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비전e] 하늘색과 바다색이 만나면 아쿠아 빛을 만듭니다. 아기가 엄마 배 속에 있을 때도 그런 색일 겁니다.바다 깊이 들어가면 밖에서는 보지 못했던 내 숨을 볼 수 있습니다. 물속에서 숨을 쉴 때마다 숨을 담은 방울들이 뿜어져 나옵니다.스쿠버다이빙이 사치스럽다고 말하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하지만 생명을 느낄 수 있다면 그 정도 대가는 결코 비싸지 않습니다.스쿠버다이빙이 위험한 취미라고 걱정하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그러나 생명의 소중함을 깨달을 수 있기에 그 정도 위험은 감수할 수 있습니다. 알렉스 김 아이들의 꿈을 찍는 포토그
[뉴스비전e] 세상에서 가장 순수하고 수줍음 많은 아이들은 파키스탄 아이들입니다.50미터 밖에서도 내가 보이면 아이들은 어디론가 숨어버리곤 합니다.파키스탄 아이들은 악수 한 번 하기도 힘이 듭니다.그중에서도 가장 ‘도도한’ 여자아이가 있었습니다. 내가 과자와 음료수를 건네준 후 악수를 청하자 손을 뿌리치고 도망쳐버렸습니다. 나는 그냥 웃으며 아이의 뒷모습을 보았습니다.마을 이장의 집에서 차를 마시고 냇가를 따라 숙소로 가고 있을 때였습니다.한 여자아이가 냇가에서 빨래를 하다 나를 쳐다보며 미소를 지었습니다. 순간 영화 에 나
[뉴스비전e] 파키스탄에서 원정을 떠나기에 앞서 필요한 물건을 사러 시장에 갔습니다.물건을 사던 중 눈이 반짝이는 소년을 만났습니다.소년의 이름은 뭄타즈였습니다.뭄타즈는 자신의 눈이 인상적이어서 사진을 찍는 것을 알고 있는 듯 강렬한 눈빛으로 카메라를 응시했습니다. 뭄타즈의 눈은 시간이 지나도 계속 떠올랐습니다.몇 주 후, 이발소가 즐비한 스카루드 거리를 걷게 되었습니다. 우리나라 도시에서는 거의 사라진 허름한 이발소들을 보며 어린 시절 아버지를 따라 이발소에 가서 머리를 깎던 생각이 났습니다.나도 모르게 한 곳으로 들어섰습니다.
[뉴스비전e] 웅얼거리는 소리에 이끌려 낡은 천으로 덮여 있는 문을 열었습니다.캄캄한 곳에 예쁘게 머리를 깎은 스님들이 헤아릴 수 없을 정도로 많았습니다. 저 안쪽에서 큰스님이 나에게 들어오라고 손짓했습니다.공양을 드리고 차를 마신 후 자세히 보니 다 똑같아 보였던 스님 한 분, 한 분이 저마다 개성이 있었습니다.잘생긴 스님, 진지한 표정을 짓는 스님, 먼 산 보는 스님, 메롱 하는 스님, 명상하다 조는 스님, 옆 스님과 장난치는 스님, 큰스님이 될 것 같은 동자승, 선글라스를 낀 포스가 엿보이는 중견 스님.스님들만큼 부처님도 많으
[뉴스비전e] 오토바이를 타고 아이의 집으로 가고 있었습니다. 산수화 같은 길 아래서 사람들이 학처럼 허리를 구부리고 모내기를 하고 있었습니다.‘내가 모내기를 해본 적이 있었던가.’나는 오토바이를 세워놓고 논으로 들어갔습니다. 한 사람씩 허리를 펴며 나와 눈이 마주쳤습니다. 그들은 나에게 모를 한 묶음 쥐어주었습니다.아무도 내가 누구인지, 어디서 왔는지 묻지 않았습니다. 우리는 오래 전부터 함께 살아온 이웃처럼 자연스럽게 모를 심었습니다.나를 이방인으로 생각하지 않는 그들과 함께 일하고 있는 것이 좋았습니다. 모를 꽂을 때마다 물밑
[뉴스비전e] 비온 뒤 상쾌한 바람이 좋아 오토바이를 빌렸습니다.흙길을 달리다 조그만 마을에 들어섰습니다. 그리고 아이의 집 앞을 지나게 되었습니다.눈이 예쁜 아이는 표정이 좋지 않았습니다. 머리가 아프다고 했습니다.이튿날 숙소에서 타이레놀을 챙겨 다시 마을을 찾았습니다. 아이들에게 주려고 과자도 샀습니다. 사다보니 사흘치 방값을 다 써버리고 말았습니다.너무 많이 샀나 생각했지만 과자를 풀어 놓았을 때 환호성을 지르며 신나게 먹는 아이들을 보니 잘했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그리고 머리가 아픈 아이에게 타이레놀과 히말라야 산행 중 넣어
[뉴스비전e] 미얀마와 태국 지역에 사는 카렌족 여자들은 놋쇠로 만든 고리를 목에 여러 겹 거는 전통이 있습니다.호랑이의 공격으로부터 목을 보호하기 위해 착용했다는 설이 있습니다.목을 보호하기 위해 착용했던 놋쇠 고리는 카렌족에게 미의 기준이 되었습니다.놋쇠 고리는 아주 무겁습니다.그런데도 소녀는 예뻐질 거라며 웃고 있습니다.소녀는 지금쯤 목이 긴 숙녀가 되어 있겠지요. 알렉스 김 아이들의 꿈을 찍는 포토그래퍼. 내셔널지오그래픽 인물상 부문 수상자. 알피니스트. 신세대 유목민. 파키스탄 알렉스초등학교 이사장. 원정자원봉사자. 에세이
[뉴스비전e] 운동이 끝나면 갈증을 풀어줄 탄산음료가 간절합니다. 인생의 갈증을 해소할 톡 쏘는 음료가 있을까요.카트만두에 있는 미로 같은 길을 헤매다 더위와 먼지 때문에 타는 듯한 갈증이 찾아왔습니다.바로 그때 천사들을 만났습니다.아이들의 웃음 앞에서 갈증은 순식간에 사라졌습니다. 영원히 갈증을 없애는 방법을 찾은 겁니다.아이들이 웃는 모습을 보는 것, 내가 따라 웃는 것. 세상 모든 갈증을 없애는 최고의 탄산음료입니다. 알렉스 김 아이들의 꿈을 찍는 포토그래퍼. 내셔널지오그래픽 인물상 부문 수상자. 알피니스트. 신세대 유목민.
[뉴스비전e] 캄보디아에서 길을 걷고 있는데 누군가 나를 붙잡았습니다. 여자아이가 엽서 한 묶음을 들고 있었습니다.“엽서 사세요. 1달러에요.”녹음기를 틀어 놓은 것 같았습니다. 1달러짜리 지폐를 건네고 엽서를 한 장 샀습니다. 그리고 섭씨 40도가 넘는 폭염에 숨이 막혀 카페에 들어갔습니다.두 시간쯤 지났을까 짐을 챙겨 카페 문을 나오려는 순간 누군가 나에게 달려오는 것이 보였습니다. 나에게 엽서를 판 아이였습니다.나는 조금 짜증이 났습니다. 또 나에게 엽서를 강매하려는 것은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입니다. 여행 중에 그런
[뉴스비전e] 아빠가 강가로 경운기를 끌고 왔습니다.큰형은 열심히 세차를 하지만 막내에게 경운기는 강물에 떠 있는 놀이기구입니다.세차가 끝나면 가족에게는 세상에서 가장 넓은 목욕탕이 됩니다.삼형제의 V라인이 일품입니다. 알렉스 김 아이들의 꿈을 찍는 포토그래퍼. 내셔널지오그래픽 인물상 부문 수상자. 알피니스트. 신세대 유목민. 파키스탄 알렉스초등학교 이사장. 원정자원봉사자. 에세이스트. 이름은 알렉스이지만 부산 사투리가 구수한 남자. 스무 살 때 해난구조요원 아르바이트를 해서 번 돈으로 무작정 배낭을 메고 해외로 떠났다. 이곳저곳을
[뉴스비전e] 미얀마 인레 호수에서 쪽배를 타고 인뎅이라는 마을로 가고 있었습니다.아름다운 마을을 구경하고 싶어 선착장에 배를 댔습니다.그리고 미지근한 병맥주 뚜껑을 열었습니다.그때 소를 타고 호수를 건너고 있는 소년을 보았습니다. 밀짚모자를 쓴 소년은 의기양양했습니다. 소꼬리를 브레이크로 잡고 건너는 소년은 나에게 뽐내는 것 같았습니다.나는 들고 있던 맥주병을 내려놓으며 생각했습니다.‘저렇게 멋진 자동차가 있다니!’미지근한 맥주도 시원하게 만들 만큼 멋진 자동차는 인레 호수에 있었습니다. 알렉스 김 아이들의 꿈을 찍는 포토그래퍼.
[뉴스비전e] 서울에서 스타벅스 앞을 지나가고 있었습니다. 진한 커피향은 전혀 다른 곳을 떠오르게 했습니다.쓰레기와 흙 발자국이 가득한 길 모퉁이에 짜이를 파는 아저씨가 있었습니다. 주인은 때 묻은 민소매 셔츠를 입고 있었는데 가슴에는 덥수룩한 털이 숭숭 났고 배는 불룩했습니다. 기름진 머리를 한 번 만지더니 그 손으로 다시 짜이를 만들었습니다.재료도 신선하지 않았습니다. 가게에서 파는 우유가 아니라 지나가는 소의 젖을 짜서 만들었다는 얘기도 있습니다. 땀을 주룩주룩 흘리며 주인은 짜이를 내밀었습니다.가격은 우리나라 돈으로 백오십원
[뉴스비전e] 인도를 여행할 때 캘커타에서 뉴잘파이구리로 가는 열차를 탔습니다. 열차 안에 살고 있는 아이를 만났습니다. 승객이 버리는 쓰레기를 줍고 수고비를 받아 먹고사는 아이였습니다.아이는 투명인간 같았습니다. 누구도 아이와 옷깃조차 닿으려 하지 않았습니다. 다가오기만 해도 인상을 찌푸렸습니다. 쓰레기를 만져서가 아닙니다. 카스트제도의 가장 낮은 신분에도 들어가지 못하는 불가촉천민이기 때문입니다.아이는 쓰레기를 주워서 번 돈을 열차 안에서 물건 파는 사람에게 가지라고 들이밀곤 했습니다. 하지만 아무도 불가촉천민의 손이 닿은 돈을
[뉴스비전e] 여행을 하다보면 공간을 이동한 것이 시간을 이동한 것이 되기도 합니다.네팔의 어느 골목에서 두발자전거를 배우고 가르치는 아이들을 보며 그런 생각을 했습니다.두발자전거를 한 번도 타보지 못한 아이에게 동네 형 둘이 핸들을 한쪽씩 잡고 자전거 타는 법을 가르쳐줍니다. 셔터를 누르는 순간 내 어린 시절의 한 장면이 떠올랐습니다.아이는 형들처럼 자전거를 잘 타보려고 엄청난 집중력을 발휘합니다. 자전거가 비틀거릴 때마다, 아이가 놀랄 때마다 형들의 웃음소리가 마을에 가득합니다. 형들도 자전거를 처음 배울 때를 생각하는 것이겠지
[뉴스비전e] 앵글에 붙잡을 수 없을 정도로 산만했던 아이가 갑자기 무엇에 집중했을까요?아이의 부모는 내가 묵고 있는 게스트하우스 앞에서 짜이를 팔고 있었습니다.짜이는 홍차와 우유를 섞어 만든 음료입니다. 나는 가게에서 아이가 가만히 있는 것을 한 번도 본 적이 없었습니다.어느 날 아이가 자신을 촬영하는 나를 의식하지 못할 만큼 무언가에 집중했습니다. 산만하던 아이의 눈길을 사로잡은 것은 시위 현장이었습니다.네팔어를 인사말밖에 모르는 외국인이라도 ‘번다’라는 말은 배우고 돌아갑니다. 번다는 시위를 뜻합니다.네팔에서 번다는 하루에도
[뉴스비전e] 아이 둘이 한 권의 책을 사이좋게 읽고 있습니다. 아이들이 앉아서 책을 읽고 있는 곳은 셔터가 내려진 책방 앞입니다.문 닫힌 책방 앞에서 책을 읽고 있는 두 아이는 책방 문이 열리기를 기다리고 있는 것일까요.하지만 당분간 책방 문은 열리지 않을 것입니다. 거리는 며칠째 시위가 끊이지 않고 있기 때문입니다.어른들은 온갖 정치적 이유로, 또는 사소한 시비를 풀기 위해 날마다 시위를 벌이고 있습니다.그러나 아이들이 책방 문을 열어달라는 외침에는 아무도 귀를 기울이지 않습니다.아이들이 무슨 책을 읽고 있는지 모르지만 책을 다
[뉴스비전e] 한 아이가 신기한지 카메라를 들고 있는 손을 툭툭 쳤습니다. 그리고 친구들을 하나씩 부르기 시작했습니다. 한 명은 두 명이 되고 여럿으로 늘어났습니다.아이들은 사람이 무섭다는 걸 모르는 것 같았습니다.나와 한참을 놀던 아이들은 내 손을 덥석 잡더니 아빠 엄마가 일하는 곳으로 데리고 갔습니다.부모도 나를 데리고 온 아이들을 나무라지 않았습니다.불쑥 찾아온 이방인을 텐트로 불러들여 따뜻한 차를 따라주었습니다.허름한 집안은 따뜻한 차 일곱 잔과 일곱 가지 웃음소리로 가득 찼습니다.이곳 사람들은 아이들도 어른들도 사람이 무섭
[뉴스비전e] 세상을 살면서 가장 어려운 숙제는 인간관계입니다. 아무리 높은 자리에 오르고 돈이 많아도 사람은 사람에게 상처를 받습니다.그런데 신기하게도 상처가 치유되는 것 또한 사람 때문입니다. 인간관계라는 숙제는 죽을 때까지 풀리지 않을지 모릅니다.책을 쓰며 십 년 넘게 촬영한 사진을 하나하나 보았습니다. 일출 사진이 수백 장이 넘었습니다. 일출을 촬영할 때의 감동을 모두 기억해내기는 힘듭니다.내가 찍은 사진 중 수천 장은 아이들 사진입니다. 일출과는 달리 한 아이 한 아이에게서 감동이 밀려옵니다.아이들을 만나는 것은 해가 떠오
[뉴스비전e] 가게에서 나왔을 때 누군가의 시선이 느껴졌습니다. 고개를 돌려보니 가게 건너 담장 위로 얼굴을 빼꼼히 내민 아이가 호기심 가득한 눈으로 나를 보고 있었습니다.그 모습이 앙증맞아 가게 아이에게 담장 위 아이를 가리키며 저 집에 가봐도 되겠느냐고 물었습니다. 순수한 아이를 만나려면 역시 순수한 아이의 허락이 필요할 것 같았습니다.“따시뗄레!”인사를 하고 집 안에 들어가도 아이는 계속 몸을 반쯤 숨기고 머리만 빼꼼히 내밀었습니다. 할머니 뒤에 숨더니 내가 다가가자 다시 부엌으로 도망가 엄마 치마폭에 숨어버렸습니다.도망가면서
[뉴스비전e] 한참을 혼자 걷다 구멍가게 하나를 발견하고 들어갔습니다. 무엇을 사기 위해서가 아니라 말동무가 필요했습니다.물건 값을 물어보자 가게 아이가 상냥하게 대답했습니다.아이와 이야기를 더 하고 싶어 고개를 드는 순간 깜짝 놀랐습니다. 아이의 몸은 온통 화상 자국으로 덮여 있었습니다. 나는 아이가 상처받지 않도록 조심스럽게 말을 걸었습니다.놀랍게도 대화를 이끌어간 쪽은 내가 아니라 아이였습니다. 아이는 온몸을 뒤덮고 있는 화상 자국을 전혀 의식하지 않았습니다. 아이는 밝은 목소리로 마을에 관해 이런저런 이야기를 해주었습니다.마