 현상해서 줄 수 있느냐고
[뉴스비전e] 네팔 포카라에는 마음을 위로받기에 딱 좋은 장소가 있습니다.별들이 나뭇잎 위에, 흙바닥 위에, 그리고 사람의 머리 위로 내려와 쉬는 곳입니다.별들도 저 높은 곳에 떠 있으려면 얼마나 힘이 들까요. 그래서 가끔 반딧불이가 되어 쉬고 있나 봅니다. 나도 반딧불이가 되고 싶어 헤드랜턴을 깜빡였습니다. 반짝 반짝별도 나도 함께 쉬며 반짝입니다. 알렉스 김 아이들의 꿈을 찍는 포토그래퍼. 내셔널지오그래픽 인물상 부문 수상자. 알피니스트. 신세대 유목민. 파키스탄 알렉스초등학교 이사장. 원정자원봉사자. 에세이스트. 이름은 알렉스
[뉴스비전e] 엿새 동안 계속된 산행으로 지쳐 작은 온천에 들렀습니다.따뜻한 물속에 몸을 담그자 가이드 아저씨는 온천 이야기를 해 주었습니다.이곳은 우기가 시작되기 직전에 반딧불이가 가장 많은데 반딧불이를 보며 온천욕을 하는 기분은 형언할 수 없을 정도라고 했습니다.우기에 폭우가 쏟아지는 것은 반딧불이를 보며 온천욕을 즐기는 것을 신이 질투하기 때문이라고 했습니다.온천에는 입구를 지키고 있는 근엄한 표정의 할아버지가 있었습니다.이가 다 빠져 있어 입을 크게 벌리고 웃으면 카리스마는 사라져버립니다.할아버지 뒤에 있는 파란 푯말에는 이
[뉴스비전e] 코타오의 ‘코’는 섬, ‘타오’는 거북이를 뜻합니다.거북이섬에는 독특한 모양의 야자수가 있습니다.오랜 세월 비바람을 맞으며 꺾인 야자수는 한 번 더 꺾였습니다.바다를 향해 뻗어 가던 야자수는 수평선에서 다시 하늘을 향해 고개를 들었습니다.해가 떨어진 다음 캄캄해지기 직전 몇 분 동안 거북이섬은 파랗게 변합니다.우주에 갇힌 거북이섬에서는꺾인 야자수가 정상입니다. 알렉스 김 아이들의 꿈을 찍는 포토그래퍼. 내셔널지오그래픽 인물상 부문 수상자. 알피니스트. 신세대 유목민. 파키스탄 알렉스초등학교 이사장. 원정자원봉사자. 에
[뉴스비전e] 나는 한동안 수상인명구조요원으로 활동한 적이 있습니다. 라이선스도 있습니다.수영을 잘하려면 몸에 힘을 빼야 합니다. 초보자들은 이 말을 좀처럼 믿으려 하지 않습니다. 열심히 팔다리를 버둥대야 물 위에 뜰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버둥대던 몸에 힘을 빼고 나뭇잎을 물에 띄워놓은 것처럼 물에 몸을 맡겨야 수영을 잘할 수 있게 됩니다. 정말입니다.그런데도 초보자들은 몸에 힘을 빼면 가라앉을 것 같아 자꾸 허우적댑니다. 인생도 그런 게 아닐까 생각합니다. 어른들은 젊은이들에게 너무 아등바등 살지 말라고 합니다. 수영의 원리를 누
[뉴스비전e] 태국은 일 년 중 가장 더울 때 새해를 맞이합니다.한 해를 열며 태국 사람들은 파우더를 온몸에 바르고 서로 시원한 물을 뿌리며 이렇게 얘기합니다.“싸왓디 삐 마이 크랍.”우리가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라고 하는 것과 같습니다. 물을 많이 맞을수록 더위를 잘 견뎌낼 수 있다고 믿습니다. 짧은 것이 좋을 때도 있습니다. 태국의 새해 축제는 너무 깁니다. 나는 일주일 내내 수영복을 입은 채 수중카메라를 들고 다녀야 했습니다. 알렉스 김 아이들의 꿈을 찍는 포토그래퍼. 내셔널지오그래픽 인물상 부문 수상자. 알피니스트. 신
[뉴스비전e] 이 벤치와 사람을 함께 촬영한다면 앉아 있는 것이 좋을까요?누워 있는 것이 좋을까요?아니면서서 바다를 바라보는 것이 좋을까요?이곳에 사람이 있었다면 나는 셔터를 누르지 않았을 것입니다.어릴 때는 세상을 보며 많은 걸 빨리 습득해 부자가 되고 싶었습니다. 계속 무엇인가를 채우려 했습니다.십 년 넘게 여행을 다닌 지금, 채우는 것이 아니라 버리는 법을 배웁니다. 알렉스 김 아이들의 꿈을 찍는 포토그래퍼. 내셔널지오그래픽 인물상 부문 수상자. 알피니스트. 신세대 유목민. 파키스탄 알렉스초등학교 이사장. 원정자원봉사자. 에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